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기본 입장은 “나는 몰랐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2차 대국민 담화 때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자신의 책임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에 복귀하겠다”며 하야 의지가 없다고 못 박은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여론과 맞서는 모습을 보이면서까지 정면 돌파 의지를 강조하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최순실 개인이 만든 비리이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한 청와대 참모는 “박 대통령은 정호성 전 비서관이 최근까지 최순실 씨에게 자료 줬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하더라”며 “정 전 비서관과 최순실 씨가 대통령 몰래 직거래를 한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
실제 몰랐는지 사실 여부를 떠나 검찰의 칼날은 박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은 ‘피의자’ 박 대통령 범죄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일정을 통보할 계획인데, “29일까지는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청와대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검찰 내 중론. 대검찰청 관계자는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검찰 조사를 불신하며 대면조사를 거부하지 않았느냐”며 “박 대통령이 ‘중립적인’ 특검을 언급한 만큼 우리(검찰)의 통보는 무시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의지만큼은 확고하다. 대기업 총수들이 대통령과 독대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확인하려면 대통령 대면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청와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데, 23일 오후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행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증거물 확보에 나선 것인데,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종범 전 정무수석과 정호성 전 비서관 등 청와대 핵심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의혹은 꽤 구체적이다.
실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차은택 씨가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의 명함을 보여주면서 ‘우리를 봐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차은택 씨는 공항에서 압송되면서 “우 전 수석은 모른다”고 털어놨지만, 최순실 씨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정에서 기업들에 강제 모금을 하는 과정을 우 전 수석이 알면서도 묵인했다면, 직무유기 혐의가 성립한다는 게 법조계 내 중론이다.
‘인사권’을 가지고 검찰을 한때 좌지우지했던 우병우 전 수석. 하지만 지금은 ‘피의자 신분 전락’이 눈앞으로 다가온 셈인데, 검찰은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 외에도 수임비리, 탈세 등 각종 의혹 전반을 확인하고 있다. 최근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 받아 우 전 수석의 금융거래 내역을 분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검찰은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우 전 수석의 수임 자료도 확보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2013~2014년 수임액 내역을 변호사회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우 전 수석은 이에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경황이 없다 보니 수임 사건들 가운데 일부를 신고하지 못한 게 있다”며 “탈세는 하지 않았다, 선처해 달라”고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선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 변호하거나 수임액을 축소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한 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알고도 묵인한 직무유기 혐의를 본격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검사는 피가 차가운 사람”이라며 “우병우 전 수석이 한 때 우리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우리 조직을 살리기 위해서는 잘못을 밝혀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상황을 묘사하는 한편 그는 “우 전 수석도 우리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지 알겠느냐”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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