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냉전시기, 서방의 정보 분석가와 군사전문가들의 최대 관심사는 소련의 군사 퍼레이드였다. 비밀주의로 꽁꽁 숨겨 위성사진으로나 봤던 소련의 신무기가 대개는 대조국전쟁 기념 퍼레이드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소련이 러시아로 바뀌고, 미국,러시아와 함께 새로운 항공우주 강국으로 중국이 올라선 지금, 전 세계의 군사전문가들의 이목은 홍콩과 마카오 근처의 주하이라는 도시에 몰려 있다. 지난 11월 1일부터 6일까지, 중국 최대의 에어쇼인 주하이 에어쇼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밀덕텔링’에서는, 주하이 에어쇼에서 주목할 만한 중국의 신무기들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들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알려졌다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J-20 전투기와 FC-31 전투기 두 종류를 개발하고 있는데, J-20의 경우 중국이 심혈을 기율여 개발 중인 대형 스텔스 전투기로, 그 크기와 중량이 미국의 F-22 랩터, 러시아의 PAK-FA와 동등한 수준에 대규모 스텔스 기술을 적용한 중국 항공기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J-20은 첫 비행부터 극성스러운 중국의 밀리터리 마니아에 의해서 그 사진과 비행 모습이 공개되었는데, 공식 행사에서의 공개는 이번 에어쇼가 처음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J-20이 과거에 알려진 ‘유출’ 사진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점은 기체의 도장이었다. 첫 비행 때는 도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 후 과거 미국의 스텔스 공격기인 F-117 나이트 호크와 같은 어두운 먹색 도장으로 단조로운 도색으로 변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매우 독특하게 변화했다.
어두운 먹색에 가까운 남색 도장에다 아주 약간 밝기가 다른 직각 덩어리로 위장무늬를 했다. 이 색상은 미국의 F-22 랩터와 비슷하면서, 위장무늬의 형태는 러시아의 PAK-FA와 같은 묘한 절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스텔스 전투기에는 도색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동안의 연구로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스텔스 도색을 연구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거기다가 J-20에는 과거에는 확인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도 보였다. 날개의 끝 부분과 공기 흡입구 등 몇 군데에는 이 위장도색 없이, 아이보리색 속에 톱니 모양으로 특수 처리가 되어 있었다.
이것은 RAS로 불리는 전파 흡수 소재다. 최신 스텔스 전투기는 전파를 흡수하기 위해 페인트 대신 탄소섬유 기체 구조물 자체가 전파를 흡수하도록 제작하거나 테이프 형태로 전파 흡수 물질을 부착한다. 전파 흡수를 위해 페인트로 도색할 경우 잘 벗겨지기 쉽고, 공기 흡입구 같은 부분에 이 찌꺼기가 들어가면 비행 시 고장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F-22와 F-35에서나 주로 쓰인 기술로 중국의 J-20이 수년간 스텔스 성능 향상에 각별한 노력을 해 오고 있으며, 이제 J-20이 실전 배치를 앞둔 완성에 가까운 기체라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의 또 다른 스텔스 전투기인 FC-31은 이번에 실제 비행을 하지 않았지만,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정보들이 많이 공개되었다. FC-31은 아직 중국 공군이 도입을 확정하지 않은 중형 스텔스전투기다. FC-31은 중국 해군의 새로운 항공모함에 탑재되거나 혹은 터키나 파키스탄에 수출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고 있다.
FC-31은 이번 에어쇼에서 실물 비행기의 비행 대신에 모형과 기술을 보여준 동영상과 제원을 공개했다. 결론적으로 과거에 알려진 정보보다 더욱 커진 기체 크기와 무장 능력을 갖춘 것으로 공개되었다.
FC-31과 J-20은 둘 다 내부 무장창을 가지고 있는데, 내부 무장창은 스텔스성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다. 스텔스기는 보통 내부 무장창에만 무기를 적재하고 작전에 투입된다. 이번 에어쇼에서 FC-31의 제작사인 선양항공공사는 FC-31이 내부에 6발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네 발의 공대지 미사일, 12발의 250kg급 소형 스마트 유도폭탄을 탑재 가능한 것으로 밝혔다.
또한, FC-31은 길이 17.2m에 최대 이륙중량 28톤으로,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중량은 2~4톤, 길이는 2m 이상 큰 중대형 전투기인 것이 확인되었다. 대한민국이 개발하고 있는 KF-X는 이 FC-31과 외형적으로는 매우 비슷하게 생겨 구분이 어려울 정도인데, 우리 KF-X가 15.6m의 길이에 24톤 내외의 무게를 가진 것으로 생각하면 꽤나 큰 편이다. 다만, 15.6m의 단발 스텔스 전투기인 F-35의 최대 중량 31톤에 비하면 가볍다.
하지만, 서방 언론과 군사전문가들은 이 두 스텔스 전투기의 성능에 강한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데, 주하이 에어쇼에서 공개된 J-20의 시범비행은 최신형 전투기 치고는 평범하고, 강력한 기동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5년 한국에서 처음 비행시범을 펼친 F-22 랩터의 경우, 비행시범에서 초저고도에서 시속 수십km의 초 저속 비행으로 안정성을 유지하거나, 급기동과 급가속, 무음 비행등 일반적인 전투기들이 따라하기 힘든 강력한 비행성능을 과시한 것과 구별된다.
또한, J-20의 설계 자체가 스텔스기로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많다. 스텔스기가 전파와 적외선을 적게 반사하기 위해서는 날개의 모양과 개수가 간단할수록 좋다. J-20의 경우 유럽제 전투기에서 보이는 카나드(귀날개) 모양을 가지고 있어, 이것이 스텔스 설계에 좋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기체 꼬리날개 밑에는 안정용 날개가 추가로 설계되어 있는데, 이 역시 스텔스성에 좋지 않다는 분석들을 흔히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스텔스 전투기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것은 엔진이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제트 전투기에 장착할 엔진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산 전투기에 탑재한 WS-10 제트엔진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중국 공군이 전투기의 인수를 거부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이번 에어쇼에서는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수 조원 규모의 엔진을 구매할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달았다.
이것은 거의 다 J-20과 FC-31, 그리고 수송기과 폭격기에 장착할 제트 엔진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제 엔진이 아니면 제대로 된 성능을 내기 힘들 뿐더러, 러시아의 엔진이 스텔스 설계가 되지 않은 점도 약점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제 RD-33엔진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진 FC-31의 최대 속도는 발표에 따르면 시속 1400km로, 비행기의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인 마하로 환산하면 마하 1.15에 불과하다.
다음 주하이 에어쇼가 개최되는 2018년은, 중국 공군이 J-20의 실전배치를 공언하는 연도이자, 일본 항공자위대와 한국 공군에 최초의 스텔스기인 F-35가 운용되는 시점이다. 2년 후 주하이 에어쇼에서 중국의 스텔스기가 한 차원 더 발전된 성능을 자랑할지 주목할 만하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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