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지급하는 승마 지원금을 최순실 씨가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려 했다.”
삼성전자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만을 돕기 위해 수십억 원을 최 씨 소유 회사에 건넨 의혹을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수사 중인 가운데, 검찰은 삼성 측으로부터 “최 씨가 지원금을 빼돌리려 했다”는 취지의 참고인 진술을 확보했다.
삼성전자와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계약부터 지난해 9~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최순실·정유라 모녀가 소유한 스포츠 컨설팅 회사 ‘코레(Core)스포츠’와 10개월짜리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명마의 구입·관리, 말 이동을 위한 특수차량 대여, 현지 승마대회 참가 지원 등을 컨설팅해 주는 280만 유로(약 35억 원)짜리 계약이었다.
실제 이 돈 중 10억 원가량은 그랑프리 대회 우승마인 ‘비타나V’를 구입하는데 쓰였는데, 이 말은 정유라 씨 혼자만 훈련했다. 삼성 측은 원래 6명 정도의 선수를 후원하려 했지만, 정 씨만 후원 대상으로 뽑혔기 때문. 최 씨 측은 관련 의혹들에 대해 “정상적인 거래”라는 입장을 검찰에서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에 출석한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승마팀 감독은 최 씨의 주장과 다른 내용들을 털어놨다.
박 전 감독은 검찰에서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이 ‘중장기 로드맵’이라는 명분으로 최 씨의 딸인 정유라 씨를 지원하려 했지만 최 씨가 자금을 혼자 주무르면서 정 씨만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감독은 또 “삼성전자 전무인 황성수 승마협회 부회장에게서 ‘삼성이 스포츠마케팅 전문회사(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돈을 보내 지원할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며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들이 최 씨와의 계약을 직접 챙겼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실제 삼성이 정 씨 등 승마 유망주 육성 명목으로 코레스포츠에 지원한 돈은 정상적으로 집행되지 않았다. 박 전 감독은 “(삼성의 후원 선수 규모 계획이 6명이었기 때문에) 장애물용 말을 추가로 구두 계약했지만 코레스포츠가 돈을 주지 않았다”며 “11월 중순 이 같은 사실을 황 부회장 등 삼성에 말했더니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감독의 진술을 고려할 때 최 씨가 삼성에 사기를 친 것인지, 아니면 삼성이 모종의 도움을 기대하고 최 씨에게 돈을 건넸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에서 재벌 총수 일가들이 직접 챙겼을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오너 일가로의 수사 대상이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에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외에도 여러 대기업 오너, 사장들을 만났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을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독대 자리에서는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설립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지원을 부탁하는 대화가 주로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승마 후원 관련된 얘기가 오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단언할 수 없지만, 사실이라면 확인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언론에 보도가 나온 수준에 불과하고, 실제 박 대통령과 만난 게 사실인지 여부 확인이 우선”이라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자리에 참석했던 대기업 사장, 회장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에 대한 수사는 서면 등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들을 직접 불러 조사할 만큼 확인해야 할 사안이 많으면 모르겠지만, 통상 이 정도 의혹이 전부라고 하면 서면으로 조사해도 부족함이 없다”며 “대기업 측에서도 언론에 관심이 높아 소환에 불응하지 않겠나. 서면 정도 수준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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