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의혹의 장본인 최순실 씨 동생 최순천 씨의 남편 서동범 대표가 운영하는 ‘서양인터내셔널’이 지난 2005년과 2013년 국세청으로부터 모범납세자로, 2009년에는 서 대표가 명예세무서장에 선정돼 논란이 예상된다. 2013년 모범납세자로 선정됐다는 점은 알려졌지만 지속적으로 국세청의 표창을 받아온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모범납세자로 선정될 경우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3년간 유예 받는 등 혜택이 있다.
지난 2005년 10월 서양인터내셔널은 모범납세자 국세청장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어 지난 2013년 1월 모범납세자로 또 한 번 선정됐다. 지난 2005년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대표최고위원을 역임하며 당을 지휘하고 있었다. 2013년 역시 당시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한 직후로 막강한 권한이 집중되는 시기였다.
더군다나 서양인터내셔널은 지난 2012년 말부터 홍콩기업인 ‘리앤펑’에 매각 소식이 들려 왔고 모범납세자 선정 약 한 달 후인 2013년 2월 경영권을 매각했다. 모범납세자 선정으로 지분 매각과 관련한 세무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는 특혜를 누렸을 수 있다. 지난 2014년 연기자 송혜교 씨도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후 탈세를 해 모범납세자 혜택 중 하나인 세무조사 유예기간을 악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박성진 텍스스퀘어 세무사는 “모범납세자로 선정되면 세무조사가 유예된다는 혜택을 악용해 탈세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이미 발생하고 있다”며 “모범납세자들에 대한 국세청의 사후조사 결과로도 매년 1000억 원 가까이에 이르는 세금을 추징당할 정도로 탈세 수법과 규모도 대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결과적으로 세무조사를 미뤄주는 혜택은 모범납세자 제도의 시행 취지와도 맞지 않으며, 정말 성실한 납세자에게 세무조사 유예는 애초에 혜택이라고 부를 수 도 없다”면서 “모범이 될 만큼 깨끗해서 세무조사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데 조사를 유예해주는 것이 그들에게 무슨 혜택이겠느냐. 해당 규정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세무조사는 일반적으로 매각 직후 실시되지 않아 꼭 매각을 대비한 모범납세자 선정이라고 볼 뚜렷한 근거는 부족하다. 하지만 최 씨의 이권개입 혐의가 분야를 막론하고 제기되고 있어 이 같은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모범납세자로 선정됐을 경우 세무조사 이외에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큰 점도 최 씨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다.
익명을 요구한 K 세무사는 “모범납세자 선정 제도는 그들만의 리그와 같다”며 “국세청 내부 방침에 따라 선정 기준이 결정되고 절차와 과정이 모두 외부에 오픈 되는 것이 아니므로 어떤 방식으로 선발하는지 알 겨를이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세청이나 세무공무원 출신들이 퇴직하고 차린 이른바 ‘전관 출신’이 추천하지 않으면 선정 가능성이 낮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가가 수백억 원에 이르는 최순천 씨 보유 청담동 부동산은 취득시점부터 부친 최태민 씨의 자금이 세탁되어 흘러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등 수많은 의혹들이 있어 왔다”며 “이런 의혹에도 불구 해당 부동산에 소재한 최순천 씨 남편의 회사를 타의 모범이 되는 회사로 선정하여 표창하고, 거액의 주식거래가 발생하는 민감한 시기에 세무조사를 유예시킨 것은 무소불위의 공권력을 끼고 본인들의 힘을 대놓고 과시하는 꼴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계속되는 지적에 최순실 씨 관련 탈세 의혹에 대해 국세청도 주시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임환수 국세청장은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최순실 씨가) 국내 법인 운영이나 재산 취득 과정에서 조세 탈루 혐의가 있는지 보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탈루 사실이 확인되면 세법에 따라 엄정히 처리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91년 3월 서양물산이란 이름으로 설립된 서양네트웍스는 유·아동복 전문업체로 블루독, 알로봇, 룰라비, 데님인더박스 등 다수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최순천 씨의 남편 서동범 씨는 회사 매각 이후에도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이에 최근 온라인에서는 최순실 씨의 제부가 운영하는 회사인 서양네트웍스의 브랜드 불매운동도 일고 있다.
‘비즈한국’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서양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답변할 만한 부서가 아니다. 연락을 곧 주겠다”라고 했으나 연락은 없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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