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변호인으로 유영하 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유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박 대통령과 12년 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유 변호사는 평소 주변에 “박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른다”고 자랑하고 다녔던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변호사 선임 배경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실력보다 편안한 변호사를 원했던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영하 변호사는 검사 출신이었지만, 검찰 내에서 평이 좋지 않았다. 검사 시절 부하직원들과 청주 K 나이트클럽에서 2차례에 걸쳐 180만 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사건으로 징계를 받고, 옷을 벗은 인물이기 때문. 그의 1년 후배 검사는 “유영하 변호사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좋은 케이스로 들었던 적은 없다”며 “서울권에서 근무한 적이 한 번밖에 없지 않느냐, 내부에서 실력적으로도 크게 두드러졌던 인물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유 변호사는 검찰을 떠난 뒤에도 법조계보다는 정치권 입성을 계속 노렸다. 20대 총선 때는 서울 송파을에서 공천까지 받았지만 김무성 전 대표의 ‘옥새 파동’으로 출마하지 못했을 정도. 유 변호사는 2004년 17대 총선 후 박 대통령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박근혜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하며 박 대통령의 ‘눈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에도 스스로를 ‘진박’ 인사라고 소개하고 다녔다는 게 법조계 지인들의 설명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박근혜 캠프 법률지원팀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함께 최태민 루머 등 네거티브 방어팀으로 근무했다. 미국에서 BBK 김경준 씨를 직접 만나는 등 이명박 당시 후보에 대한 공격수 역할도 자처했다.
유 변호사는 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들어갈 뻔한 일도 있었다. 2013년 청와대 법무비서관 후보로 내정될 뻔 했던 것. 2013년 3월 내정된 이혜진 법무비서관이 같은 해 12월 자리를 떠나게 되면서 이 법무비서관의 유력한 후임으로 거론됐다. 이 배경에는 역시 박 대통령과의 두터운 친분이 덕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청와대 저격수가 된 당시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이 유 변호사에 대해 인사 검증을 맡았는데, 유 변호사는 조응천 전 비서관이 있던 공직기강비서관실, 이중희 전 비서관이 있던 민정수석비서관실 등을 찾아 인사를 다니기까지 했다. 정계 이야기를 나누고 “잘 부탁드린다”는 취지로 말을 하고 다녔는데, 하지만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의 판단은 ‘부적합’이었다. 불미스러운 일로 검사복을 벗은 까닭에 비서관으로 임명하기에는 부담스럽다고 본 것.
박 대통령은 유 변호사를 좋게 생각한다는 뜻을 거듭 전했지만, “문제가 많다”는 청와대 내부 의견에 부딪혀 유 변호사의 청와대 입성은 결국 좌절됐다. 이 법무비서관의 후임에는 판사 출신 김종필 법무비서관이 임명됐다.
유 변호사를 아는 한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이 왜 많은 변호사를 내버려 두고 유 변호사를 선택했는지 알아봤더니, 정말 맘 편하게 내 편에서 변호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며 “실력보다는 충성을 중시하는 이번 정권의 인사 코드와 그 궤를 같이 하는 변호사 선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원래 검찰은 조직에 피해를 주고 나간 선배에 대해서는 냉정한 면이 있다”며 “유 변호사도 좋지 않은 모습으로 나갔기 때문에 그 뒤에도 검찰과 네트워크가 좋지 않았고, 그런 면에서 검찰과 수사 과정을 놓고 소통이 원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검사 역시 “원래 좋지 않게 나간 선수(검사들끼리 서로 부르는 호칭)들이 더 잘 되지 않느냐, 그런 면에서 유 변호사를 알고 지내는 검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실제 유 변호사는 어제 오후가 되서야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를 이끌고 있는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사법연수원 20기)를 찾아, 연락처(명함)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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