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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그들은 국세청의 눈을 어떻게 피해갔을까

소득-지출 분석 ​시스템 구축 후 소득 없는 자의 부동산 취득에 철퇴…세무사들 최순실 일가 재산 형성에 ‘갸우뚱’

2016.10.29(Sat) 20:32:56

“어떻게 넘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

 

최근 ‘비즈한국’과 만난 K 세무사는 ‘최순실 게이트’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접촉해 본 많은 세무사들이 최순실 씨에 대해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 지점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바로 최순실 씨와 그 딸 정유라 씨만 피해간 세무조사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국세청의 움직임에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세종시 청사에서 열린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는 임환수 국세청장. 사진=연합뉴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공통적으로 세무사들은 납득하지 못하는 점이 많았다. 먼저 정유라 씨(20)​의 재산이다. 정 씨는 강원도 평창에 약 23만㎡의 임야와 목장 땅을 최 씨와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또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고급 주택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뚜렷한 소득원이 없는 정씨가 이러한 부동산을 취득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재력을 한 번에 쌓아 올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최순실 씨(60)​ 역시 마찬가지다. 최 씨 소유 부동산의 가치를 종합해보면 국내 유수의 재력가 못지않다. 뚜렷한 영리기업을 운영한 기록도 없는 최 씨에게 도대체 이런 자금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의문인 시선이 많았다. 

 

국세청은 직업, 연령, 재산 상태, 소득신고 상황 등으로 볼 때 상속세나 증여세 탈루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위해 2009년 소득-지출 분석(PCI)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FIU(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매년 의심이 가는 거래를 적발하여 검은 돈을 추적하고 있다. 즉 재산 증가액과 소비액이 국세청에 신고된 소득과 차이가 나면 이를 혐의액으로 보고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한다. 

 

박성진 택스스퀘어 세무사는 “PCI 시스템이 구축된 이후에는 소득이 없는 자가 취득한 부동산 등에 대한 세무조사가 매우 많아졌고 세무조사 기법도 향상돼 변칙적인 재산취득 행위가 매우 어려워 졌다”며 “최근에 찾아온 의뢰인의 경우에도 소득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약 3억 원의 아파트에 전세권을 등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국세청에 적발된 사례가 있다. PCI 시스템은 전산으로 관리되는 만큼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유라 씨는 고액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별다른 세무조사를 받은 정황이 없다. 정 씨에게만 특별한 잣대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 씨의 부동산 취득 자금을 최 씨 혹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현금으로 증여받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K 세무사는 “이들이 합법적인 방식으로 증여를 받거나 소위 세탁이 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합법적인 방식의 현금 증여는 받은 현금에 최대 50%의 세금이 부과되어 부담이 가중되며, 증여를 한 사람이 누군지도 신고하게 돼 있어 외부에 티가 난다”며 “​이런 방법을 최순실 씨가 선택했을 리 없을 것 같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른바 꼬리 없는 돈을 만들기 위한 자금세탁 과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K 세무사는 “불법 사이버도박, 성매매 알선, 불법 유흥업소 등 불법적인 일로 검은 돈을 모은 사람들이 세탁할 때 가장 좋아하는 방법이 가방이나 의상 혹은 미술품을 활용하는 것”며 “이런 회사는 원가 1만~2만 원 수준의 물건을 1000만 원, 2000만 원에 팔아도 ‘보이지 않는 가치’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

 

최 씨 측근으로 꼽히는 펜싱 국가대표 출신 고영태 씨가 만든 가방 브랜드 빌로밀로(Villomillo), 일명 ‘박근혜 가방’​이 논란이 됐다. 또한 최 씨는 의상실에서 의상을 만들어 박 대통령에게 입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L 세무사는 “최 씨와 정 씨는 이미 PCI 시스템을 통해 부동산 자금에 대한 고강도의 세무조사를 받았어야 한다”며 “이러한 조사가 미리 이루어 졌다면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과 같은 문제들이 미리 발견되고 뿌리 뽑혔을 가능성이 높다. 전산으로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하는 만큼, 피할 수 없는 조사를 최순실 씨, 정유라 씨가 도대체 무슨 재주를 부려 피해 다녔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요즘 세수 부족 때문인지 국세청은 절세 시도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영세 사업자들에게도 가혹할 정도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최 씨와 그 이해관계자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이용해 행사비를 부풀리고 사업 기회를 몰아주며 수상한 돈 거래를 해왔는데도 아무런 세무조사가 없었다는 점에 영세 사업자들의 불만도 상당하다고 한다. 

 


L 세무사는 “영세 상인에게도 나오는 세무조사를 수백억 원이 오가는 그들만 피해 다니는 것이 놀랍다. 세무업계에 뿌리 깊히 박혀있는 악습인 전관예우를 통해 윗선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파다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L 세무사는 보통 변칙적인 회사들은 국세청 기획조사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언론에 공개된 사항을 빼고도 비리 의혹이 가득한 최 씨 측근들의 회사에 대한 강한 세무조사가 있었다면 이렇게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세무사들은 최 씨 사건에서 조세 비리가 의심되는 이상 조사를 검찰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고도의 세무전문지식을 가진 국세청 조사요원들도 투입해 특별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 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이 투입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조사4국은 대기업의 조세포탈과 해외은닉자산을 전문적으로 찾아내는 일을 한다. 

 

J 세무사는 “최순실 씨 보도를 막으려 청와대가 JTBC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겠다고 협박했다는 보도를 봤다. 최 씨 일가가 국세청장의 머리 위에도 있었다면 남들은 피할 수 없는 이런 세무조사를 피해 다닌 모든 정황이 이해된다”며 “만약 최 씨의 세무 비리를 덮기 위해 관여한 국세 공무원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서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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