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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민주주의는?

제2의 최순실을 만드는 ‘청와대 권력’

2016.11.02(Wed) 16:47:42

‘이게 나라냐?’ 요즘 일상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평소의 진보 또는 보수적 성향과 관계없이 시민들의 다수가 현 사태에 대해서 분노, 아니 자조 섞인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작금의 상황에서 시민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분노’보다는 ‘자괴감’과 ‘허탈감’이다. 시민들은 대통령으로부터 그리고 우리가 쟁취해냈다고 생각했던 민주주의로부터 상처받았다고 느끼고 있다.

 

야당에서는 ‘특검’ 나아가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대통령의 ‘하야’까지 주장하고 있다. 검찰 역시 제법 규모 있는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시도하고 있다. 그 초점은 최순실과 비선실세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만약 검찰수사 또는 특검, 국정조사 등을 통해 더 충격적인 사실들이 밝혀지고 최순실과 국정농단 주범들이 처벌되거나 심지어 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법적 책임을 진다고 하면 이 사태는 진정으로 마무리 되는 것일까? 혹여 시간이 지나면 또 한 번의 ‘정권말기 청와대발(發) 게이트’로 남게 되고,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혐오감만 부추긴 채 잊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87년 민주주의 체제의 후퇴에 대한 한탄을 늘어놓기 전에 민주화 이후 청와대를 둘러싼 각종 ‘게이트’ 속에서 매번 놓쳐버린 중요한 개혁과제는 무엇이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는 입법부, 사법부, 관료제에도 통제받지 않는 오로지 대통령 개인을 위한 거대한 비선실세들의 궁전처럼 되어버렸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최순실이 나올 것이다. 사진=비즈한국DB

 

사실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는 정권말기에 늘 대통령의 친인척 또는 지인들의 비리문제가 터져 나왔다. 정권 때마다 규모와 내용 등은 조금씩 달랐지만 청와대가 논란에 휩싸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이번 사태 역시 비선실세라 지목된 이들은 여당이나 정부부처가 아니라 청와대 권력 주위에 포진되었다. 그러나 매번 청와대 주변의 권력을 두고 문제가 반복되었지만 이상하리만치 정권이 거듭될수록 청와대의 권력은 더 비대해져만 갔다. 

 

사실 정권마다 발생하는 비선실세 논란, 대통령 친인척 논란 등은 비정상적으로 거대해진 청와대 권력이 개혁되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 비대해진 청와대 권력을 개혁하는 방법이 반드시 ‘개헌’일 이유는 없다. 대통령제라고 해서 반드시 청와대가 가지는 권력의 크기가 거대해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87년 민주화이후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를 바꾸었다고 하지만 정작 청와대 권력으로 대표되는 권위주의적 유산을 개혁하는 데에는 인색했다. 민주화세력 역시 과감한 개혁을 위해서는 청와대가 힘을 가져야 한다는 명분하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때마다 개헌을 언급하며 모든 문제가 마치 낡은 헌법에 있는 것처럼 변명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실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누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시민들에게서 위임된 권력을 함부로 다루려 했으며 그것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어떤 피해를 보게 되었는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모두 밝혀지고 관련자에 대한 처벌이 엄중하게 내려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교훈이 앞으로는 대통령을 잘 뽑자는 말로 그칠 수 없을 것이다. 사적으로 또는 영적(?)으로라도 대통령 개인과 가까운 위치에만 있다면 얼마든지 청와대를 통해 마음껏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구조 자체를 개혁해야 할 것이다. 

 

지금 청와대, 그러니까 대통령이 머무르는 바로 그곳과 그 주변은 우리 민주주의 체제에서 입법부, 사법부, 그리고 관료제에도 통제받지 않는 오로지 대통령 개인을 위한 거대한 비선실세들의 궁전처럼 되어버렸다. 한국정치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제2의 최순실, 제3의 비선실세들은 모양을 바꾼 채 또 등장할 것이 틀림없다. ​ 

 

 

필자 조성주는 정의당 소속의 대한민국 진보 정치인이다. 지난 2015년 정의당 당대표 선거에 입후보하며 발표한 출마선언문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현재 유쾌한 정치 실험 공동체 ‘정치발전소’에서 기획위원을 맡고 있다. 

 

 

 

조성주 정치발전소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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