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더불어 남편의 옷을 대신 쇼핑하는 여자들은 종종 볼멘소리를 한다. 남자 옷은 다 거기서 거기라 살 것이 없다고. 요즘 지하철 안에는 맨투맨 티셔츠나 후디 점퍼를 입은 남자, 짧은 트렌치 코트를 입은 남자, 야상 점퍼를 입은 남자, 그리고 팀 로고가 큼직하게 박힌 야구 점퍼를 입은 남자 정도로 분류된다. 한때 ‘패션강국 대한민국’이란 제목으로 똑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은 여자들 사진이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지만, 실은 남자들도 만만치가 않다.
무엇을 사야 고만고만한 패션에서 탈피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일 때, ‘스카프’가 떠오른 건 신의 한 수다.
프랑스에서는 요즘처럼 수트에 스니커즈를 신고, 클래식이란 ‘규칙’에 무심한 세대를 ‘스카프 세대’라고 부른다. 즉, 수트에도 넥타이 대신 스카프를 맬 만큼 그들에게는 고전적 규칙보다는 자신만의 색이 중요하다. 프랑스의 유명 백화점 ‘봉 마르셰’의 스타일리스트 제라르 테송은 말한다. “스카프가 넥타이를 대신하고 있어요. 요즘은 스카프로 컬러 포인트를 주죠. 예전에는 추위를 막기 위해 모직이나 캐시미어로 된 목도리만 둘렀었지만 요즘에는 화려한 프린트의 스카프를 애용해요.”
옷 좀 입는다는 남자들 사이에게 스카프는 남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한 목 장식으로 불린다. 그 우아함은 스카프와 연관된 몇몇 남자들로부터 파생 되었다. 패션계의 천재 악동으로 불리는 알렉산더 맥퀸에게 영감을 주고, ‘황금 풍뎅이’, ‘검은 고양이’ 같은 단편소설로 유명한 작가(그 역시 천재라는 타이틀이 항상 붙는다) 에드거 앨런 포는 실크 스카프 애호가였다. 침울한 얼굴이지만 그는 항상 셔츠 깃을 세우고 그 위로 타이 대신 스카프를 둘렀다. 그가 희대의 로맨티스트라 불리는 데는 아내에 대한 뜨거운 사랑뿐 아니라 스카프로 대표되는 그의 패션도 한몫했다.
그뿐이 아니다. 수학자 세드릭 빌라니 역시 실크 스카프와 거미 브로치로 학자는 패션에 무신경하고 촌스러울 거라는 편견을 깨고 있다. 이탈리아의 남성 소품점 ‘타이 유어 타이’의 디렉터인 시모네 리기는 패션계에서는 지디만큼이나 팬이 많은 남자다. 그는 남자들에게 옷을 잘 입고 싶다면 우선 스카프와 친해지라고 권한다. “넥타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수트에 다양한 표정을 부여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 하려는 생각은 버리고 당신의 개성을 살리세요. 옷은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나 다름없어요.”라고 덧붙였다.
스카프가 이처럼 스타일링의 양념 역할을 제대로 하는 건, 태생부터가 남다르기 때문. 여느 남성 패션이 기능적인 목적에서 고안된 것과 달리 스카프는 장식적인 부분이 더 강조되었다. 그렇기에 예민한 감각으로 선택해야 된다. 수학 천재가 혹은 문학 천재들이 스카프를 유난히 사랑한 것도 그들의 예민한 감각이 패션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듯.
김민정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