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으로서는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박근혜 대통령이 ‘원조친박’ 유영하 변호사를 선임하며 수사 대비에 들어갔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관련 검찰 조사를 앞두고 변호인으로 유영하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15일 밝혔다.
유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4기로 창원지검, 청주지검, 인천지검, 서울지검 북부지청 등에서 검사로 근무했다. 이후 법무법인 우진 등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현재 개인 사무실을 열고 일하고 있다. 2014년부터 지난 1월까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도 역임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청와대에서 다수의 변호사를 선임해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박 대통령은 유 변호사 1명만 선임한 것이다.
유 변호사의 선임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박 대통령 변호인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다른 변호인들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유 변호사의 경우 검사 경력이 화려하진 않지만, 지난 총선에서도 ‘진박’으로 공천을 받기도 했던 인물”이라며 “그만큼 박 대통령 주변에 믿을 만한 사람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특히 유 변호사는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 측의 약점이었던 ‘BBK 사건’ 김경준 씨의 기획 입국을 위해 미국에 건너가 김경준 씨를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경준 씨는 천안교도소 수감 중이던 지난 2012년 ‘BBK의 배신’이라는 옥중 자서전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김 씨는 당시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 대선 경선을 벌였던 박근혜 후보 측에서 집요하게 귀국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혜훈 전 의원은 나의 가족과 몇 달 동안 수없이 통화하고 나의 조기 입국을 촉구했다. 구체적인 대가와 조건들까지 진지하게 논의했다. 2007년 2~3월쯤부터 박 후보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박 후보 측에서 이 대통령의 비리를 조사하면서 유영하 변호사를 내게 보냈다”는 것이다.
김 씨의 주장대로라면 당시 박 대통령은 경선 경쟁자였던 이명박 후보를 이기기 위해 이 후보의 치부를 쥐고 있는 김 씨의 입국을 종용하는 정치공작을 벌였고, 유 변호사가 이를 위해 앞장섰다는 얘기가 된다.
이로 인해 유 변호사는 지난 2014년 2월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임명 당시 야당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정성호 당시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유 변호사가 “BBK 사건의 주역이었던 김경준 씨를 미국 교도소까지 찾아가 기획 입국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되기까지 했던 인물”이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유 변호사는 지난 2012년 10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마디로 말도 안 된다. 이미 있는 그대로 밝힌 바 있고 더 이상 코멘트할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2007년 3월 초와 중순에 미국에 가서 김 씨를 세 번 만났다. 그 당시 이혜훈 의원과는 친분도 없었고 당연히 같이 간 것도 아니다. 김 씨가 굉장히 억울해 한다는 얘기를 선배인 정인봉 변호사로부터 전해 들었고 정 변호사의 사정으로 내가 대신 가게 된 것이다”며 “그런데 그는 BBK와 관련된 어떤 구체적인 얘기도 하지 않았고 어떤 증거도 보여주지 않았다. 진실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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