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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노포열전] ‘밤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해장국, 용두동 어머니대성집

2016.11.10(Thu) 14:15:35

나는 주로 ‘밤일’을 한다. 오해하지 마시라. 요리사, 특히나 나처럼 펍을 겸한 식당에서 일하는 게 바로 밤일 아닌가. 손님들이 한창 먹고마시는 시간이 바로 밤이요, 우리는 별수 없이 그 귀한(?) 저녁시간을 일하는 데 투자한다. 그래서 온전한 휴식은 일반인들이 잠자리에 들려는 시간대이기 십상이다. 밤 열 시, 열한 시가 보통이고 더러는 새벽 한두 시에도 끝난다. 

 

문제는 우리들의 시간에는 문을 연 집이 없게 마련. 늘 냉면 한 그릇과 제육 한 접시가 당기는데, 밤에 여는 냉면집은 없다. 제대로 된 냉면을 밤에도 주는 집이 있으면 좀 알려주시기 바란다. 방배동의 장수원이 꽤 늦게까지 냉면 주문을 받지만, 그래봐야 밤 아홉시 반 정도까지다. 그러니, 늘 밤 시간은 허전하고 막막하다. 그럴 때 비장의 카드를 꺼내게 된다. 종로로 나가서 청진옥에서 허기를 푼다. 선지해장국이야말로 문자 그대로 해장의 대장이니까.

 

비슷한 해장국집 중에 ‘어머니대성집’이 있다. 참 애매한 입지다. 용두동은 서울시내에서도 꽤 오랜 역사가 있는 동네다. 동시에 발전도 거의 없어서 답십리와 함께 마치 서울의 오지 같은 곳이기도 하다. 이즈음 이 동네에 가면 약간은 을씨년스럽다. 재개발을 하려는지, 분위기가 뒤숭숭하기 때문이다. 그 동네 한가운데, 어머니대성집이 밤에 불을 밝힌다. 

 

어머니대성집은 밤새 장사를 한다. ‘밤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이 집 해장국은 국내 최고 수준, 균형감 있는 맛이 일품이다.


원래는 밤 아홉 시에 문을 열었다. 이런 시간에 오픈은 동대문 패션타운에서나 볼 수 있는데, 여염 동네에 아홉 시라니. 최근에 오픈 시간을 당겨서 저녁을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몇 달 전만 해도 저녁시간에 이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가 문을 안 열어 낭패보는 이들이 많았다. 이런 오픈 시간만 봐도 이 집의 고집을 느낄 수 있다. 팔고 싶은 시간에 판다, 이런 엇박자는 식당의 품질 자신감을 뜻하기도 한다.

 

그렇게 열어서 밤새 영업한다. 물론 아침에도 열려 있다. 그러니, 밤일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앞서 동대문 패션타운은 물론이고 낮과 밤을 반대로 사는 이들이 이 집의 주고객이다. 그중에는 연예인 같은 방송종사자도 많다.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한 이들이 방 한구석(이집은 방이 옛 모습으로 남아 있어서 인기 있다)에서 소줏잔에 해장국을 먹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옆자리 사람과 엉덩이를 붙이고서.

 

이 집의 ‘어머니’는 주인인 전인성 여사(73세)다. 아침부터 점심시간까지는 이 전설적인 여자 주방장을 볼 수 있다. 1967년에 개업, 벌써 50여 년에 이르는 업력이다.

 

나는 이 집의 해장국의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다 자기 입맛이 있지만, 균형감 있는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어디에도 기울지 않고, 좋은 재료를 충분히 넣어 낸 국물과 고명이 맞춤하다. 해장국은 특(9000원)과 보통(7000원)이 있는데 고기의 양이 달라진다. 나는 내장수육이나 모둠수육을 시켜서 한잔하고, 보통으로 해장국을 시켜서 마무리한다. 해장국에는 선지가 풍성하게 들어 있다(물론 싫어하는 이는 빼도 된다). 밥을 무조건 토렴해서 내는 것도 마음에 든다. 토렴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 밥이 든 뚝배기에 손 데어가며 일일이 국을 넣었다 따라냈다 해야 한다.

 

이 집 해장국은 고명이 아주 특이하기로도 유명하다. 잘게 다져진 듯한 삶은 쇠고기 살점이 올라가 있다. 무엇보다 국물의 맛이 어머니대성집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균형감,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깊고 넉넉하면서 순하다. 매운맛은 알아서 조절하면 되는데, 그냥 준대로 먹는 것이 최고다. 국을 입에 넣기 시작하면 계속 당긴다. 그러면서도 뒷맛이 깔끔하다.

 

안주로 인기 있는 것은 육회와 수육인데, 하나같이 인기 있다. 이렇게 고르게 무엇이든 잘하기도 힘들다. 모둠수육은 내장과 등심 수육이 같이 나온다.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씹는 맛이 좋은 내장에다가 아주 잘 삶았으되 뻣뻣하지 않은 수육을 같이 낸다. 수육은 3만 원 이상이라 값이 좀 부담스럽지만, 일단 시켜서 먹어보면 뒷말이 없다.

 

수육도 맛이 그만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좋다. 3만 원 넘는 값이 좀 부담스럽지만 일단 시켜서 먹어보면 뒷말이 없다.


옹두동은 조선시대에 왕이 친경(親耕)을 하고 권농 행사를 치르던 선농단이 있을 만큼 유서 깊은 동네다. 조선시대에는 시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이 모여 살았고, 아주 오래된 서민들의 주택가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이 많아서 새벽부터 뜨거운 밥을 먹을 수 있는 이 집이 쉽게 자리잡았다. 원래 해장국집은 노동 친화적(?)인 곳이다. 시절이 바뀌면서 밤새 나이트클럽에서 즐기던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고, 경제호황기에 24시간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손님이 크게 늘었다. 경기 불황을 맞아서 밤을 새우는 식당과 술집이 크게 줄었지만, 어머니대성집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업한다.

 

직원들이 늘 친절해서 인기 있고, 대를 이어서 가게를 이끄는 2세들이 나와서 직접 일한다. 찾아가는 법이야 요새 내비게이터가 워낙 정확하니 걱정없지만, 과거에는 참 설명하기 애매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었다.

“지하철 신설동역 1번 출구로 나와서 앞 10시 방향, 직진해서 안암천 다리 건너 첫 번째 사거리에서 다시 11시 방향 좌회전해서 백여 미터 직진….”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면 대충 어지간히 가신 후 동네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다(문의 02-923-1718).​

박찬일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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