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Airbnb)라는 서비스가 있다. 남는 집이나 장기 출장 등으로 살던 집이 빌 때 필요한 사람에게 숙소로 빌려주고 돈을 받는 서비스다.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 집이 필요한 사람, 집이 필요 없는 사람을 중개하며 기업가치 300억 달러에 이르는 실리콘밸리 ‘유니콘’이 됐다.
물론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의 정부, 지자체, 규제당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호텔, 모텔, 각종 펜션도 숙박허가를 받고 세금을 내는데 에어비앤비는 그런 게 필요 없다. 덕분에 고객은 다른 숙박업소와 비교해 가격이 저렴해 좋아하지만 정부에게는 언제나 눈엣가시였다.
결국 뉴욕이 세금을 내지 않는 에어비앤비와 전쟁을 선포했다. 뉴욕에서는 에어비앤비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에어비앤비에 자신의 집을 홍보했다가는 최대 약 840만 원의 벌금을 물 수도 있다. 뉴욕시에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온 이유는 에어비앤비 숫자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뉴욕시는 주택이 부족해 월세가 굉장히 비싼 도시인데 일부 집주인이 주택을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업소로 내놓으면서 주택난이 더욱 심화됐기 때문이다. 한 달에 1000달러 받던 방을 에어비앤비로 하루에 100달러씩 30일을 돌리면, 3000달러가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에어비앤비가 월세비용을 더 상승시킨 꼴이 됐다.
평소 알고 지내던 김 아무개 씨도 뉴욕에 가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엄청나게 많은 에어비앤비 숙소는 최대한 원하는 조건을 고를 수 있게 만들어줬다. 뉴욕의 살인적인 물가와 호텔값 때문에라도 조금이라도 저렴한 에어비앤비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뉴욕에 도착해서 깔끔하게 정돈된 방을 직접 보니 선택은 더욱 만족스러워졌다. 문제는 한 밤 중에 생겼다. 김 씨가 자려고 누워있는데 누군가 문이 부서져라 두들겼기 때문이다. 놀란 마음에 문을 열어보니 중년 아랍 남성이 욕을 하며 집을 당장 비우라고 소리쳤다. 이 남성은 당장 비우지 않으면 NYPD(뉴욕경찰)을 부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잘 안 되는 영어로 들어보니 지금 누워있는 집은 빌려준 호스트의 것이 아니었다. 앞에서 고함치는 남성이 집주인이고 집을 임대한 임차인이 마음대로 에어비앤비에 올렸다고 했다.
역시나 잘 안되는 영어로 울며불며 ‘지금 쫓겨나면, 이역만리 타지에서 어디로 가냐. 며칠 뒤에 떠나니 그때까지만 봐달라’로 사정했다. 남성은 ‘여행이라고 하니 일단 기다려라. 임차인과 이야기해보고 다시 오겠다’며 떠났다. 김 씨는 무서운 얼굴로 욕을 섞어가며 ‘경찰을 부른다’, ‘당장 쫓아내겠다’는 남성의 말이 잊히지 않아 두려움에 떨어야했다. 당연히 큰돈을 들여 어렵게 떠나온 여행도 망치게 됐다.
김 씨가 ‘꼭 이런 불합리한 일을 없애달라’며 이야기하면서 에어비앤비에 대한 취재가 시작됐다. 알아보니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나쁜 경험을 얻고 다시는 쓰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아무래도 집을 내놓겠다는 사람을 모아야해서 그런지 호스트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약관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예약했다 취소했을 때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았다. 5분 안에 취소하더라도 10%,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50% 이상을 떼어갔다. 1시간 늦게 체크인한다고 하니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집을 깨끗이 사용했더라도 호스트가 게스트 후기를 일방적으로 남겨 엉망진창인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이런 사례를 모아 기사를 작성했다. 가격만 보고 호텔보다는 에어비앤비로 결정하기 보다는 안 좋은 사례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 후 에어비앤비에서 정책을 급격하게 바꾼다는 공지가 일부 호스트에게만 전달됐다. 내용은 오피스텔, 펜션, 리조트 등을 재임대해 숙박시설로 내놓고 있는 호스트를 막겠다는 공지였다.
이 공지를 통해 기사를 또 쓰게 됐다. 에어비앤비의 이 같은 조치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충격이 될 전망이다. 뉴욕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에도 오피스텔을 빌려 에어비앤비에 내놓고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이 꽤 되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가 이들을 차단한다면 부동산에 오피스텔 물량과 함께 숙소로 쓰기 위해 꾸민 집기들도 대거 나올 수 있다.
공유경제는 미래 신산업의 가장 큰 축이다. ‘우버’나 ‘리프트’ 등 공유경제 서비스가 쏟아지며 세계는 변화하고 있다. 규제를 하자니 미래 산업의 아이콘으로 칭송받는다. 하지만 오피스텔, 펜션, 리조트 등을 재임대해 숙박시설로 내놓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공유경제일까. 고민해야할 문제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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