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인터뷰하기 전 내세우는 조건들이 늘 많았다.”
20년여 전 최태민, 최순실 부녀와 박근혜 대통령까지 모두 인터뷰했던 전직 기자 A 씨는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현재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고 있는 그는 “최순실 씨와 관련해 꽤 많이 알고 있지만 ‘살아있는 권력’이 있는 한 밝히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A 씨가 최씨 부녀를 인터뷰할 당시인 1990년대 초반은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모든 언론사가 유신 정부에 대한 비화를 쏟아낼 때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불거진 ‘박정희·육영수 기념 사업회’와 ‘육영재단’의 분규 사태는 잠시 잊힌 최태민 씨의 개입 여부에 대한 논란을 가져왔다.
당시 상황에 대해 A 씨는 “언론사들이 죄다 최태민 씨 집 앞에서 ‘뻗치기(무작정 기다림)’를 해도 인터뷰에 실패했다”며 “나는 이전에 최순실 씨와 인연이 있었기에 그녀를 통해서 최태민 씨를 인터뷰할 수 있었다(최태민 사후 최순실 씨도 인터뷰)”고 설명했다. A 씨가 최태민 씨를 직접 만났음에도 당시 기사엔 그렇게 쓰지 못했을 정도로 최 씨 측은 조건을 많이 달았다고 한다.
그가 직접 만난 최태민 씨는 영적인 능력을 갖춘 비범한 사람이라기보다 평범한 ‘복덕방 할아버지’에 가까웠다. A 씨는 “얘기를 나눌 때도 지극히 평범했다. ‘어떻게 저런 사람한테 박근혜 씨가 놀아났을까’ 싶을 정도였다”며 “다만 눈매가 날카로워서 예사 사람은 아닌 듯했고 굳이 따지면 ‘급이 있는 사기꾼’ 같은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벌어질 것을 예상했느냐’고 묻자, A 씨는 “물론 언젠가는 터질 줄 알았다”며 “지금의 사태는 육영재단에서 있었던 일들의 확대판일 뿐이다. 당시 박근혜 씨가 이사장으로 있었지만, 인사부터 자금운용까지 최 씨 부녀가 뒤에서 조종하는 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최순실 씨와의 교류에 대해 A 씨는 “최순실 씨와 만나지 않은 건 아주 오래된 일”이며 “당시 (육영재단 일 등) 하는 짓을 보니 도무지 정상이 아니어서 더는 만나지 않았다. 이후 비판 조의 기사를 쓰다 보니 자연히 멀어질 수밖에 없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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