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관계가 인정된다. (공소장에 대통령 공모라고 적혀 있나?) 인지 절차에 걸쳐 정식 피의자로 입건해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오늘 오전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진행된 중간수사 결과 발표와 백 브리핑에서 이영렬 본부장은 박 대통령을 범죄 혐의 공모자로 판단·적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번 수사 결과 발표가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기름을 부은 겪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의 발표는 예상됐던 ‘톤’으로 진행됐다. 미르·스포츠 재단 설립과 강압적 기금 모금 당시 안 전 수석은 수차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이를 이행했고, 또 사실상 최순실 씨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가 현대차그룹과 KT 등 대기업 일감을 수주할 때도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 씨에게 연설문 등 공무상 자료를 유출한 것도 결국 박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했는데, 수사팀 관계자는 “공소장만 30장이 넘는다”며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 등의 공모관계가 상당 부분 인정된다고 공소장에 적었다”고 귀띔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현직이어서 헌법 제84조에 보장된 불소추 특권에 따라 당장 기소할 수는 없지만, 검찰은 차후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할 계획도 시사했다. 이영렬 본부장은 발표 말미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에 대해서 제3자 뇌물 수수 혐의를 수사 중”이라며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박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직접 재단 출연 지원을 요청했던 만큼, 검찰의 수사 의지대로라면 박 대통령의 혐의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현직 대통령 이름을 공소장에 적시할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었던 배경엔 안 전 수석의 수첩과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박 대통령의 지시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는데 이 중에는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지시도 곳곳에 적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생업체인 플레이그라운드 사명까지 안 전 수석의 수첩에 적혀 있었는데 검찰을 이를 근거로 안 전 수석을 압박했고, 안 전 수석으로부터 “대부분 박 대통령 지시였다”는 진술을 받아낼 수 있었다. 이영렬 본부장 역시 오늘 발표에서 ‘수첩’을 직접 언급하며, 증거로서의 가치가 상당했음을 시사했다.
이영렬 본부장이 핵심 증거로 수첩과 함께 언급한 정 전 비서관 휴대전화 속 녹음파일에서도 박 대통령, 최 씨와의 통화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검찰은 결국 최 씨가 여러 청탁을 정 전 비서관에게 하고, 정 전 비서관이 이를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검찰의 브리핑은 대략적인 사실 관계를 밝히면서 대통령을 압박하는데 집중했다. 발표를 지켜본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현직 대통령 공모와 관련해 예상했던 만큼 공모 혐의를 시사, 언급하지 않았느냐”며 “국민적 지지가 있다고 해도 쉽지 않은 판단인데, 검찰이 오늘만큼은 큰 용기를 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늘 발표에서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범죄 혐의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는데, 이를 놓고 검찰이 ‘국민 눈치보기형 사건 들고 있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병우, 이석수 수사팀 관계자는 “확인해야 할 사안들은 대부분 확인했다”면서도 “최순실 수사팀에서 국민적인 여론을 감안해 추가로 확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크게 나올 것은 없어 보인다”고 귀띔했다. 실제 이영렬 본부장 역시 ‘우병우 전 수석은 수사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다. 공소장에 포함됐는지는…”이라며 말을 아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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