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사실상 대부분 범죄를 주도한 혐의가 드러났다. 검찰은 20일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직권남용·강요·강요미수·사기미수 등으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공무상 비밀누설로 각각 구속기소 했다.
이날 이들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을 보니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설립 제안, 재단 이름을 짓는 과정부터 이사진 구성, 자금 모금까지 직접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공무상기밀누설도 박 대통령 지시에 의한 것으로 적시됐다. ‘비즈한국’이 공소장을 입수해 방대한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강요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대기업으로부터의 출연금 모금을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소장을 종합해보면 미르·K스포츠재단은 박 대통령의 주도로 설립·모금 작업은 안 전 수석에게, 인사·운영 관련 사안은 최 씨에게 분담됐다.
박 대통령은 작년 7월 한류 확산과 문화·스포츠 인재 양성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단 재산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회원 기업체들의 출연금으로 충당하기로 계획했다. 현 정부 4대 국정기조 가운데 하나인 ‘문화융성’을 효과적으로 추진한다는 명분이 붙었다.
박 대통령은 같은 해 7월 20일께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에게 “10대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들과 단독 면담을 할 예정이니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했고 면담은 24∼25일로 잡혔다.
박 대통령은 24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창근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공개 면담했다. 25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을 잇달아 독대하고 문화·체육 관련 재단 설립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해달라는 취지로 요구했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각 300억 원 규모의 문화·체육 재단을 설립하라”는 구체적 지시를 받고 7∼8월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에게 실무 작업을 맡겼다.
안 전 수석은 이승철 부회장에게 “청와대에서 문화재단과 체육재단을 만들려고 한다. 대통령께서 회의에서 기업 회장들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하니 확인을 해 보면 알 고 있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재단 설립을 추진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최 씨는 그 무렵 박 대통령에게서 “전경련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금원을 갹출해 문화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재단의 운영을 살펴봐 달라”는 요청을 받고서 재단 이사장 임원진을 자신이 지정하는 사람들로 구성해 재단 업무 관련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고 재단 운영을 장악하기로 했다.
최씨는 9∼10월께 문화 관련 재단에서 일할 임직원들을 직접 면접해 뽑고 재단 명칭을 ‘미르’라고 작명했다. 재단 이사장과 사무총장 등 임원진 명단과 조직표, 정관을 마련한 것도 최 씨였다.
‘미르재단’이란 명칭과 인사 구성도 대통령이 일일이 챙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안종범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 21일 박 대통령으로부터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진 미르라고 하라. 이사장은 김○○, 이사는 장○○, 이○○, 송○○, 조○○, 김○○로 하고, 사무총장은 이○○로 하라. 사무실은 강남 부근으로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고 최순실 씨에게 전달했다.
안 전 수석의 지시를 받은 최 아무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은 지난해 10월 22일 청와대 회의를 주재했다. 최 비서관은 이 회의에서 “재단은 10월 27일까지 설립돼야 한다”며 “전경련은 재단 설립 서류를 작성하고 문체부는 재단 현판식에 맞추어 반드시 설립허가를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전경련이 보고한 9개 그룹의 분배 금액을 조정, 확정했다.
이후 안 전 수석은 “미르재단의 출연금 규모를 3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증액하고, 추가할 만한 그룹이 있는지, 출연 기업에 KT, 금호, 신세계, 아모레를 반드시 포함시키고, 현대중공업과 포스코에도 연락해 보고 추가할 만한 그룹이 더 있는지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결국 삼성, 현대차, SK, LG, GS, 한화, 한진, 두산, CJ, 9개 그룹에는 증액을 안 전 수석과 최 씨가 추가로 출연 기업으로 포함시키라고 지시한 롯데, KT, 금호, 신세계, 아모레,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7개 그룹과 전경련이 추가한 LS와 대림 등 2개 그룹에는 “청와대 지시로 문화 재단을 설립한다. 출연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압력을 넣었다.
이러한 요청을 받은 18개 그룹 중 재무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현대중공업과 문화 분야에 거액을 투자한 신세계를 제외한 16개 그룹은 재단의 사업계획서 등에 대한 사전 검토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한 채 출연을 결정했다.
미르재단 설립 하루 전인 지난해 10월 26일 이승철 부회장 등 전경련 관계자들은 500억 원을 출연하는 각 그룹사 관계자들을 불러 재산출연 증서 등 서류를 제출받았다. 이 과정에서 전경련에 준비한 정관 및 마치 출입기업 임원들이 재단 이사장 등을 추천한 것처럼 작성한 창립총회 회의록에 범인 임감을 날인 받았다.
출연 기업 중 SK하이닉스로부터 날인이 없는 정관 등 하자가 있었음에도 문체부는 27일 오전 설립허가를 해주었다.
공소장은 “16개 그룹이 불응할 경우 세무조사를 당하거나 인허가의 어려움 등 기업 활동 전반의 받게 될 불이익을 두려워 해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출연약정에 따라 미르재단에 486억 원의 출연금을 납부했다”고 적시했다.
K스포츠재단도 마찬가지다. 최순실 씨는 지난해 12월 초 스포츠재단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재단법인 K스포츠에서 일할 임직원을 면접을 거쳐 선정했다. 정○○ 이사장, 김○○ 사무총장 등으로 하는 임원진 명단을 이메일로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보냈다.
박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보고받은 후 같은 달 11일과 20일 안 전 수석에게 “정○○ 이사장, 김○○ 사무총장, 정○○ 감사, 이○○ 재무부장 등을 임원진으로 하고 사무실을 강남 부근으로 알아보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게 “300억 원 규모의 체육재단도 설립해야 하니 미르 때처럼 진행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공소장은 “최 씨,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대통령 직권을 남용해 기업체 대표 등으로 하여금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K스포츠재단에 288억 원을 출연했다. 돈을 출연하게 했다”고 적시했다.
# 현대차·롯데·KT 등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현대차그룹과 관련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혐의와 관련해서도 공소장은 최 씨와 안 전 수석이 대통령과 공모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최 씨는 자신의 지인으로부터 KD코퍼레이션이 해외 기업 및 대기업에 납품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 KD코퍼레이션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친구 부모가 운영하는 회사로 확인됐다.
이후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1월 27일 안 전 수석에게 “KD코퍼레이션은 흡착제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훌륭한 회사다. 외국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현대차에서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적했다.
이후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함께 있는 가운데 현대차 정 회장 등에게 KD코퍼레이션을 소개했고, 납품 계약을 추진토록 했다. 안 전 수석은 이후 KD코퍼레이션과 현대차와의 납품계약 진행상황을 계속 점검하면서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결국 현대차 등은 지난해 2월 KD코퍼레이션과 계약을 체결하고 10억 원 상당의 제품을 납품받았다.
이로 인해 최 씨는 대가 명목으로 KD코퍼레이션 대표로부터 시가 1162만 원 상당 샤넬 백 1개, 지난해 2월 현금 5162만 원을 받았다. 최 씨는 또 KD코퍼레이션 대표가 박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또한 공소장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이 사실상 운영하는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안 전 수석에게 플레이그라운드 회사소개 자료를 건네줬다. 안 전 수석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게 “이 회사가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잘 살펴봐 달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뜻임을 전달했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플레이그라운드와 70억 6000만 원 상당의 광고 5건을 수주받게 해 9억1800만 원 상당의 수익을 올리도록 했다.
롯데그룹과 관련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혐의와 관련해서도 공소장은 최 씨와 안 전 수석이 대통령과 공모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최 씨는 올해 1월 K스포츠재단 사무실 인근에 스포츠 매니지먼트 등을 목적으로 하는 더블루K를 설립했다. 이후 올해 2월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체육시설 건립과 이권사업을 더블루K가 담당하는 사업안을 마련한 뒤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 무렵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 단독 면담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라는 지시를 해서 올해 3월 이뤄졌다. 신 회장과 면담을 마친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롯데그룹이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75억 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진행 상황을 챙겨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를 토대로 최 씨는 더블루K 관계자들에게 “이미 롯데그룹과 얘기가 다 됐으니 롯데그룹 관계자를 만나 지원 협조를 구하면 돈을 줄 것”이라고 지시했다. 하남 거점 체육시설 건립에 75억 원이 소요되며 이를 롯데에 요구하라는 것.
결국 롯데그룹은 초기 35억 원만 내면 안 되겠느냐며 버티다가 결국 롯데제과, 롯데카드,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롯데캐피탈, 롯데칠성음료, 6개 계열사를 동원해 올해 5월 25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송금했다.
포스코와 관련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혐의와 관련해서도 공소장은 최 씨와 안 전 수석이 대통령과 공모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올해 2월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과 단독 면담하는 자리에서는 “포스코에서 여자 배드민턴팀을 창단해주면 좋겠다. 더블루K가 거기에 자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과 면담을 마치고 나온 권 회장에게 미리 준비한 더블루K 대표의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만나보라고 했다.
권 회장의 지시를 받은 황은연 포스코 경영지원본부장(사장)은 더블루K 대표와 K스포츠 관계자를 만나 창단비용 46억 원을 요구 받았다. 황 사장은 회사의 어려운 경영 여건과 이미 회사가 다양한 체육 팀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을 이유로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최순실 씨는 포스코가 여자 배드민턴 창단 제의를 거절했다는 보고를 받고 K스포츠 직원에게 안 전 수석을 만나 “황 사장이 여자 배드민턴 창단 요구를 고압적이고 비웃는 듯한 자세로 거절하고 더블루K 직원들을 잡상인 취급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안 전 수석은 “포스코 회장에게 전달한 내용이 사장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포스코가 거절한 사실을 VIP(대통령)께 보고하지 말아달라”했다. 이후 안 전 수석은 황 사장에게 “포스코에 있는 여러 종목을 모아 스포츠단을 창단하는 대안도 생각해보라”고 했다.
포스코는 결국 여자 배트민턴팀 창단 대신 계열사인 포스코P&S 산하에 2017년 16억 원을 들여 펜싱팀을 창단하고 매니지먼트를 더블루K에 맡기도록 하겠다는 내용으로 최종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 씨가 포스코 광고계열사인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설명하면서도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 지난해 2월 박 대통령은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포스코 회장을 통해 매각절차를 살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
공소장에 따르면 포레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컴투게더 대표가 최 씨의 측근으로부터 “포스코 최고위층과 청와대 어르신의 지시사항인데 컴투게더가 포레카를 인수하면 우리가 지분 80%를 가져가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컴투게더 대표가 최 씨 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세무조사를 통해 A 사를 없애버리겠다”는 등의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
최 씨는 대기업으로부터 광고계약을 수주할 생각으로 2015년1월 모스코스를 설립하고 2015년 10월 플레이그라운드 등을 설립하는 한편 자신의 측근을 대기업 광고업무 책임자로 채용되게 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KT와 관련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혐의와 관련해서도 공소장은 최 씨와 안 전 수석이 대통령과 공모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지난해 1월 “이동수라는 홍보전문가가 있으니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KT 회장에게 연락하라”고 지시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윗선의 관심 사항인데 이 씨는 유명한 홍보전문가이니 KT에서 채용하면 좋겠다”며 비서실장에게 채용을 지시했다. 이 사안도 최순실 씨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 씨 뜻대로 이동수 전 전무가 광고 총괄부서가 아닌 지난해 2월 ‘브랜드지원센터장’으로 채용됐다. 그러자 안 전 수석은 KT에 다시 압력을 넣어 이 전 전무의 보직이 지난해 11월 광고 총괄 임원으로 변경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안 전 수석은 대통령으로부터 ‘이동수의 보직을 KT 광고 업무를 총괄하거나 담당하는 직책으로 변경해 주라’는 지시를 받고 황 회장에게 전달해 보직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 적용된 ‘공무상비밀누설죄’도 역시 박 대통령이 주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의 지시로’ 공무상 비밀을 최순실에게 전달했다.
정 비서관은 2013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총 47회에 걸쳐 공무상 비밀 내용을 담은 문건 47건을 최순실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장익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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