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호선 청담역 9번 출구에서 직진, 시티은행 건물지하 1층. 살림꾼 주부라면 위치만으로도 단번에 알아채는 그곳이 있다. 블루독, 알로봇, 룰라비, 밍크뮤 등 고급 영유아복 브랜드를 보유한 ‘(주)서양네트웍스’가 위치한 곳으로 주부들에게는 ‘서양물산’으로 더욱 익숙한 건물이다. 이곳에서 80~90% 할인된 가격으로 패밀리세일이 진행되는 날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 지하에서 건물 옥상까지 아이 옷을 구입하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어린 아이들 옷이지만 서양네트웍스 브랜드는 티셔츠 한 장 5만 원, 니트는 10만 원, 원피스가 20만 원을 훌쩍 넘어서는 가격으로 평상시에는 구입이 쉽지가 않다. 80~90% 할인이 적용되면 티셔츠 한 장 5000원, 원피스 2만 원, 운동화도 1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보니 ‘서양물산 패밀리세일’ 소식이 지역맘 카페에 공지되면 행사 첫날 건물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할머니 할아버지, 임산부까지 내 아이, 내 손주를 위한 옷을 저렴하게 ‘득템’하기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오매불망 세일을 기다리며 기쁨을 주었던 내 아이의 옷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최순실과 관련됐다는 소식에 주부들이 이른바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서양네트워크 대표 서동범 씨가 다름 아닌 최 씨의 제부 즉, 여동생 최순천 씨의 남편이었던 것이다.
1991년 서양물산이라는 상호로 설립된 서양네트웍스는 부모들의 애정으로 승승장구하다 2013년 홍콩의 리앤펑그룹에 약 2000억 원에 팔렸다. 그러나 서동범 대표는 현재 30%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며 여전히 2대 주주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서 씨가 2013년 3월,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창을 받았고 이후 3년간 세무조사 유예 및 징수 유예 보장까지 받았다는 소식에 온라인 주부 커뮤니티에는 분노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청담행사에서 아이 옷을 20만 원 정도 구매했다는 한 네티즌은 자신이 임산부임을 밝히며 “아이 옷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어 무거운 배를 안고 쭈그리고 앉아 옷을 고르고 싸게 잘 샀다고 기뻐했는데, 그 돈이 그 사람들에게 갔다니 어이가 없고 너무 화가 난다”며 “아이들을 생각하는 부모들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주부는 “아이 옷을 대부분 서양물산 브랜드로 입히는 편인데 품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거품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 사실”이라며 “패밀리세일 가격이 적정하다고 생각해 행사 때 주로 구입을 했는데 그 돈마저 그들의 배를 불렸다고 생각하니 너무 짜증난다. 앞으로 절대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양네트웍스 브랜드가 입점한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의 아동복 매장 역시 서동범 부부의 소유로 알려지면서 부산 지역 주부들도 발끈하고 나섰다. 해운대에 거주 중이라는 아이디 sms**의 누리꾼은 “딱 봐도 임대료 비싸 보이는 건물인데 누가 저런 곳에 아동복 매장을 1층에서 3층까지 운영하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었는데 아동복 매장은 물론이고 건물 전체가 최 씨 일가 소유였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화를 감추지 못했다.
대구지역 온라인 주부 커뮤니티에는 “친정 근처에 가격이 저렴한 오프라벨 매장이 있어서 아기이불이며 포대기, 힙시트, 신생아 의류 등 출산준비물 대부분을 이곳에서 구입했는데 운영자가 최순실 씨 가족이었다니 정말 충격적이다. 다른 엄마들도 대부분 그들에게 돈을 보태주고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하거나 기운 빠져한다. 앞으로는 절대 그들의 호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이 올라오자 동참하겠다는 댓글이 수없이 이어졌다.
새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서양네트웍스의 매출액은 1532억 원으로 10년 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전국 매장수가 270여 곳으로 급격히 확대, 총 매출 1846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미영 창업에디터
may424@bizhankook.com[핫클릭]
· [최순실 게이트·단독]
최순실 제부 2005년부터 모범납세자, 명예세무서장까지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