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를 한글로 풀어쓰면 ‘새누리’가 되며,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을 이어서 읽어 보면 미르-k, 즉 ‘미륵’이 된다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의 꼭대기에 위치한 샤머니즘의 실체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낮에 돌던 ‘찌라시’ 내용이다. 김진명 소설의 클라이맥스에서 읽었을 법한, 입에서 어우 소리가 나올 만큼 지나치게 딱딱 들어맞는, 맨정신이라면 더더욱 믿기 힘든, 나도 모르게 낯간지러움을 느끼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
당최 어디까지가 허구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차라리 이 모든 게 소설이었으면 싶을 정도로 개판이다. 혼란스럽다. 그 어떤 훌륭한 작가라도 지금 여기 대한민국의 이야기를 유려하게 담아내기는 쉽지 않으리라. 무척 뻔뻔해야 한다.(국내에서는 정말 김진명 작가뿐일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대선을 막장 드라마 보듯 바라보았다. 물론 지금은 반성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하는 미국 국민 수준 운운하던 내 입을 찰싹 때려보기도 했다. 릿터 2호에 실린 ‘준비’를 읽으면서도, “인간이라면 그럴 수 있어. 아니 인간이니까 그럴 수 있지”를 연신 되뇌었다. 미 대선 후보 트럼프 가족의 평범한 하루를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올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따끈따끈한 작품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생각해보자. 억만장자의 배우자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단, 돈이 많은 대신 섬세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줄줄이 딸려 있는 자식들 눈치까지 봐야 한다는 조건이다. 먼저 가슴이 ‘No’라고 외치겠지만 머리는 가슴의 외침을 모른 척할 수도 있다. 사랑이란 어쩌면 상대의 모습에 점차 맞춰가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세뇌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여기, 트럼프의 세 번째 아내이자 미 퍼스트레이디 후보인 멀래니아는 오늘도 속이 터지는 중이다.
체코와 슬로베니아 미국이 한데 섞여 복잡해진 트럼프 일가의 족보. 그 안에서 트럼프를 차지하기 위해 펼쳐지는 여자들의 전선은 스트레스 그 자체다. 미국 대 유럽, 어머니 대 딸, 멀래니아 대 이방카, 이방카 대 멀래니아, 때로는 멀래니아 대 이-티 연합일지도 모를 이 진흙탕 싸움에서 과연 승자가 있기는 한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트럼프는 조율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뿐이다. 트럼프에게 중요한 것은 단지 트럼프니까. 소설에서 그의 역할은 너무나도 자명했다. 트럼프는 대표한다. 오래전부터 세상을 쥐고 있는 수많은 남자들을, 나아가 모든 기득권들을.
자신의 벗은 몸을 거울에 비춰 보고 위기의식을 느끼던 멀래니아. 그녀는 본인의 눈동자에 비친 트럼프의 육중함에 대해 생각해보기는 한 걸까? 트럼프가 침실에 들어올 때까지 하고 싶은 말들을 꾹 참고자 했던 멀래니아. 그녀는 자신이 먼저 트럼프를 침실로 불러낼 생각을 왜 하지 않았던 걸까? 이방카는? 티퍼니는? 그녀들은 자신들의 아버지를 그렇게 놔둘 수밖에 없던 걸까?
대한민국이었다면 진즉 명예 훼손으로 잡혀갔을 법한 이 단편을 통해, 아다치에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대선 주자에 대한 단순한 조롱이나 네거티브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어딘지 개운치 않은 느낌이다. 그저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내가 아다치에처럼 소문난 페미니스트는 아니어도 말이다.
이제 유행하는 해시태그로 오늘의 중얼거림을 마쳐보자.
#그런데 최순실은?
아니지. 조금만 더 고쳐서 태그를 달아보는 건 어떨까?
#그래서 최순실은?
녹색양말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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