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가 KEB하나은행으로부터 5억 원에 가까운 유로화에 대해 특혜성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기획재정부가 외국환거래법상 유권해석 작업에 들어갔다. 외국환거래법 제·개정과 유권해석은 기재부가 담당하고 금융당국은 기재부로부터 법 집행을 위탁받아 시행한다. 금융당국은 기재부의 유권해석에 대해선 적극 수용하고 있다.
이번 유권해석에서 기재부는 정 씨뿐만 아니라 하나은행과 한은에 대한 위국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따져보는 것으로 ‘비즈한국’취재 결과 확인됐다. 외국환거래법은 금융기관의 업무상 확인 의무와 이를 위반할 경우 인가의 취소, 벌칙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은행 등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4분기 KEB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은 정유라 씨에게 어머니 최순실 씨와 공동 소유의 강원도 평창 일대 땅 23만㎡를 담보로 ‘보증신용장’을 끊어줬다. 이를 통해 정 씨는 ‘비거주자’ 신분으로 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법인을 직접 찾아가 3억여 원의 대출을 받았다. 또한 정 씨는 같은 시기 최 씨의 예금을 담보로 같은 하나은행 지점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12만 유로(한화 1억5000만 원)의 외화대출을 받았다.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에는 비거주자를 외국에서 영업활동에 종사하거나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자 또는 2년 이상 외국에 체재하고 있는 자로 한정하고 있다. 문제는 수출기업에 대해 주로 적용하는 보증신용장 대출 방식이 당시 만 19세 이화여대 1학년 신분의 정유라 씨가 하나은행과 한은으로부터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고 적용을 받았다는 점이다.
보증신용장 방식은 일반대출에 비해 절차가 간단하고 금리·수수료도 싸기에 부유층의 재산 해외 반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당시 만 19세 정 씨에게 한은과 하나은행은 진위 여부를 따지지 않고 제반 절차를 처리했다는 점에서 파이 확산되는 것.
외국환거래법은 외국환업무취급기관(금융기관)이 고객과 거래에서 지급 또는 수령이 이 법에서 정한 허가를 받았거나 신고에 대한 확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등록 또는 인가를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에서 금융기관(영업소 포함)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한할 수 있다. 1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규정도 명시하고 있다.
기재부와 금융당국 복수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기재부는 최근 금감원이 정 씨 특혜 대출 의혹과 관련한 유권해석을 의뢰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외국환거래 비밀보장 규정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할 수 없다”며 “정 씨 특혜 대출 의혹과 관련해 유권해석을 진행하는 것은 맞다. 쟁점은 정 씨가 비거주자 신분으로 대출을 받았는지 여부로 알고 있다. 이럴 경우 관련 기관들의 절차상 적법한 처리 여부도 따져봐야 하는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기재부의 다른 관계자는 “하나은행 등은 일반적인 비거주자 확인 절차에 따라 서류상으로 업무 확인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런 점은 감안해야 할 사안이다”며 “기관에 대한 실제 법 적용 여부와 관련해선 충분히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유권해석은 보통 영업일 기준 14일 이내이나 이번 건은 기관 대 기관의 업무 협조이고 ‘최순실 게이트’의 일환이어서 필요할 경우 연장될 가능성도 전망된다.
금감원은 이달 중순 하나은행에 대한 종함검사를 완료했다. 종합검사 기간은 통상 한 달 정도임에도 이번 검사는 정유라 씨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1주일 정도 연장해 검사를 진행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정 씨로부터 담보를 확실하게 받았기 때문에 금융사고는 아니라고 잠정결론을 내렸다”며 “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충분히 점검을 했다. 외국환 거래를 하게 되면 송금을 한다든가 해외에서 부동산 취득을 할 경우 한국은행이나 금융기관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3개월쯤 후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은 아직 유권해석 결과와 금융당국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변하면서 정 씨 관련 업무 절차에서 하자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정 씨의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이지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정 씨가 한국은행으로부터 신고수리를 받은 서류와 외국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는 서류로 독일 법인 재직증명서를 제출해 서류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보증신용장을 발행했다”며 “신용장 거래는 해외 현지와 서류상으로만 움직이는 방식이다. 정 씨가 실제로 해외에 살거나 해당 법인으로부터 급여를 받는지 일일이 따질 수 없어 진위 여부는 확인하지 않는다. 이는 어느 국내 어느 금융기관이나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도 “기재부가 유권해석을 의뢰받은 내용은 정유라 씨와 관련해인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환거래법에서 규정한 업무상 확인은 필요한 서류를 구비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지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게 아닌 것으로 안다”며 “정 씨는 국내 당행 지점에서 보증계약서 발급을 받았고 대출은 당행 독일법인에서 받았다. 따라서 대출의 적법성 여부는 독일 금융당국이 따져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하나은행 주장대로 비거주자 규정이 아니라 재외교포에 대한 규정으로 업무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재외교포일 경우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 따지지 않는다. 정 씨의 경우는 그런 방식으로 신고했다”며 “하나은행이 교포 등에게 대출과 관련해 지급보증을 해주면 외국환 거래 규정상 한국은행 신고사항이었고 한은은 신고수리해줬다”고 주장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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