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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그런데 재벌은? ] 이재용 정몽구 구본무 김승연…독대가 ‘독배’ 되나

지난해 7월 오너 등 기업인 7인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 촉각…한진만 부인

2016.11.09(Wed) 06:40:55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주요 재벌그룹 총수나 CEO(최고경영자) 등 7명과 독대한 사실이 알려졌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 대통령과 기업인이 비공개 면담에서 어떤 내용이 오고갔는지에 대해 검찰의 수사 방침이 전해지면서 재계는 총수 소환 여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4일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에 참석,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참여한 대기업 총수 17명이 참석한 공식 간담회가 끝난 뒤 당일과 다음날까지 기업인 7명과 차례로 독대한 것으로 지난 8일 전해졌다. 검찰은 최순실 씨와 함께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제출한 박 대통령의 행사 일정이 담긴 다이어리를 입수해 이러한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진 7명의 재계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창근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한진그룹 측은 조 회장의 독대 사실을 부인했으며 김창근 의장은 당시 수감중이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대신했다. 

 

재계 안팎에선 박 대통령이 공식 간담회와 별도로 총수들을 따로 만난 만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자금 출연을 직접 요청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당시는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로 드러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각각 3개월과 6개월 전으로 설립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들이 시작되던 시점이었다. 

 

결국 16개 재벌그룹 소속 30개 대기업이 지난해 11월과 12월에 걸쳐 미르재단에 486억 원, K스포츠재단엔 19개업이 288억 원의 돈을 출연했다. 검찰은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 재단과 최 씨 등을 지원하면서 정부로부터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도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박 대통령은 올 6월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전방위 수사가 펼쳐지기 전인 올 2월에서 3월 사이 신동빈 롯데 회장도 독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박 대통령이 독대 자리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이나 정유라 씨 지원 등을 요구했다면 박 대통령 역시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안종범 전 수석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 모금과 관련해 박 대통령 지시에 따랐으며 기업들을 만났다고 진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모금 협조 이야기가 나왔다면 기업들이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현안 해결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경우 검찰이 해당 기업에 대해 증뢰(뇌물 제공), 횡령, 배임 혐의를 두고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순실 씨의 최측근이자 또 다른 비선실세로 지목된 차은택 씨(47)가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차 씨의 진술에 따라 연루 기업들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차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귀국 즉시 체포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실제로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와 관련된 분쟁을 겪고 있던 시기였다. 준정부기관인 국민연금이 백기사로 등장해 국내외 자문기구들의 반대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면서 진화됐다. SK는 당시 최태원 회장이 횡령 배임죄로 수감 중이었으며 CJ그룹도 이재현 회장도 와병 중 재판을 받던 시기였다. 한화그룹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김승연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요구하던 중이었다.  

 

해당 기업들은 하나같이 대통령과 총수의 독대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거나 만남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면서도 검찰 수사 불똥이 어디로 튈지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한 그룹 관계자는 “검찰에서 나온 내용이니 검찰에 알아보라. 그룹 입장에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했다. 다른 그룹 관계자는 “1년도 더 지난 일이라 해당 일자에 총수의 구체적인 일정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검찰이 수사하겠다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한진그룹만이 “당시 조양호 회장은 국내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혀 왔다. 

 

한편, 검찰은 대기업 관련 수사를 위한 전담팀을 꾸리는 등 최 씨 의혹에 연루된 대기업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특혜지원 의혹과 관련해 이날 삼성전자 대외협력단 사무실, 한국마사회와 대한승마협회 사무실 등 9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삼성은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 모녀 소유의 스포츠 컨설팅 회사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특혜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삼성은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정유라 씨가 출전하는 마장마술에 약 4년간 186억 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 원을 출연했다. 

 

검찰은 박 아무개 현대차 부사장을 8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현대차는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을 통해 128억 원을 출연했다. 현대차는 최순실 씨 측근인 차은택 씨에 대한 특혜 제공 의혹도 받고 있다. 차씨가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광고 회사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가 설립 1년도 채 되지 않아 현대차그룹 광고 6편을 수주해 제작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에는 이노션이라는 광고 계열사가 있다. 검찰은 지난 7일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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