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의혹의 당사자 최순실 씨가 30일 오전 긴급 귀국하면서 이 사건이 중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난달 초 출국해 종적이 묘연했던 최 씨가 전격 귀국한 것에 대해 청와대, 사건 핵심 관계자와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야권은 귀국 후 구체적인 국내 소재지를 밝히지 않는 최씨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이나 청와대 등 주요 관계자와 접촉해 ‘말맞추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최 씨는 비밀리에 런던 히드로공항에서 브리티시에어웨이 항공편으로 출발해 이날 오전 7시 35분께 인천공항을 통해 홀로 귀국했다.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법무법인 동북아 대표 변호사는 이날 “최 씨가 건강이 좋지 않고 장시간 여행과 시차 등으로 매우 지쳐 있어 하루 정도 몸을 추스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달라”며 “최씨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순응하고 있는 그대로 진술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최 씨에 대한 수사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후 사태는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한 듯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간 검찰은 최순실 씨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압수수색은 물론 수사팀 확대조차 우물쭈물해왔다. 대국민 사과 이틀 후 27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최순실 의혹 특별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더블루K‘이사를 맡아 “최순실 씨의 취미는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이라고 주장한 최 씨 측근 고영태 씨가 특별수사본부 설립 당일 돌연 해외에서 귀국해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28일엔 최 씨와 정권 실세들의 통화 내용이 담긴 77개의 녹취파일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미르와 K스포츠재단 기금 마련을 주도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받았다.
29일과 30일엔 제한적이었지만 청와대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박근혜 정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최 씨 측근 차은택 씨도 곧 중국에서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인적쇄신도 단행했다. 최순실 씨와 연루 의혹이 불거졌던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정호성 부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이 모두 경질됐다.
이에 대해 사태 수습을 미룰수록 박 대통령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최 씨 귀국과 검찰 수사를 통해 사건을 최대한 빨리 미봉·수습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야권은 최근의 일사불란한 상황이 정해진 대로 이뤄지는 상황으로 감지된다며 최 씨를 긴급체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내 간담회에서 “최근 2~3일새 흐름을 보면 진상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하는 시도가 매우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당사자들이 입과 행동을 맞춰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여가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국민의 당 원내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최 씨가 건강과 시차 적응을 위해 검찰에 며칠 말미를 요구했는데 관련자들과 입맞출 시간을 주지 않아야 한다”며 “검찰의 보호아래에서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검찰은 최 씨를 긴급체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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