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을 때, 습관처럼 익숙한 환경 속에 놓여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느끼는가. 별반 색다른 느낌을 찾아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당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계가 입력된 정보에 의해 작동되듯이 당신은 일과를 시작할 테지.
침대를 빠져 나와 거실 탁자에 놓인 신문을 펼쳐 볼 게고, 냉장고를 열어 냉수 한 잔 따라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아침밥을 챙겨 먹고, 자동으로 잠기는 현관문 소리로 문단속을 할 것이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버스 정류장에서 의미보다는 익숙한 모양으로 읽히는 노선버스를 타고….
이때까지 당신은 그 어떤 이미지나 의미를 머릿속에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입력된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식의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익숙함으로 포장된 의식이기에.
이처럼 보통 사람들의 일상은 익숙한 안정 속에서 반복된다. 안전은 보장되는 삶이지만 지루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 지금과는 다른 세상. 보다 성숙된 자신의 모습. 꿈만 꾸지 이루기는 쉽지 않다.
그 꿈을 대신 이루어주는 것이 예술이다. 예술의 존재 이유 중에 하나다. 따라서 예술가들은 보통 사람보다 더 절실하게 안전한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김민구가 그림에 담은 것이 바로 보통 사람들의 이런 꿈이다.
그의 그림은 아주 환상적이다. 색채도 그렇고, 소재도 그러하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바람,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소망 같은 결코 만만치 않은 주제를 갖고 있는데도 그림의 의미는 비교적 읽어내기가 수월하다. 김민구 회화의 강점이다.
그는 나무, 꽃, 나비, 풍선, 의자 그리고 치타 같은 동물을 그린다. 나비는 팔랑거리며 날아오르고, 풍선도 검푸른 하늘로 둥실 떠오른다. 치타는 둥그런 나무 둘레를 힘차게 달리며, 커다란 꽃은 의자 위를 둥둥 떠다닌다. 모두가 일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그려져 있다. 지금 이곳으로부터 다른 세계로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표현한 셈이다.
작가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행복을 찾아가는 것, 우리를 감싸고 있던 기존의 낡은 관념이나 현실적 답습의 껍질을 벗고 새로운 모습의 나를 찾고 싶은 열망’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말한다.
그가 선택하는 그림의 소재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많은 작가들이 무수히 그려왔던 것들이다. 지극히 흔한 소재인데 김민구 그림에서는 신선하게 보인다. 익숙한 일상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꿈이 바로 이런 모습은 아닐까.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