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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 응원 프로젝트 18] ‘은은한 빛으로 그려낸 희망’ 정희경

자! 여기 힘 있는 작가가 있습니다…Future Art Market-Artist

2016.11.21(Mon) 15:51:19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예술가들이 매력적인 주제로 삼았던 것은 희망이다. 그런 만큼 다양한 해석의 작품이 쏟아져 나와 예술사를 수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에 대한 예술가들의 구애는 끊이지 않는다. 그것은 희망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의 뿌리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희망은 만지거나 볼 수가 없다. 그래서 표현의 다양함을 허락하는 흥미로운 예술적 주제가 될 수 있는 게다.

 

정희경은 희망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그는 빛으로 해석하고 있다. 휘황찬란하거나 장엄한 빛이 아니다. 수줍고 겸손한 태도로 빛에 접근한다. 빛이 속삭이듯이 은은한 표현이다. 희망을 향해 도닥이는 부드러운 손길 같은 빛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뚜렷한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다. 구체적 형상이나 강렬한 색채가 없다. 온화한 느낌을 주는 추상이다.

 

 

 

Whispering Light DSC4245(2016), 73x61cm, 캔버스에 아크릴.


Whispering Light 15003(2016), 130x162cm, 캔버스에 아크릴(왼쪽), Whispering Light 15004(2016), 130x162cm, 캔버스에 아크릴(오른쪽).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두드러지지 않기에 그의 그림에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 탓에 눈길을 사로잡는 시각적 충격 요소가 없다. ‘희망은 이런 것이고 여기에 있으니 나를 따르라’고 소리 지르지 않는다. 조근조근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등을 쓰다듬는 어머니 손길 같은 호소력 짙은 희망의 모습이다.

 

구체적 이야기나 분명한 형상이 없는 그림이기에 그의 작업은 ‘읽는 회화’가 아니라 ‘느끼는 회화’다. 이에 걸맞게 표현 방식도 추상적 방법을 따르고 있다.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매력적인 타원형의 구성이다. 마치 달걀을 연상시키는 원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작가는 천사의 날개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이런 구성을 택하게 됐다고 말한다. 많은 작품이 두 점이 한 쌍을 이루며 대련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변형된 하트를 떠오르게 한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원 안에 파스텔톤 색채와 식물 형상으로 보이는 다양한 형태가 빚어내는 은은한 이미지들이다. 이들은 겹겹이 겹치면서 심도 있는 공간감을 보여준다. 마치 한지 창문으로 배어나오는 따스한 불빛 같은 분위기다. 혹은 우리네 달항아리에서 풍기는 다사로운 밝음이나 보름달이 보여주는 그윽한 빛 같은 느낌도 든다.

 

Whispering Light 15009(2016), 54​x73​cm, 캔버스에 아크릴.


 

깊이감이 보이는 색채의 운용에서는 작가의 연륜이 묻어난다. 삶의 진솔한 경험이 축적돼 자연스럽게 스며 나온 감성이 아닌가 싶다. 작가가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풀어내기란 그리 녹록지 않다. 그것도 구체적 형상이나 분명한 메시지를 빌리지 않고 순전히 회화적 방식으로 말이다.

 

회화는 눈으로 소통하는 마음의 언어다. 사람들의 마음은 구구각색이다. 다른 만큼 많은 언어가 필요하다. 지금은 똑같은 소리의 세련된 함성이 세상에 가득하고, 그 허황된 힘으로 시대를 끌고 간다. 이런 현실에서 아직은 작지만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정희경의 회화 언어가 은근하게 마음을 두드린다. 그것이 반가운 소리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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