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엉겅퀴(국화과, 학명 Cirsium toraiense Nakai)
너른 들녘에는 누렇게 익은 벼가 황금빛 물결을 일렁이며 넘실거리고 파란 가을 하늘은 아스라이 높아만 보이는 계절에 만난 동래엉겅퀴 꽃이다. 쑥부쟁이, 산국 등 가을바람에 한들거리는 하얗고 노란 들꽃 속에 여인의 화장솔처럼 빨간 꽃술이 단정하게 뭉쳐 피어나는 꽃이다.
노란 황금 들녘 한가운데로 이어지는 여인의 가르마 같은 논둑길 따라 푸른 하늘과 대조적인 붉은 색깔로 올망졸망 피어 올린 꽃 무더기가 지나는 꽃쟁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샛노란 황금 들녘에 붉은 꽃술 도도히 내밀고 벌, 나비 유혹하는 빨간 동래엉겅퀴가 천박한 들병이가 아닌 격조 있는 풍류 기생처럼 멋스러움이 넘치는 것은 풍성한 가을 들녘의 여유로움과 자연 속의 어울림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원에 잘 가꾸어진 꽃이 아니라서 있는 그대로 자빠지고 드러눕고, 구부러지고 곧게 서고, 높고 낮은 꽃대에 화사하게 매달린 꽃송이가 오히려 자연스럽고 포근한 어울림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송이송이 피워내는 낱낱의 붉은 꽃망울에 도란도란 정겨운 속삭임이 묻어날 듯한 가을 벌판 논두렁의 동래엉겅퀴 잔상(殘像)이 한아름 가슴에 남아 있어 누군가 다정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만 같은 만추(晩秋)의 설렘에 젖어본다.
동래엉겅퀴는 부산 동래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부산, 경남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6~8월 한더위에 농염한 빛깔로 피어나는 엉겅퀴와 달리 소슬바람 살랑대는 가을 들녘에 붉게 피어나는 꽃이다. 꽃대에 골이 진 줄이 있으며 총포가 엉겅퀴보다 넓고 줄기잎은 버들잎엉겅퀴를 닮은 긴 피침형이다. 동래엉겅퀴는 줄기잎이 깃꼴 모양으로 깊게 갈라진 엉겅퀴와 다르고 뿌리잎이 깃꼴 모양의 결각이 있어 버들잎엉겅퀴와도 또한 다르다.
박대문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