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이목이 ‘최순실 게이트’에 쏠려 있는 가운데, 박근혜 정권에 찍힌 인물을 향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 부서가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의 직속부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과정을 수사했던 특수단은 최근 산업은행이 대우증권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는지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수사 방향은 당시 대우증권 매각을 지휘했던 홍기택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최근 몇 년 동안 대우증권을 매각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홍기택 전 회장은 지난해 중순, 그간 잠재 매수자들의 부담 요인으로 지적됐던 KDB캐피탈을 따로 떼서 분리 매각하고, 대우증권과 KDB운용만 묶어 패키지로 매각하는 방식도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홍 전 회장의 계획대로 진행된 대우증권 매각에서, 미래에셋증권은 본입찰에서 2조 4500억 원의 최고가를 써내며 경쟁 후보였던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을 따돌리고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검찰이 대우증권 매각을 진행한 산업은행 실무진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한 직후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우증권 인수금액은 2조 3205억 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정말 통 크게 베팅했다는 얘기가 산업은행 내에서도 돌았다”며 “금액으로 보나, 과정으로 보나 문제가 없는데 왜 검찰이 대우증권 매각 관련 자료들을 요구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검찰의 대우증권 물밑 수사는 다소 의외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시작된 수사와 기류가 다르기 때문. ‘몸통’인 대우조선해양 수사 당시에는 대주주의 책임을 묻기 위해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등을 조사하는, 산업은행이 ‘곁다리’였다면 이번 대우증권 수사는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이 몸통이 되고, 대우증권이 곁다리가 된다. 또한 검찰이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여러 자회사들의 관리와 운용 과정에서 문제를 확인하는 쪽으로 수사가 확대될 여지도 생긴다.
자연스레 산업은행은 긴장하는 분위기. 그러면서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자신한다. 그러다보니 홍기택 전 회장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의 산업은행 관계자는 “홍 전 회장이 올해 중순 정권을 비판하는 인터뷰를 작심하고 하지 않았느냐”며 “그때부터 이번 정권에 찍혔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홍 전 회장의 비리를 잡으려고 검찰이 수사 단서를 찾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홍기택 전 회장은 지난 6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 2000억 원 지원은 청와대 서별관회의(비공식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최경환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결정했다”며 “(산업은행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홍 전 회장의 인터뷰를 빌미로 당시 야당은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는데, 청와대와 금융위 등이 강하게 반발한 것은 당연한 결과. 논란이 확대되자 홍 전 은행장은 뒤늦게 “발언과 보도 취지가 다르다”고 해명하며 꼬리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그때부터 ‘이미 늦었다’는 말이 법조계 내에 돌았다. 홍 전 회장의 발언에 대해 당시 대검찰청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수사를 앞두고 산업은행을 이끌었던 자신(홍기택 전 은행장)의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무책임한 발언 아니냐”고 지적했다.
홍기택 전 회장이 최순실 씨와 관계가 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검찰이 성과를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추기를 시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순실 씨와 홍기택 전 회장 부인 등이 속했다는 ‘팔선녀’ 모임이 금융권을 좌지우지한다는 이야기가 검찰에도 들어갔기 때문.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입장에서 홍기택 전 회장은 박근혜 정권 사람이기도 하면서, 박근혜 정권에 찍힌 사람이기도 하다”며 “홍기택 전 회장 수사는 명분으로 봐도 잃을 게 없다”고 평가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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