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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경 ‘할 수 있는 게…’ 우병우 ‘조여오는 검’

검찰 내부 “최재경 왜 하필 지금 들어가서”…“우병우 수사 과정 배려 없을 것”

2016.10.31(Mon) 17:52:58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드디어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확산되면서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자, 박근혜 대통령은 고육지책으로 우병우 민정수석(사법연수원 19기) 등 청와대 비서진 일괄 사퇴를 결정했다. 최순실 게이트 등 정권을 흔들 사건을 처리할 민정수석 후임에는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사법연수원 17기)을 임명했다. 

 

지난 30일 사표가 수리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민정수석, 김성우 홍보수석(왼쪽부터). 지난 8월 12일 임시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역대 최고의 힘을 가진 민정수석이었다”는 평과 함께 검찰 인사에 적극 개입해 임기 기간 내내 검찰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우병우 전 수석. 우 전 수석의 후임으로 최 전 지검장이 임명되자, 검찰 내에서는 “검찰이 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재가 청와대에 갔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후임으로 최 전 지검장을 선택한 것은 우병우 수석 때처럼 검찰을 컨트롤 하겠다는 것인데,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지금 상황에서 최재경 전 지검장이 그렇게 해서만은 안 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최재경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서울대 법대 후배로, 김 전 실장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실세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는 대구고 동문으로, 우병우 전 수석이 임명될 때에도 후보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박근혜 정권 실세들과의 인연을 엮지 않아도, 검찰 내에서는 실력만으로도 충분한 인재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검찰이 자랑하는 특수통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할 때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BBK 사건’을 맡을 정도. 소위 잘나가는 검사들만 간다는 특수수사 핵심 대부분이 ‘최재경 라인’으로 분류되고, 이를 꺼려하는 후배 검사들이 드물 정도로 존경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정무적인 판단 능력도 상당하다. BBK 사건 때 관련자 대부분을 무혐의 처분해 결과적으로 이명박 당시 후보의 당선을 도왔는데, 이를 두고 야당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최 내정자에 대해 “정치 검사”라는 꼬리표를 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비난은 받고 있지만, 검찰 내에서 평은 아주 좋다. 최 전 지검장과 같이 일한 한 부장검사는 “합리적인 의사 판단 능력이나, 강단 있게 사건을 끌고 가는 능력을 볼 때 우리 검찰이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재 중에 한 명”이라면서도 “지금 그 자리(민정수석)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왜 하필 박근혜 정권 말기에 그 자리에 갔는지 모르겠다. 다른 정권에서도 쓰임새가 많았을 분”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재경 신임 민정수석. 사진=연합뉴스

‘최재경 라인’으로 불리는 또 다른 부장검사 역시 “민정수석 자리가 검찰하고 관계가 좋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 않느냐”며 “우리 의사 결정 구조를 잘 아는 최재경 전 지검장을 그 자리에 놓은 것은 박근혜 정권이 이번 최순실 게이트 수사 흐름을 놓지 않고 주도적으로 챙기겠다는 의미이고, 청와대가 원하는 대로 그 역할을 최 전 검사장이 수행한다면 최순실을 잡아야만 조직 전체가 살 수 있는 검찰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전 지검장도 그런 역할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지검장을 잘 아는 법조인은 “최 전 지검장이 이번 민정수석 인사를 놓고 마지막까지 ‘(청와대에) 가서 할 수 있는 게 있겠느냐’며 고민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상황에 대한 판단이 빠른 검찰이 ‘뜨는 별’과의 새로운 관계를 고민하고 있다면, ‘지는 별’에 대해서도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우병우·이석수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2주일가량 검찰 소환에 불응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 이 아무개 씨가 어제(30일) 피의자 신분으로 14시간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씨를 상대로 우 전 수석 처가의 화성 땅 차명 보유 의혹을 비롯해 우 전 수석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 횡령과 유용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소환도 조만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흐름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검찰 입장에서 우병우 전 수석은 그동안 눈엣가시였다”며 “우 전 수석이 전임 민정수석들과 다르게 깊숙이 검찰 판단에 개입하면서 적을 많이 만들었는데 사건 처리는 법리적으로 하더라도, 수사 과정적인 부분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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