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뉴스를 보면 우리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세 번이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실업률은 9월 기준으로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저성장 지속, 내수위축, 수출 부진, 가계부채 급증, 생산가능 인구 감소, 조선·해운업 위기, 주요 기업의 성장동력 약화 등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주요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갤럭시노트7 단종 및 리콜 사태로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보다 상황이 나빠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경제가 나작굴서(羅雀掘鼠: 참새를 그물질하고 땅을 파 쥐를 잡아먹는 지경에 이른다는 뜻) 상황으로 치닫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어떻게 이 국면을 타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정계, 재계, 학계, 언론계를 불문하고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경제현안 해결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한 신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일이 절실하다는 것이 공통적인 논조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는 지난해 3월 13대 미래성장동력을 선정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가 미래 성장 기반 확보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동안,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 절대빈곤층의 1/3이 거주하고 있는 인도는 몇몇 미래 산업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주항공과 IT 서비스, 제약이 대표적으로, 인도의 IT 서비스산업 경쟁력은 이미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인도는 ‘저비용 고효율’을 앞세워 우주항공 산업 육성에 매진하고 있는데, 특히 극위성발사체(PSLV)와 지구정지궤도위성발사체(GSLV) 등 자체 개발한 로켓으로 저렴한 가격에 위성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 다른 나라로부터 발사 의뢰를 받은 해외 위성 17개와 자국 위성 3개 등 20개 인공위성을 한꺼번에 발사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9월에는 인공위성 8대를 각각 다른 두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1999년 5월에는 국산 1호 위성인 ‘우리별 3호’를 발사한 적도 있다. 영국 BBC방송은 인도가 지금까지 자국 로켓으로 발사한 외국 인공위성 수는 79개로, 이를 통해 약 1억 2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는 등 상업용 로켓 발사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뿐만 아니다. 2013년 쏘아올린 화성 탐사선 ‘망갈리안(Mangalyaan)’이 2014년 9월 세계 최초로 단 한 번의 시도 만에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하면서 우주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 번 과시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망갈리안 제작에 든 비용이 이틀 전 먼저 화성 궤도에 진입한 미국 탐사선 메이븐(MAVEN)의 10분의 1인 7400만 달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모디 인도 총리는 2014년 6월 연설에서 망갈리안 제작비가 2013년 개봉한 할리우드 SF 영화 ‘그래비티(Gravity)’ 제작비보다 저렴하다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인도의 ‘저비용 고효율’ 전략은 IT 서비스산업 성장에도 크게 기여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IT 아웃소싱이 2000년대 들어 통신기술 발달을 배경으로 크게 확대되기 시작했는데, 저비용의 풍부한 고급 IT 인력을 보유한 인도는 대표적인 아웃소싱 기지로 부상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많은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IT 업무를 아웃소싱하면서 인도 IT 서비스산업이 큰 호황을 맞이하였다. 초기의 IT 아웃소싱은 콜센터, 회계 데이터, 비서 등 단편적인 하청 업무가 주였으나 최근에는 재무분석, 인사 관리, 조달/법률 서비스 등 BPO(business-process outsourcing)로 서비스 범위가 크게 확대되었다.
인도가 글로벌 아웃소싱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5%로 지난해 IT 서비스 및 BPO 수출은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직간접 고용인구만도 1500만 명에 가깝다. 지속적인 무역적자 극복과 고용 창출이 시급한 인도에게 IT 서비스산업은 대표적인 효자산업이자 미래를 책임질 유망 산업이다.
‘세계의 약국’으로 불리는 인도는 제약 산업 중에서도 복제약(제네릭) 산업의 선도 국가다. 고품질이면서 가격이 저렴한 인도의 복제약은 인도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개발도상국에도 공급되며 비싼 약을 구하지 못해 고통 받는 환자들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고 있다. 인도의 연간 제약 수출은 약 130억 달러로, 글로벌 복제약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백신을 중심으로 바이오 제약 산업 역시 빠르게 성장(연간 성장률 20~25%)하고 있는데, 인도는 이미 ‘일반 백신(traditional vaccines)’의 세계 최대 제조국으로 부상했다. 복제약 및 바이오 제약의 빠른 성장을 바탕으로 현재 300억 달러 규모의 인도의 제약 산업은 2020년 550억 달러로 2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인도의 빈곤은 미래 산업 발전에 장애물이 되기보다는 저렴한 가격의 우주 개발을 가능케 했고, 인도를 세계의 백 오피스(back office)로 성장시켰으며, 전 세계 복제약 시장을 주름잡게 했다. 단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이 여세를 몰아 모디 총리는 핵심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의 25개 집중육성 산업에 우주, 제약, IT 서비스를 포함시키며 이들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주발사체, 탄도미사일, 핵무기 등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며 인도를 과학기술 강국으로 이끈 고(故) 압둘 칼람 전 인도 대통령(1931~2015)은 “다르게 생각할 용기, 발명할 용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갈 용기, 불가능한 걸 발견할 용기, 문제를 정복하고 성공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빈곤국인 인도가 미래산업의 선도자로 부상한 것은 이러한 용기가 뒷받침되었기 때문 아닐까. 어쩌면 우리 사회가 저성장 시대의 낯선 미래를 맞이하는 데 그 무엇보다도 가장 필요한 요소일지 모른다.
박소연 국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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