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 덕분에 무척 바빠졌다. 자연스럽게 저탄고지(저지방고탄수화물) 체험기 2주차 업데이트가 늦어졌다. 최순실 씨가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 속에서도 저탄고지는 계속됐다. 최 씨가 곰탕을 먹으며 조사를 받을 때 기자도 밥 없이 곰탕으로 한 끼를 때웠다.
그때는 하루에 탄수화물을 10g도 먹지 않을 만큼 극단적으로 시행했던 주였다. 저탄고지를 시행하고 초기에 겪었던 어지러움도 어느 정도 가셨다. 몸이 적응을 했는지 딱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동료들과 식사를 하러 갈 때 메뉴 선정이었다.
2주차의 첫날인 일요일부터 시련은 시작됐다. ‘메이커페어’라는 행사를 방문한 이후 같이 간 일행끼리 점심을 먹기로 하면서다. 백화점 푸드코트에 갔으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었다. 다른 이들은 신이 나서 음식을 골랐다. 매콤달콤한 떡볶이, 고소한 파스타, 끝내주는 피자를 주문해 나눠 먹었다. 하지만 동참할 수 없었다. 저탄고지 때문이었다.
양해를 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아 나섰다. 불고기도 양념 때문에 먹을 수 없었다. 생선구이가 눈에 띄었다. 혼자 따로 앉아 고등어만 먹었다. 입에서 생선 비린내가 났다. 옆에서는 게눈 감추듯 음식이 사라졌고, 하하호호 즐거움이 가득해 보였다. 그래도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뿌듯함은 있었다.
월요일은 건강검진이 있었다. 나중에 건강검진 결과표를 보니 이날 소변검사에서 케톤이 검출된다고 적혀 있었다. 당뇨인 경우 검출된다며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이 되어 있었다. 건강검진을 받고 점심은 순댓국을 먹었다. 당연히 밥은 그대로 남겼다. 같이 먹은 선배가 “넌 밥 안 먹냐”고 물었다. “이제 밥은 안 먹겠다”고 답했다. 선배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저탄고지를 하며 참 애용한 메뉴가 서브웨이에서 파는 ‘터키베이컨 아보카도 샐러드’다. 아보카도는 나무에서 열리는 버터라고 불리며 영양소도 풍부하다. 소스는 대개 올리브유나 랜치 소스를 약간 곁들이는 정도로 먹었다. 이날 저녁도 서브웨이에서 샐러드를 사 먹었다.
화요일은 점심부터 고기를 구웠다. 돼지고기 목심 부위를 구워 먹는데 이젠 익숙해져 느끼함도 느낄 수 없었다. 이 시점에는 식욕이 떨어지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어느 정도 먹다보면 별로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설렁탕이나 순댓국 등 탕 종류를 주문해 밥을 제외하고 먹어도 크게 허기가 지지 않는다.
저녁도 역시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삼겹살을 먹으며 파무침 등 약간 양념이 된 반찬을 먹었다.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절제하다 보니 이 정도에도 마음이 꺼림칙했다. 이 식단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다. 크게 어려움이 없어 언제까지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녁에는 라면이 먹고 싶어졌다. 커뮤니티에서는 라면 스프를 끓여 면을 빼고 곤약 등을 넣어 먹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왠지 지는 것 같아 그런 시도는 하지 않았다.
수요일은 기록을 해두지 않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뭔가 바쁜 날이었나보다. 하지만 2주차는 정말 철저하게 저탄고지를 실천했다고 뚜렷히 기억이 난다. 다음날인 목요일은 오랜만에 사무실 선배와 식사를 하는 시간이었다. 놀랍게도 그 선배는 채식주의자다. 채식주의자와 저탄고지주의자의 만남은 교집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일반적인 메뉴를 파는 곳에서는 둘 다 못 먹겠다 싶어 근처 백반집으로 향했다. 백반집에서 청국장과 생선구이를 시켜 한 명은 청국장만, 또 한 명은 생선만 먹었다. 채식주의자 선배를 보며 늘 먹을 게 참 없구나 싶었다. 알고 보니 저탄고지가 더 먹을 게 없다. 세상 모든 반찬에는 왜 그렇게 양념을 하는지…. 생선과 반찬으로 나온 김만 씹었다. 밥을 먹으며 서로 웃었다. 선배는 나를 보며 웃고, 나는 선배를 보며 웃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금요일 점심은 보통 같은 팀 사람들이 모여 먹는다. 부장은 오래도록 고민해야 했다. ‘도대체 채식주의자와 저탄고지의 교집합은 무엇인가.’ 부장은 결국 샤부샤부 집으로 결정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절반으로 나눠진 냄비에서 한쪽에서는 고기만, 한쪽에서는 채소만 끓었다. 고기를 열심히 집어 먹었다. 그러다 만두나 국수가 끓으면 먹을 수 없었다.
갈증 나는 마음에 샤브샤브에서 우러나온 국물을 들이켜니 곧바로 부장의 지적이 나온다. 국수가 한 번 끓었으니 못 먹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부장은 기자의 저탄고지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겠다고 선언했다. 매서운 질문이었지만 지지 않고 받아쳤다. “‘저탄고지’지, ‘무탄고지’인가요.” 퉁명스럽게 말하고 국물을 마셨다. 어쨌거나 샤브샤브, 성공적이었다.
2주차를 돌아보자. 치즈 2장을 먹은 일요일 아침을 제외하고 한 주 동안 아침을 먹지 않았다. 완전히 저탄고지에 적응됐다. 가장 큰 변화는 허리 사이즈가 놀랍도록 줄어들었다. 벨트 한 칸을 옮겨야 했다. 2주 만에 허리둘레가 크게 줄었다는 점에 놀랐다. 몸무게도 5kg 정도 줄었다.
다만 과연 이게 저탄고지 때문인지, 아니면 먹는 게 줄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저탄고지 이후 식욕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긴 저탄고지로 인해 먹는 양이 줄어들었으니 그게 그건가 싶기도 하다. 앞서 말한 건강검진 결과에서 눈여겨봐야 할 수치가 요산이었다.
요산 수치가 크게 늘어 정상 범위를 벗어나기 직전까지 올랐다. 흔히 요산은 고기나 맥주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고기를 많이 먹어 요산 수치가 증가하지는 않았는지 의심이 갔다. 아직 이때는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아들이기 전이라 이 점을 모른 채 3주차에 돌입했다. 3주차는 2주차와 조금 다른 양상이었다.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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