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아젠다

100만 명의 의미; 전체 인구의 95% 이상

과학자가 본 촛불집회

2016.11.13(Sun) 13:17:05

3차에 걸친 대규모 촛불집회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숨을 죽이며 집에서 이 광경을 지켜본 대다수의 국민들은 안전하고 차분하게 집회가 마무리된 것을 보고 대한민국 ‘시민의 품격’을 느꼈을 것이다.

 

평범하고 선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집회 현장에 처음으로 가 본 필자는 그 현장의 열기를 직접 느끼고 싶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아마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특히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현장에 나온 수많은 시민들은 질서 정연하게 큰 혼란없이 집회에 참석하여 ‘시민의 품격’을 증명해 주었다. 마치 거리축제 또는 야구장의 응원 분위기 같았다.

 

100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고 한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주최측 추산 100만 명, 경찰측 추산 26만 명’이 어제 광화문 일대와 시청 광장에 운집했다고 한다[1].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100만 명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11월 12일 광화문 세종대로에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군중의 규모를 측정(counting)하거나 추산(estimating)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수학이나 통계학 또는 저널리즘의 중요한 문제로 연구되고 있으며, 군중 행동에 관한 물리학 주제로 연구되기도 한다. 필자는 나노입자가 미세유체관에서 이동하는 문제를 연구하고 있어서 유사한 주제를 다룰 때가 많다.

 

경찰 측 추산은 26만 명이다. 경찰은 일정 구역의 안전과 방어를 목적으로 일정 면적에 운집한 참석자의 밀도를 추산한다. 대개는 앉아있거나 서있는 ‘멈춰있는 군중(static crowd)’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평 공간에 서있는 사람들 수를 9~10명 정도로 추산하는 ‘페르미법’을 적용했을 것이라고 한다[1]. 약 0.33평방미터당 1명꼴이다. 대개 경찰 측 추산은 실제보다 적다(underestimate). 그 값이 26만 명이다.

 

군중의 규모를 추산하는 문제에 최근 좋은 글을 보고한 멜버른대 Watson 교수와 홍콩대 Yip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2], 공연장 맨앞의 밀집한 멈춰있는 군중의 밀도는 0.23 평방미터당 1명이다. 이들은 이렇게 밀집한 군중의 밀도를 ‘mosh-pit’ 밀도라고 불렀다. 레이디 가가의 공연장을 연상하면 된다. 어제 서울 광장의 시민들은 이 정도의 밀도 또는 좀더 높은 밀도를 느꼈을 것이다. m​osh-pit 밀도로 추산하면 경찰측 추산보다 약간 더 많은 34만 명이다.

 

좀 더 어려운 문제는 ‘움직이는 군중(mobile crowd)’이다. 행진을(march) 하거나 퍼레이드(parade)를 하며 움직이는 군중의 규모는 시간과 위치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추산하기가 매우 어렵다. 기술적으로 모니터로 측정하거나 두 위치에서 측정하여 중복되는 수를 보정하는 방법 등이 알려져 있지만 움직이는 군중을 정확하게 추산하는 것은 아직 보완이 많이 필요하다[3]. 여기에 한 가지 더 어려움을 주는 요소가 있다. 바로 참여 인원이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현상이다. 어제 서울 시민들과 지방의 많은 시민들은 수시로 광장에 들어오고 나갔기 때문에 정확한 현장의 참여 인원을 추산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필자가 머물러 있던 서울시청 광장만 해도 수많은 시민들이 계속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물리학에서 움직이는 입자나 멈춰있는 입자를 물질의 ‘상태(state)’로 이해한다. 고체는 입자가 고정된 위치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이며, 액체는 입자가 주변 입자와 약하게 붙어 있어 움직일 수 있는 상태이다. 기체는 입자 사이에 아무 상호작용이 없어 마치 공간에 홀로 있는 듯한 상태이다. 어제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액체와 고체 사이를 오가는 상태변화(phase transition)를 경험했던 것이다. 집회가 열린 시간이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로 보고(6시간) 대략 한 사람이 한 공간에 머문 시간을 ‘2시간’ 정도로 본다면 3명의 유동 인원이 같은 공간에 다른 시간 동안 참석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그렇게 추산하면 m​osh-pit 밀도로 추산한 34만 명의 3배를 하면 된다. 어림잡아 100만 명이 되는 것이다.

 

대개 주최 측 추산은 경찰 추산보다 2~3배 많다. 어제 촛불집회의 경우는 4배 차이가 난다. Watson 교수와 Yip 교수의 글[2] 마지막에 이렇게 언급되어 있다. “집회가 좋은 목적이면 인원수의 과장은 하얀 거짓말(white lie)이지만, 축소하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politically motivated)가 있는 것이다.”

 

2배가 되었든 4배가 되었든 어제 참석한 인원수가 얼마가 되었든 현 정부의 최고 책임자는 국민의 뜻이 100만이 아니라 이미 전체 인구의 95%가 넘었음을 인식하고 국민의 뜻을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1] 연합뉴스: http://media.daum.net/v/20161112233239434#none

[2] Ray Watson and Paul Yip, Significance 8, 104-107 (2011).

[3] International journalists network, https://ijnet.org/en/blog/how-reporters-can-estimate-number-people-crowd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https://goo.gl/8qm8v1

[핫클릭]

· 상전이(Phase Transition): 국민대통합을 넘어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