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쑥부쟁이(국화과, 학명 Aster ciliosus Kitamura)
산들바람이 논두렁길을 훑고 흐른다. 서늘한 가을 기운이 산자락을 타고 능선을 오른다. 한여름 지나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온갖 꽃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낯익은 하얀 꽃이 가을바람 타고 온 듯 주변 곳곳에 피어나기 시작해서 초가을부터 서리 내리는 늦가을까지 빈 들판을 지키는 꽃이다.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초라하지도 않은 흔히 들국화라고 부르는 개쑥부쟁이. 쑥부쟁이와 비슷해서 개쑥부쟁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들국화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이지만, 꽃 이름에 딱히 들국화는 없다. 국화라는 야생화도 없다. 산국, 감국, 구절초와 쑥부쟁이류를 총칭해서 들국화라고 부를 뿐이다.
산국, 감국이야 꽃이 노란색이고, 구절초는 잎이 쑥 모양에 꽃이 큼지막하니까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지만, 쑥부쟁이류는 그 식구가 복잡하다. 쑥부쟁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만 해도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갯쑥부쟁이, 가는쑥부쟁이, 가새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눈개쑥부쟁이, 단양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민쑥부쟁이, 섬쑥부쟁이, 흰개쑥부쟁이, 흰까실쑥부쟁이 등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개쑥부쟁이이다. 여름 기운 채 가시지 않은 가을 문턱부터 찬 서리 내리는 늦가을까지 하얀 꽃을 매단 채 가을바람에 한들거리며 의연하게 서 있는 꽃이다. 마치 꿈에도 못 잊는 객지의 자식이나 먼 길 떠난 임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순박하고 깔끔한 시골 여인의 청초한 자태를 연상케 하는 꽃이다. 그래서인지 꽃말도 그리움, 기다림, 인내이다.
개쑥부쟁이는 높이 1m 정도로 자라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서 가을철 전국의 산과 들 어딜 가나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꽃이다. 가장 비슷한 종으로는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쑥부쟁이가 있으며,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서 만나는 것은 대부분 개쑥부쟁이이다. 개쑥부쟁이는 꽃이 진 뒤 봉오리에 털이 송송 나 있고, 가지를 더 많이 쳐서 꽃핀 모습도 쑥부쟁이보다 훨씬 더 풍성해 보인다.
꽃이나 잎이 매우 비슷한 쑥부쟁이와의 가장 큰 차이는 총포(總苞)에 있다. 총포는 꽃 밑동을 싸고 있는 비늘 조각을 말하는데 쑥부쟁이는 총포가 토종 민들레 꽃받침처럼 꽃잎에 얌전하게 붙어 있어 한국 여인의 쪽 찐 머리 모양으로 단정한 모습이다. 개쑥부쟁이는 총포가 서양민들레 꽃받침처럼 발랑 뒤로 젖혀져 있어 서양 여인의 파마한 산발 머리 같은 모습이다.
스치는 가을바람에 가슴 술렁거리는 한없는 기다림 속의 청초한 가을 여인 같은 꽃, 가을 햇살에 드러낸 해맑은 하얀 꽃 이파리가 맑고 투명하게 가슴에 안겨드는 개쑥부쟁이 꽃이다.
박대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