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7’ 사태로 인한 구조조정 불똥이 삼성전자를 넘어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로 튀고 있다. 삼성그룹 안팎에선 천문학적 손실을 본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삼성전자 IMT(IT·모바일) 사업부문에 대한 대규모 문책성 인사와 함께 배터리를 공급한 삼성SDI, 스마트폰 기판을 공급한 삼성전기 등에도 파편이 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이달 11일 갤럭시노트7의 연이은 배터리 발화 문제로 출시 2개월 만에 단종과 판매중단이란 초강수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보게 될 총 손실은 ‘7조 원+α’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리콜 손실 1조 원, 단종과 교환·환불 등 직접비용 2조 6000억 원, 판매 실기로 인한 기회 손실이 3조 원대 중반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연말까지 임원 200여 명을 감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 임원수가 총 1087명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20%에 달하는 임원이 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임원 수를 129명 줄였지만 올해는 사상 초유의 갤럭시노트7 사태를 겪은 만큼 문책성 인사에 무게를 두고 감원 규모를 더 늘렸다는 후문이다.
삼성 사장단회의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매주 수요일마다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사장단회의를 열고 있다. 갤럭시노트7 판매중단과 단종 결정 후 12일과 19일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신종균 모바일(IM) 총괄 사장,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 조남성 삼성SDI 사장 등이 연속 불참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핵심 경영자들이다.
갤럭시노트7과 관련해 삼성SDI는 배터리를, 삼성전기는 기판을 공급해왔다. 삼성전자는 각각 두 회사 지분 19.58%, 23.69%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의 자체 조사와 동시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도 국가기술표준원의 의뢰를 받아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의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산업기술시험원은 발화 원인을 삼성의 1차 조사 결과처럼 배터리 설계 결함으로 한정하지 않고 엑스(X)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첨단 방식을 동원해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삼성SDI의 소재R&D센터와 소형전지사업부, 삼성전기 기판사업부 등도 문책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삼성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은 국내 대기업 중 실적에 따른 철저한 신상필벌과 성과주의 인사원칙이 가장 강한 곳”이라며 “이번 갤럭시노트7 개발과 관련된 관계자 상당수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주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삼성그룹은 매해 12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해왔다. 그런데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삼성전자 등기임원에 오를 것으로 확실시되는 이재용 부회장이 새 임원진을 꾸리기 위해 예년보다 임원 인사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달부터 임원들의 실적 등 주요 인사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로선 예년처럼 12월에 임원인사가 단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신종균 사장과 고동진 사장이 사장단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사태 해결과 손실 축소에 최선을 다하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한편 삼성의 감원 바람은 임원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지배구조 개편, 사업 구조조정 추진과 맞물려 거세게 불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6월 말 기준 직원 수가 9만 5420명으로, 지난해 6월 말과 비교할 때 3579명이나 줄었다. 그 외에도 각각 삼성중공업 1756명, 삼성SDI 1741명, 삼성전기 1697명, 삼성물산 1380명, 삼성엔지니어링 1156명, 삼성SDS 690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동생 이서현 사장이 이끄는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실적부진에 시달리면서 대대적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와 여성 액세서리 브랜드 ‘라베노바’는 사업을 접었다. 또한 브랜드들의 통합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이 실시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패션산업 불황에 따른 고강도 자구책”이라며 “전체 1500여 명에 달하는 직원 중 최종적인 권고사직 대상은 100명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머지는 브랜드 통폐합 과정에서 보직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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