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 774억 원을 낸 53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형법상 증뢰(뇌물 제공) 혐의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다.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표명한 만큼 관련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어떠한 공시자료에도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등 기부금 내역을 기재하지 않은 일부 대기업들도 있어 일각에선 검찰의 표적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공시 없이 기부한 기업과 기부금 내역은 한화(15억 원), GS건설(7억 8000만 원), CJ(5억 원), LG전자(1억 8000만 원), LG이노텍(1억 원), LS전선(1억 원), LG하우시스(8000만 원), LS니꼬동제련(2억 3900만 원), 총 8개 기업이다. 이 기업들이 소속된 기업집단 중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다른 계열사들은 공시를 해 논란을 배가시킨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기부금은 기업의 사회공헌도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인 데다가 손비처리가 인정되므로 대다수 기업들이 공시자료에 기재하고 있다, 기재하지 않는다면 주주 등으로부터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다”고 지적했다.
복수의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검찰이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들을 대상으로 업무상 횡령 외에 뇌물 제공 혐의까지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검찰이 두 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을 순차로 조사하겠지만 8개 기업에 대해 회계 장부 정밀 점검, 감사를 한 회계사 소환 등 강도 높은 수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A 변호사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 모금과 관련해 박 대통령 지시에 따랐으며 기업들을 만났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에 따라 검찰이 앞으로 박 대통령, 안 전 수석, 최순실 씨에 대해 직권남용과 수뢰(뇌물수수) 혐의 공동정범으로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도 켜졌다”고 분석했다.
A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선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출연하고 공시하지 않은 기업들에 대해 뇌물 제공에 의심을 강하게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사를 통해 자금 출연과 관련해 이사회가 열렸는지 해당 기업의 회계 장부를 점검해 그런 내용이 없다면 비자금 조성을 통한 뇌물 제공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 변호사는 “공시하지 않고 출연금을 냈다면 검찰은 일단 출처가 불분명한 비자금으로 의심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두 재단의 모금 과정에 청와대 수석이 직접 개입한 만큼 비자금일 경우 이사회 의결이 없었다면 해당 기업 총수만 수사 대상이고 출연 후 이사회 의결을 형식적으로 받았다 해도 이사회 구성원이 공동정범 혐의로 몰려 수사를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들은 한결같이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지만 의무 공시사항이 아니어서 영업외 비용에 포함시켜 회계 처리를 해 문제가 없다”고 선을 긋는다. 그러나 회계장부의 관련 기재 내용에 대한 ‘비즈한국’의 공개 요구에 대해선 8개 기업 모두 응하지 않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부금 기재가 의무 공시사안이라면 공시 위반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전혀 문제없다고 본다”라며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상세히 소명하겠다”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두 재단에 대한 기업들의 출연과 관련해 검찰이 횡령과 뇌물 공여로 볼 경우 기업 총수들이 주요 수사대상이라서 곤혹스럽다”며 “같은 그룹 소속 계열사라도 공시에 기부금을 표기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지 않은가. 당사는 두 재단에 출연한 자금을 회계 장부에 비용 처리로 정확히 게재해 놓았다”라고 주장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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