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경제 악재와 비선실세 최순실 씨로 인한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시계제로 상태에 놓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2일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내정했다. 박 대통령이 새 경제 정책 수장 인선을 서두른 것은 국정의 블랙홀이 되버린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혼란한 정국을 막고 경제 회생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판단함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전임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정부 경제팀에서 산업 구조조정의 실무를 맡았다. 구조조정을 대비한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해 11조원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했고, 이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대우조선 처리방안 등을 만드는 실무도 주도했다.
임 내정자는 ‘준비된 경제부총리’란 평가를 받아 왔다. 그는 거시경제, 금융정책 등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정통 재무·경제 관료다. 행정고시 24회 출신인 임 내정자는 기획재정부 전신인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과 금융정책국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현직 장관급 관료 중에서 드물게 업계 최고경영자 경력을 갖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실장을 끝으로 잠시 공직을 떠난 뒤 2013년 6월부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일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임 위원장은 호남 출신인 데다가 그간 정치권과 유대관계가 좋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과 가능성도 높다. 다만 임 내정자는 국제무대 경험이 매우 적어 G20, 국제통화기금(IMF) 등 경제외교 무대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우리 경제에 직면한 대내외 여건은 첩첩산중이다. 임 내정자는 취임 후엔 경제 정책 수장으로 녹록치 않은 대내외 악재를 헤쳐 나가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한국 경제는 1997년 말 IMF 외환위기를 방불케할 정도로 취약한 상태라는 진단이 쏟아진다.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경기가 침체로 수출은 지난해 이후 2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도 꽁꽁 얼어붙어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이미 13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현재도 폭증세를 거듭하며 우리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 될 경우 가계부채 폭발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욱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에는 이전 정부에서 쌓아 둔 국고를 통해 진화해 나갈 수 있었다면 현 상황은 활용할 수 있는 카드도 제한돼 있다.
임 내정자는 우선 조선·해운·철강 등 전방위 산업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과감히 진행해하고 노동ㆍ공공ㆍ금융 등의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체질을 강화해야 하는 총 책임을 맡게 됐다. 또한 대량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대란과 이로 인한 내수부진, 기업들의 실적부진 악화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임 내정자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고, 수출을 살릴 수 있는 실질적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가 과제들을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려면 최순실 게이트 사태로 촉발된 위험수위에 달한 경제 관련 부처 공무원들의 공직 기강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한편, 경제5단체는 이날 임 내정자가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기업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잘 잡아달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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