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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알앵알] 비틀즈와 페니 레인, 노예박물관, #그런데_우리는?

노래로 유명해진 리버플 페니 레인의 페니는 노예 중개상…가이드 “역사 다시 쓸수 없지만 반성하고 기억해야”

2016.10.28(Fri) 15:24:45

원곡 저작권 사용료가 가장 비싼 가수,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셰익스피어·해리포터 등 수많은 영국산 문화콘텐츠들을 제치고 대미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밴드, 전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밴드, 바로 비틀즈다. 비틀즈는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네 명이 결성한 그룹이다. 이들 멤버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영국 리버풀 노동자 가정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리버풀에 가면 아직까지도 비틀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심지어 도시의 관문인 공항의 이름마저 ‘존 레넌 국제공항’일 정도다. 이에 아직도 비틀즈를 사랑하는 많은 순례자들이 그 곳들을 ‘성지순례’하듯 찾고 있었다. 팝송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한 기자까지도 비틀즈 발자취는 한번쯤 돌아보고 싶은 호기심이 들었다. 

 

리버풀 앨버트 독에 위치한 비틀즈 동상.


가장 유명한 곳은 리버풀 항구 앨버트 독에 있는 비틀즈 동상이다. 네 명의 멤버가 정장을 하고 리버풀 시내를 걷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이 동상은 지난해 12월 4일 공개됐다. 이 날은 비틀즈가 1965년 12월 5일 리버풀 엠파이어 극장에서 마지막 공연을 한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굳은 날씨에도 많은 비틀즈 팬들이 그 동상 옆에 서서 비틀즈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

 

맞은편에는 ‘비틀즈 스토리’라고 하는 박물관 겸 기념품샵이 있다. 비틀즈 앨범을 비롯해 관련 디자인 티셔츠, 가방, 머그컵, 모자, 열쇠고리, 쿠션 등 다양한 삼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그런데 꼭 비틀즈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리버풀을 비롯해 런던의 어느 기념품 매장에 들어가도 비틀즈 관련 상품을 만날 수 있었다.

 

비틀즈 투어를 진행하는 버스와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관광객들.


비틀즈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과 함께 멤버들의 행적을 뒤따르고 싶은 관광객들을 위한 코스도 있다.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 일명 비틀즈 투어다. 기자가 신청한 시간은 아침 첫 투어인 아침 10시 타임이었다. 이미 20여 명의 관광객들이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셔틀버스는 앨버트 독에서 출발해 폴 매카트니가 100곡 이상의 곡을 작곡했던 리버풀의 마지막 집, 존 레논이 다녔던 학교, 매카트니와 레논이 만난 교회, 링고 스타의 집 등을 돌았다. 버스가 운행되는 동안 가이드는 비틀즈의 결성 과정 등 장소와 얽힌 에피소드들을 소개했고, 비틀즈의 명곡을 틀어줬다.

 

비틀즈 멤버 존 레넌이 리버풀에서 살았던 집.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가 리버풀에서 살았던 집.


장소에 따라 버스에 앉아 구경만 하는 곳도 있었고, 버스에서 내려 관람 시간을 갖는 곳도 있었다. 페니 레인, 스트로베리 필즈,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이 어릴 적 살았던 집 등에서 버스가 정차하자, 관광객들은 내려 역사적 장소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일본에서 왔다는 한 젊은 남성 관광객은 “리버풀에 축구를 보러 왔다”며 “리버풀까지 왔는데 비틀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투어를 신청했다”고 전했다.

 

캐번클럽 내부 벽면에 붙어 있는 비틀즈를 비롯한 수많은 뮤지션들의 사진과 기록들.


2시간가량 소요되는 투어를 모두 마치니 버스는 승객들을 매튜스트리트의 캐번클럽 근처에 내려줬다. 캐번클럽은 무명시절 비틀즈가 리버풀에서 처음 274회나 공연을 가지며 유명해진 곳이다. 정오 조금 넘은 시간에 방문해서인지 클럽 안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라이브 공연도 진행하지 않고 조용했다. 하지만 클럽 벽면에 붙어있는 비틀즈를 비롯한 수많은 뮤지션들의 사진들이 클럽의 역사와 전통을 알 수 있게 했다.

 

그런데...

 

리버풀에서 비틀즈 투어를 진행하던 중 중년의 푸근한 인상의 가이드가 페니 레인을 지나면서 말했다. 

 

“페니 레인 도로는 비틀즈의 노래 덕분에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도로 중 하나가 됐다. 그런데 페니 레인의 ‘제임스 페니’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것이다. 제임스 페니는 지난 18세기 악명 높은 노예 중개상이었다. 당시 리버풀은 유럽에서 노예무역으로 가장 활발한 항구 중 하나였다. 그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유럽과 미국으로 보내는 중개 역할을 해 큰돈을 벌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도로명도 받게 된 것이다.”

 

페니 레인 도로를 알리는 표지판에서 비틀즈 팬이 인증샷을 찍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지금은 노예제가 잘못이었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 페니 레인이라는 도로명은 비틀즈 덕분에 유명해졌지만, 한편으로는 비틀즈 덕분에 부끄러운 과거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리버풀시에서는 지난날의 부끄러운 과오를 반성하고, 기억하기 위해 조상들의 치부를 낱낱이 공개한 ‘국제 노예 박물관’을 만들었다.” 

 

머지사이드 해양 박물관 3층에 위치한 국제 노예 박물관.


앨버트 독의 머지사이드 해양 박물관 3층에는 국제 노예 박물관이 위치해있었다. 아프리카 부족들의 삶과 그들이 노예로 끌려오며 겪은 비인간적인 상황, 노예로서의 모습, 또한 현재 인도 등지에서 겪고 있는 현대판 노예 문제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가이드는 덧붙였다. 

 

“우리가 이렇게 하는 것은 역사는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역사를 다시 쓸 수는 없다.”

 

그렇다. 가이드의 말처럼 역사는 다시 쓸 수 없다. 멀리 한국의 어떤 이들을 향한 메시지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냥 그렇다는 거다.​

 

국제 노예 박물관에서는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현대판 노예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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