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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프리즘] 마오쩌둥·덩샤오핑도 골초…흡연자들 천국

관대한 흡연문화, 그래도 이것만은 알아둬야

2016.10.26(Wed) 22:52:21

중국 관광객(요우커)의 방한이 늘면서 이들의 흡연 문화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요우커들이 고궁이나 유원지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물론 심지어 매장 안에서까지 담배를 피우며 쇼핑을 하는 경우도 있어 내국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 

 

요우커들이 이처럼 담배를 함부로 피우는 것은 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흡연 문화 때문이다. 실제, 흡연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중국은 세계 최대의 흡연자수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천만문에 있는 마오 쩌둥 초상화. 그는 생전 대단한 애연가였다.

 

 # 흡연 사망자 하루 3천명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학 저널 ‘The Lancet(랜싯)’에 따르면 중국 20세 이하 젊은 남성 셋 중 하나가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동연구자인 천정밍(陳正明) 옥스퍼드대의  교수는 “중국 젊은 남성의 3분의 2가 흡연자이며 대다수는 20살이 되기 전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금연하지 않으면 그들 중 절반가량은 결국 자신의 습관 때문에 숨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랜싯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중국에서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남성 84만명, 여성 13만명 등 총 97만명으로 하루 3000명에 육박한다. 흡연자 증가세가 계속되면 사망자수는 2030년 200만명, 2050년 300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랜싯의 분석이다.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담배 사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실제, 중국금연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 담배회사들의 연간 총생산량은 1조7000억 개비로 세계 2위 담배 생산국 미국보다 2.5배가 많다. 또 전세계 흡연자 11억 명 가운데 3억 5000만 명이 중국인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 마오쩌둥과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도 유명한 골초였다. 

 

# 하루 40개~60개비 피운 마오쩌둥  

 

마오쩌둥 전 국가 주석을 묘사한 영화나 사진 등을 보면 항상 손 또는 입에 담배가 있었다. 실제, 마오쩌둥 전 주석은 죽기 2년 전인 82세까지 하루에 40개비에서 60개비쯤 피웠다고 한다. 

마오가 처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시기는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중화민국을 세운 신해혁명이 일어났던 1911년이다. 당시 18세 소년이었던 마오 전 주석은 혁명군 소속 한 부대의 사병으로 복무하며 신해혁명의 격랑을 온 몸으로 체험했다. 

 

마오가 가장 많은 담배를 피웠던 시기는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중국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의  제 2차 국공합작이 1947년 결렬되면서 내전이 발발했을 때로 알려져 있다. 

 

당시 마오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는 상황에서 줄담배를 피우며 정신을 가다듬었고, 이 때문에 비 흡연자인 저우언라이 전 중국 총리가 매우 고생했다는 후문이다. 

 

애연가인 마오도 1953년 구소련 지도자 스탈린 사망 이후 잠시 담배를 끊었다. 당시 클리멘트 보로실로프 구 소련군 원수가 “만일 스탈린이 금연을 했다면 그렇게 일찍 죽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말에 자극을 받아 잠시 끊었지만 계속 피웠다. 

 

마오가 담배를 완전히 끊은 시기는 사망하기 2년 전인 1974년이다. 이후 마오는 폐렴으로 1976년 9월 9일 사망했다. 하지만 사인은 흡연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180cm가 넘는 키에 건강체질이었던 그는 1971년 자신의 후계자로 확실시되던 린바오가 소련으로 달아나다 추락사한 '9·13'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고, 이때부터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고 한다. 

 

 

# 덩샤오핑 ‘흡연의 10대 장점’ 역설

 

중국을 개방으로 이끌고 92세로 장수한 덩샤오핑 전 중국 국가 주석 역시 골초였다. 70세가 넘어서까지 정치가로 세 차례의 실각과 복권을 거듭하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덩 전 주석이 오래 살 수 있었던 비결은 ‘낙관적 사고 방식’이라는 게 덩샤오핑 자신과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덩샤오핑 자신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 바로 담배다. 

 

덩은 80세에 ‘흡연의 10대 장점’을 설파한 적이 있다. 이 때까지도 덩은 하루 다섯 갑을 피웠다고 한다. 

 

덩아 주장한 '흡연의 10대 장점'은 다음과 같다. ▲담배를 피우면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흡연은 인내를 기른다. ▲흡연은 일종의 오락이다. 흡연마저 없었더라면 오락이 없는 중국에서는 잠자는 일밖에 없으니 인구가 더 늘었을 것. ▲흡연은 사교에 도움을 준다. ▲흡연은 국가 재정에 큰 공헌을 한다. ▲흡연은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 일이 순조롭게 풀리도록 해 준다. ▲흡연은 젊은이에게는 낭만을, 늙은이에게는 위엄을 갖추도록 해 준다. ▲흡연은 흥정을 할 때 묘책을 찾아내는 시간적 여유를 줘 비 흡연자보다 흥정에 이길 확률을 높인다. ▲흡연은 정서에 도움을 준다. ▲국가가 담배사업을 관장하기 때문에 흡연으로 나온 이익금이 국가 발전 곳곳에 기여하고 있다.

 

# 시진핑 주석은 금연 성공

 

이처럼 현대 중국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두 사람이 애연가여서인지 몰라도 중국인들의 담배 사랑은 유별나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든 아는 사람이든, 상대가 담배를 피든 안 피든 일단 만나면 담배부터 권한다. 

 

또 중국의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신랑은 하객들에게 술을 권하고 신부는 담뱃불을 붙여주는 풍습도 있다. 

특히 중국 사람들은 술자리나 식사 자리에서 상대에게 담배를 권하며 담배를 테이블에 던질 때가 있다. 이는 상대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손이 닿지 않아서 나온 행동일 뿐이니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금연 정책에 따라 최근 중국인들의 흡연량이 줄고 있다. 예전처럼 사무실과 식당 등 막무가내로 담배를 피웠던 중국인들의 모습도 차츰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홍콩 명보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금연에 성공했다는 보도를 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관광지와 유적, 공원, 등에서 별도로 설치된 흡연 구역이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50~500위안(9000~9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니 관광객들은 주의하는 게 좋다. 

 

구경모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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