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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여리고 고운 꽃 뒤에 감춘 ‘발톱’, 땅귀개

2016.11.01(Tue) 11:35:52


땅귀개(통발과, 학명 Utricularia bifida L.)

 

식충식물 땅귀개 꽃이 화사하고 곱다. 하도 작아 잎은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꽃이 피어야만 겨우 알아볼 수 있는 습지식물.

 

물 위에 얹힌 6~8mm 크기의 가느다란 잎이 하도 작아 주변 풀에 가려진 채 음습한 습지에서 자라는데, 야리야리하고 부드럽게 피어나는 노란 꽃이 유약해 보여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하는 꽃이다. 땅귀개는 실 같은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주걱 같은 미세한 잎이 군데군데에서 무더기로 나오고, 뿌리에는 벌레잡이 주머니, 포충낭이 달려 있다.

 

귀이개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땅귀개인데 꽃 핀 모습보다는 열매가 더 귀이개를 닮았다. 물이 마르지 않는 질퍽한 습지에서 콩나물 머리 같은 노란 꽃을 한여름이 지난 가을에 피워 올린다.

 

꽃이 피면 귀이개를 거꾸로 꽂아 놓은 듯 작고 앙증맞지만, 실제로는 뿌리로 물벌레를 삼켜 먹으며 자라는 무서운 식충식물이다. 줄기 밑의 뿌리에는 1~2개의 포충낭이 달려 습지 속의 미세한 물벌레가 포충낭을 건드리면 잽싸게 수축하면서 물벌레를 흡입한다. 

 

흡입된 물벌레는 포충낭이 소화해 습지의 산성 땅에서 취할 수 없는 영양물질을 줄기에 공급하고, 잘 자란 땅귀개는 화사하고 고운 노란 꽃을 피워 올려 화사한 색깔로 꽃가루받이 곤충을 유혹한다. 종족 번식을 위해 화려하고 고운 미소나 달콤하고 좋은 향으로 꽃가루받이 매개체인 벌, 나비, 개미, 딱정벌레들을 유혹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습지 속 뿌리는 미세한 물벌레를 살생하여 먹이로 삼고 땅 위의 꽃으로는 화사하고 고운 미소로 꽃가루받이 벌레를 유혹하는 요사(妖邪)한 이중성의 생태를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물벌레의 살생으로 피워낸 악(惡)의 화신과 같은 꽃이다.

 

생존을 위한 극한 속 몸부림일까?

캄캄한 통 속 물세례에 노란 콩나물이 곱게 자라듯 마른 땅 없는 음습한 습지에서 노란 땅귀개 꽃이 야리야리하게 피어나는 것이.

   

자연에서의 생존이란 선(善)도 악(惡)도, 밝음도 어둠도 함께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세계인가 보다. 어둠이 있어야 밝음이 있듯 악이 있어야 선도 있나 보다. 우리네 세상도 그러한 것일까?​ 

박대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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