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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치료제 가격 담합 의혹’ 1인 시위 이상우 씨 인터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7개월째 지지부진, 복제약 가격이 오리지널의 80% 육박

2016.11.18(Fri) 07:12:24

지난 11일, 이상우 씨가 탈모치료제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사진=이상우 씨 제공

 

평생 탈모치료제를 복용해야만 하는 대학생 이상우 씨(26)는 최근 광화문광장과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를 판매하는 한국MSD와 프로페시아의 복제약(제네릭)을 판매하는 국내 제약사간의 가격 담합 의혹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서다. 그는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 ‘맘탈모’를 개설하고, 다음 아고라를 통해 5만 명을 목표로 한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탈모치료제 가격 담합 의혹을 제기한 근거가 무엇인지 그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겉으로 봐서는 탈모가 없어 보인다. 

“유전성 M자형 탈모가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넓은 이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이마가 넓어지더라. 탈모로 인해 성격이 점점 소극적으로 변한 데다 취업에도 지장이 생길 것 같아 지난 2월 모발이식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문제는 평생 탈모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발이식수술까지 했는데 탈모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모발이식수술을 한 부위를 제외한 나머지 부위 때문이다. 탈모치료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모발이식수술을 한 부위만 남고, 나머지 부분은 탈모가 진행된다더라. 상상해보라. 뚜껑만 남고 옆머리가 빈 모습을 말이다. 결국 평생 탈모치료제를 복용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도 부담되고 복용에 따른 부작용도 걱정된다.” 

 

—부작용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나.

“탈모치료제인 프로페시아는 애초 양성 전립선비대증 치료를 위해 개발됐다. 이 약을 복용한 환자들 사이에서 탈모가 개선돼 이 치료제를 개발한 제약사가 임상실험을 통해 FDA 인증을 받게 됐고, 그렇게 탈모치료제가 출시된 것이다. 두 약품의 성분은 피나스테리드로 동일하고, 함량만 차이가 난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거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되고, 이에 따라 성기능 저하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복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젊어서 아직 부작용이 온 것 같지는 않다.” 

 

—탈모치료제 가격이 부담스러울 정도인가.

“프로페시아와 그 복제약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없다. 매달 병원에 내원해 처방전을 받아야만 하고, 진료비를 제외한 지출만 매달 4만~5만 원이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평생 들어갈 약값을 계산해보라. 우리나라 탈모인이 1000만 명이 달한다고 한다. 이들 중 절반 정도만 탈모치료제를 먹는다고 해도 그 액수는 어마어마하다. 반대로 탈모치료제 보다 피나스테리드 함량이 5배나 많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는 처방전을 받아도 가격이 5분의 1 수준이다. 이에 전립선비대증 치료약을 처방받아 쪼개서 먹는 탈모 환자들도 있다.”

 

—제약사 간의 가격 담합 의혹을 제기하게 된 이유는.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 담합 의혹을 조사한다는 내용의 인터넷 뉴스를 봤다. 근데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더라. 공정거래위원회에 직접 연락을 취해 확인해 보니 아직도 조사 중이라고 하더라. 이에 탈모 환자들이 한 목소리로 진상 규명을 외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광화문광장(10월 24일)과 국회의사당 앞(11월 11일)에서 1인 시위까지 벌이게 된 것이다. 한두 번의 1인 시위에 그칠 거였으면 시작도 안했다.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의혹을 제기한 근거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다만 정황상 담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선 오리지널약인 한국MSD의 프로페시아와 복제약 간의 가격차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한 정당 가격을 살펴보면 프로페시아가 1500원, 복제약이 1200원이다. 복제약이 오리지널약의 80%에 가격대가 형성된 것이다.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피임약, 알러지약 등 대다수 복제약은 오리지널 약의 50% 수준에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그것뿐인가.

“편법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탈모치료제를 구매하는 탈모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르겠지만 인도에서 해외 직구로 탈모치료제를 구매하면 1정당 300원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복제약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정황 근거도 있다.” 

 

—그게 무엇인가.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 담합 의혹을 조사하기 시작한 건 지난 4월. 이미 7개월이 지났지만 조사에 전혀 진전이 없어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여러 차례 연락해봤더니 매번 ‘조사 중이라 어떠한 내용도 공개할 수 없다’고만 하더라. 조사 대상인 제약사의 비공개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지난 10월 24일, 이상우 씨가 피켓을 들고 광화문광장으로 나섰다.  사진=이상우 씨 제공

 

—1인 시위를 하는 이유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국내 탈모 환자만 1000만 명이라는데, 대다수 탈모가 있음을 숨기려고 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들을 대변하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탈모로 인해 소극적인 성격이 된 내가 길거리로 나서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크게 어렵지는 않더라. 다만 모발이식수술로 인해 탈모 환자라는 게 여실히 드러나지 않아 관심이 적었다. 아쉬울 따름이다.” 

 

—언제까지 1인 시위를 할 생각인가.

“​광화문광장과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 차례씩 1인 시위를 했다. 다음은 어디에서 할지 고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제약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아직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제약사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다음 아고라에서 서명 운동도 벌이고 있는데 목표인 5만 명의 서명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하지 않을까 싶다. ‘맘탈모’라는 페이스북 페이스도 개설했고, 이를 통해 담합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다음 아고라 서명에 동참해줬으면 좋겠다. 평생 복제약을 먹어야만 하는 탈모 환자들을 위해서, 그리고 사회의 정의를 위해서 말이다. 모두가 힘을 보태주면 제약사의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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