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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생각해본다면…] 스타벅스에 보조금을 허하라

‘카페공화국’의 사정

2016.11.09(Wed) 16:48:25

느낌상 소득이 높은 싱가폴, 일본, 호주 등도 우리나라만큼 카페가 많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오히려 확실히 적다고 느꼈다. 정확한 통계를 찾긴 힘들지만 확실히 한국에선 카페를 찾기가 쉽다.

 


왜 이렇게 카페가 많을까 생각을 하던 차에 공원의 부재를 대한민국에선 카페가 채워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런저런 나라를 다니며 느낀 건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자전거타기와 공원 만들기에 적합하진 않다는 사실이다. 서울만 생각해봐도 여유 있게 쓸 만한 평지가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환경에선 공원에서 파리지앵들 마냥 누워 햇빛을 즐길만한 날씨는 일년에 한두달이 안된다. 테라스카페, 펍이 운영하는 기간을 한번 생각해보자. 

 

지형상 한계와 기후적 특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시민들은 서안해양성 기후 국가 시민들처럼 산들바람을 즐기며 잔디밭에 누워있기 힘들다. 꼭 서울이 회색도시여서만은 아니다. 또한 광장도 그렇다. 광장에서 오손도손 놀기엔 날씨가 너무 거칠다.

 

그러므로 시민들의 휴양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는 공간으로서 카페가 일종의 공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혹은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을 수 있는 곳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외국에선 도심의 벤치와 공원이 그런 공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카페를 제외하고 그럴 만한 곳이 없다. 

 

그러므로 한국 카페의 영업장은 넓어야 하고 콘센트도 있어야하며 영업장 회전율은 낮다. 이런 특이한 모습은 카페를 공원으로 치환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우리나라 스타벅스의 영업이익률은 다른 국가 스타벅스에 비해 현저히 낮고(2015년 공시 기준 스타벅스 영업이익률 19%, 스타벅스코리아 6.1%) 매장의 평균 면적도 매우 넓다.

 

사진=스타벅스 홈페이지

즉, 외국에선 공공재인 공원이 맡을 역할을 카페가 담당하고 있다. 이른바 '카페공화국'이라는 자조(?)도 우리사회 어디나 그렇듯 공공재의 부족에서 유발된 현상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당 원두 소비량은 세계 평균수준에 불과하고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2015, 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 그러나 카페는 많다. 우리는 공간을 향유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카페가 많을 수밖에 없고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매장을 소형화하고 테이크아웃 중심으로 사세를 확장중인 저가 카페브랜드들은 한국에서의 카페의 업에 대해 헛다리 짚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많이 부족한 휴게공간으로서 카페는 점점 더 대형화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다. 반면에 공간으로서 가치가 없는 ‘커피가게’들은 편의점 1000원커피에 축출된다. 실제로 1년새 편의점 원두커피의 매출은 무려 4배나 증가하며 편의점의 킬러상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편의점 커피가 보편화된 일본에서도 관찰되는 모습이다.

 

여기서부턴 한번 논의를 재미있게 밀고가볼까? 이왕 카페가 공공재의 역할을 감당한다고 가정해보자. 카페는 긍정적 외부효과를 동반한다. 스타벅스의 입점은 주변 거주자에게 손님뿐 아니라 주변 거주자들에게도 효용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동네에 스타벅스가 생긴다하면 집값에 호재가 된다는 사실에서 카페의 긍정적 외부효과를 보여준다. 부동산 가치 상승 유발은 덤이다. 

 

이처럼 긍정적 외부효과를 발생시킨다면 사회적 최적수요보다 과소 공급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일정 면적이상 매장의 경우에는 일정한 세금감면을 통해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도록 보조하면 어떨까? 도서관이나 도심공원이 더 많아지는 게 정도겠지만 우선은 말이다. 뭐 재미있게 생각해본다면 그렇다.

 

그래서 소인은 감히 스타벅스 등 카페에 대한 국가의 보조를 주장해봅니다. 

 

이상 스타벅스에서 잡상.

남궁민 ‘예술을 빌려드립니다’ Paleto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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