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지 말라고 말려요.”
그는 흐뭇한 표정으로 이런 말을 한다. 물론 반어법이다. 힘든 길이지만 새로운 주제를 다르게 다루는 언론사가 많아졌으면 한다. “‘닷 페이스’가 50대에게 인기 있는 순간, 닷 페이스는 망한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뚜렷한 신념도 있다. 명문대 교수이자 인기 컨설턴트였던 강정수 박사(45) 얘기다. 최근 대학을 떠나며 그는 미디어 스타트업체를 발굴·지원하는 엑셀러레이터 ‘메디아티(Mediati)’를 세웠다.
문을 열자 산뜻한 노란 빛깔의 사무실이 눈에 들어온다. 핫팬츠를 입은 여성은 창가에 걸터앉은 채 노트북에 빠져있다. 20~30대로 보이는 청춘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당찬 ‘노란 엔진’을 장착한 이 회사의 목표는 ‘대안언론’이 아닌 ‘새로운 주류 언론’을 만드는 거다. 지난 10월 4일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강정수 박사를 만났다.
―미디어 업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본래 신문도 워낙 좋아해서 한 달에 많으면 6개의 독일 신문을 구독했고 잡지와 주간지도 많이 봤다. 독일에서 공부를 하던 중 학부 말년에 한겨레21 통신원을 했다. 통신원인데도 독일 정부가 기자 자격을 줘 연방 의회 등 정부 기관에도 등록해 출입할 수 있었다. 방학 때는 할 게 없으니 취재를 1주일 동안 다니고 기사 하나 쓰고 그랬다. 그렇게 혼자 하는 기자 생활을 몇 년 했다.”
“경제학으로 석사를 하고 박사 과정에서는 경영학과 지도 교수님을 통해서 온라인 뉴스의 가격의 문제, 가격이 왜 0으로 수렴될 수 밖에 없는지 수리적으로 입증하는 논문을 썼다. 경제학에 가까운 경영논문이지만 대상이 온라인 뉴스였던 거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오기 전부터 블로그를 운영해서 ‘블로터’에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블로그를 열심히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지금 함께 일하는 한국에 돌아와서 시간강사로 네 과목씩 맡으며 일할 때 블로그에서 만난 이선규 기자가 그때 ‘블로그에 적었던 온라인 뉴스의 가격에 대해 강연해줄 수 있느냐’는 식으로 요청하고, 지금의 ‘슬로우뉴스’를 만든 사람들과 이에 대해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그러다보니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에서도 강연 요청이 왔다. 그렇게 강연을 다니다보니까 6개월쯤 후에는 컨설팅 요청도 들어왔고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 컨설팅도 했었다.”
“경영학과와 경제학과를 베이스로 하는 사람이 저널리즘에 대해 이야기하니까 콘텐츠보다는 비즈니스 모델과 혁신의 문제, 조직의 문제와 같은 시각에 좀 더 집중을 하게 됐다. 지금까지 한국에 있던 미디어 학자, 미디어 블로거들에 비해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또 미디어와 더불어 IT와 테크놀로지에 대해서도 글을 쓰는 것처럼 글의 주제가 미디어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 특히 디지털 경제에 대한 부분이 많아 언론사와 방송사들에서 자문과 컨설팅 요청이 들어왔던 것 같다.”
―직함이 많다(강정수 박사는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오픈넷 이사, 미디어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 ‘메디아티’의 대표까지 맡았다).
“그나마 학부 강의는 여기로 오면서 그만 두었다. 현재는 메디아티가 활동의 90%를 차지한다.”
―지금 있는 회사 운영 자금의 출처는 어떻게 되나.
“투자를 받았다. 정규직원 4명과 투자 프로그램과 파트너 프로그램 두 가지를 운영하고 있다. 파트너 프로그램은 아직 투자할지는 모르지만 투자할 가능성이 있는, 한마디로 ‘썸’ 타는 관계다. 마음에는 들지만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관계.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까지 같이 호흡을 맞춰보고 있다. 투자 팀이 정말 괜찮다면 초기 6000만 원의 자금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시드 A 투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정말 더 클 것 같으면 5억~10억 원씩 투자하는 펀드들이 형성되어 있다.
―메디아티의 뜻은 무엇인가.
라틴어계열로 미디어를 메디아(media)라고 부른다. 티(ti)는 사람들이나 그룹을 뜻한다. 그래서 미디어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2010년에 한국에 와서 이런 업체를 차리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나는 학교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내 능력도 안 된다. 강의는 열심히 하고 잘하는 편이지만. 교수는 내 재능이 아닌 거 같다. 나는 그 시간이면 블로그에 쓰고 언론에다 칼럼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학술적 논문보다는. 나의 재능에 집중하고 싶었다.”
―여러 매체 설립을 도왔는데, 대안언론을 직접 만들 생각은 안 했나.
“인터넷 주인찾기라는 컨퍼런스를 하는데 1년에 두 번씩, 너무 똑같은 사람들만 모여 컨퍼런스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콘텐츠 제작할 수 있는 사람들 끌어 모아서 ‘슬로우뉴스’를 만들었다. ‘미스핏츠’ 같은 경우에도 학생들에게 제2의 슬로우뉴스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해서 하게 됐다. 내용은 여러분들이 결정하고 나는 밥 사주고 서포트만 해준다고 했다. 만들고 1년 이후에는 개입을 안 한다. 개입을 한다 해도 콘텐츠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구글 뉴스랩을 운영하고 구글 넥스트 저널리즘에 참여했을 때도 사람들이 ‘창업하겠다’고 하면 ‘창업하지 마라. 그냥 공채 봐서 들어가라’ 했다. 창업을 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한테 사무실을 내주기도 했다. 그런 친구들을 도와주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자금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투자해달라고 하자 ‘투자는 할 테니 네가 관리해달라’고 해서 처음에는 거절을 했다. 저 친구들은 투자가 필요하고 네가 대행을 해주면 투자해주겠다는 분들이 계속 있었다. (그분들의) 조건이 ‘최소한 3년에서 5년, 대학도 그만두고 여기에 올인해달라’ 이런 걸 요청하셨기 때문에 내 인생에서도 메디아티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개인적으로 학교에 있으면서 프리랜서로 컨설팅하는 것이 수입은 좋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때 아니면 미디어 창업하는 거 언제 도와주겠나 싶어서 결심해서 이 세계에 뛰어들게 됐다.”
―1차로 지원한 37팀 중에서 조소담 대표의 ‘닷 페이스’가 최종 선정되었다. 이 팀의 강점이 뭐였나.
“원래는 한 시즌에 4팀을 투자할 계획이었는데 마땅한 팀이 없었다. 초기에는 메디아티에 지원하는 팀을 받았다면 지금은 투자 프로그램과 파트너 프로그램을 함께 능동적으로 같이하고 싶은 팀들은 수시로 찾아 나서고 있다. 닷 페이스에는 영상 뉴스의 새로운 문법들이 있었다. 사실 영상 퀄리티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그런데 완성도를 높이기보다 소재의 신선함, 말 걸기의 신선함이 눈에 띄었다. 또 생산성이 뛰어났다. 지금은 여러 사람이 있지만 초기의 닷 페이스는 3명이 진행했다. 그런데 현장취재를 해도 2시간 만에 편집해서 올렸다. 저널리즘에서 중요한 것은 완성도보다 일정한 리듬을 타주는 거다. 3명이 있으면서도 리듬을 탔다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봤다. 지금은 투자를 받으면서 규모가 늘었는데 더 늘려야 한다. 10월, 11월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계속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일 똑같은 카드뉴스, 영상만 만들어서는 그냥 그런 팀이 돼 버린다. 변화해야 하고 변화가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가능성이 있다면 닷 페이스가 아니더라도 투자할 계획이 있다.”
“정치적인 색깔이 너무 강하면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 언론이 공공성을 가지는 건 사실이지만 후원을 받고 보조금을 받아서 할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 팀에는 투자할 계획이 없다. 결국 본인들이 선택할 문제다. 그런 것을 원한다면 ‘다음 스토리 펀딩’이나 ‘뉴스타파’와 같은 기존의 업체에 가서 혁신하면 된다. 굳이 스타트업을 할 필요가 없다. 이들과 다르게 간다면 철저하게 경제적으로, 자신의 성과로 수익구조를 만들어내서 오히려 정치적으로 독립해야 한다. 돈을 떳떳하게 벌라는 거다. 스스로 살아남으려면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 굳이 조선일보, 한겨레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서 혁신하면 되지 왜 창업을 했느냐는 얘기다. 달라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색이나 강도도 상관없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자신들이 스스로 먹고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낼 능력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곳은 후원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색을 빼는 것이 수익구조에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아니다. 정치색의 내러티브가 지금처럼 진영논리에 빠져있으면 답이 없다는 거다.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에 대해 비난하면 기본 트래픽이 들어오지 않나. 그런 트래픽 장사로 돈 벌 수 없다는 얘기다. 다른 눈으로 정치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미 기존 언론들이 하고 있는 이야기를 할 거면 왜 그 고생을 해서 스타트업을 만드느냐. 닷 페이스가 50대에게 인기를 얻는 순간이 닷 페이스는 망한 거다. 새로운 아젠다와 접근 방식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는 데 돈과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트래픽이 수익모델이 되는 팀을 선발하지 않는다면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는 건가.
“영향력이다. 특정 소구집단에 영향력을 갖는 미디어. 그 특정 소비자에게 도달하고자 하는 기업이 있고 거기에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미디어다. 자꾸 젊은 층을 보려고 하는 이유는 아직 젊은 사람들은 충성하는 미디어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충성할 수 있는 브랜드가 나온다면 매우 가치 있는 기업이다.”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는 언론사가 있나.
“현재로서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제 찾아가야 한다. 가장 어려운 점은 젊은 분들이 창업하겠다는 생각이 적다는 점이다. 특히 기자나 PD가 되겠다는 사람은 더 적다. 언론인의 창업은 경력이 꽤 되는 분들이 가진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뭐 해보겠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모바일용 뉴스라는 건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나.
“시간과 처해진 상황, 목적에 따라 다른 형태의 뉴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침에는 글이 많은 뉴스를 보지 않는다. 저녁에는 꼭 그렇지는 않다. 또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동영상이 효과적이지만 깊이 있는 주장과 분석을 담고 싶을 때는 이미지와 텍스트가 결합한 전통적인 기사도 효과적일 수 있다. 근데 우리는 ‘주구장창 동영상이야’ 혹은 ‘우리는 기사야’라는 건 좋지 못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에서 최고의 뉴스 PD인 브리짓을 젊은 CEO는 못마땅해하며 자극적이고 이슈가 될 것들만 뉴스화할 것을 주문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뉴스와 보도되어야 할 뉴스가 다르다고 보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아직까지 디지털 공론장은 사춘기 단계라고 생각한다. 또한 모든 관심은 정규분포를 띈다. 9시 뉴스만 있었을 때도 모든 언론사의 주제는 비슷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대상은 대동소이하다. 영화에서 말한 자극적인 뉴스는 네이버와 같은 포털을 중심으로 한 실시간 검색어를 말한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뉴스는 전형적인 브로드캐스팅이다. 하나의 사이즈로 모든 사람에게 맞는 옷을 제공한다. 누가 들어가도 같은 화면을 제공해준다. 그러다보면 이슈가 집중된다.”
“자극화되는 것은 뉴미디어 시대가 아니라 아날로그 시대의 특징이다. 아직 아날로그 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거다. 유럽에 있는 게이들을 위한 뉴스 사이트니 피메일 저널리즘(Female Journalism)을 중심으로 생겨난 여성들이 보는 뉴스 사이트와 같이 앞으로 점점 분화된 커뮤니티 중심의 뉴스소비가 이뤄지면서 나아질 것이다. 이렇게 디지털 공론장은 진화하고 있고 오히려 편중현상이 있었던 것은 아날로그 시대다. 다만 실시간으로 소통되고 24시간 이슈에 노출이 되다보니 좀 더 강력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9시 뉴스를 24시간 한다고 생각해보라.”
―모두가 기성언론의 위기를 말한다. 강정수 박사 본인도 마찬가지다. 종이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나.
“당장 전통적인 레거시 미디어(기성언론)들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종이신문이 대충 20~30년은 갈 것이라고 본다.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충성도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젊은이들이 유입되지 않는다. 레거시 미디어가 환경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적응에 실패하는 기업들은 날아가겠지만 적응에 성공한 기업들은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미디어를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야가 있나.
“우리는 기본적으로 본인들이 하고 싶다고 하는 주제를 결정할 권한은 없다. 그러나 어떤 류가 들어오면 투자하겠다는 건 있다. 20대들에게 이렇게도 살 수 있다는 식의 정보, 예컨대 ‘이런 방식으로 아껴 쓸 수 있고 이렇게 돈 벌 수도 있다’는 식의 정보를 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당연히 투자할 생각이다. 또는 20대 후반의 엘리트를 형성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식과 깊이와 리더십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콘텐츠, 라이프스타일과 정치를 묶어낼 수 있는 팀들. 이런 팀에도 투자할 계획이 있다. 다만 곧바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팀에게는 사실상 투자할 생각이 별로 없다.”
“다만 피메일 저널리즘 분야에서 ‘보그’나 ‘엘르’, ‘코스모폴리탄’은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이 시장이 상당히 크다. 여성이 만날 화장품과 패션만 보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화장품도 봐 주고 뭘 입을까 고민도 하긴 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시각으로 정치를 이야기해줄 수 있는 그런 서비스는 꼭 있었으면 좋겠다.”
“전문화된 영상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팀들의 태동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MCN 중에서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서 활동하는 분들은 이미 많고 또 그런 곳에는 투자하는 분들이 있다. 본인이 출연하지는 않더라도 작가적 상상력과 기획력이 있는 분들에게는 투자할 생각이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고려할 때 예비 언론인 혹은 기성 언론인들이 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겠나.
“독일만 해도 블로그가 중요한 채용의 기준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포트폴리오를 보고 뽑기 때문이다. 학교 신문과 지역 신문에서 무엇을 썼는지를 넣는다. 뉴욕타임스 기자가 처음부터 뉴욕타임스 기자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은 지역 언론에서 일하면서 검증된 사람들을 뽑는다. 한국은 그게 아니다. 어디나 공채부터 시작한다. 이 구조는 흔히 말해서 1970~1980년대 한국사회가 돌만 쌓아도 성장했던 시대에나 가능했던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구글 뉴스랩에서는 포트폴리오를 블로그로 받았다. 그랬더니 블로그 생성일이 원서 마감일 때쯤이었다. 과거에 썼던 것을 한꺼번에 다 올렸다. 디지털 시대에 왔는데 자신의 결과물을 디지털에 올리지 않고 소통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글 뉴스랩에 있을 때 자기소개서에 출신 대학이 절대 드러나서는 안 되고 지원서를 통해 출신 학교 티가 나면 무조건 탈락시키는 걸 처음 시도했다. 그것을 명시하고 포트폴리오만 올리게 했다. 고졸 출신도 2명이나 들어왔고 골고루 섞였다. 상식을 외우고, 원고지 분량에 맞추어서 글을 써 내는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인재를 뽑는 게 문제다. 인재들의 네트워크는 형성할 수 있겠으나, 새로운 재능을 가진 인재들을 뽑는 채용구조가 필요하다.”
―기존 언론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으로 보나.
“투 트랙 전략을 펴야 한다. 전통적 미디어도 계속 하면서 새로운 힘도 준비해야 한다. 게리 하멜(Gary Hamel) 교수는 ‘기업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넉넉하게 잘하고 있는 것에 과한 인력, 시간, 자본 등을 투자를 하고 우리가 어쩌면 할 수도 있는 것에 적게 투자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웬만큼 잘 돌아가고 있는 곳에는 에이스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 그런데도 에이스가 돈과 힘이 몰리는 곳에 있다. 에이스는 실험하고 있는 조직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 조직의 미래가 있구나’라고 보여줘야 한다.”
“전설적인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가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사람을 자르고 나일론이라는 순수 디지털업체의 편집장을 그 자리에 앉혔다. 안나 윈투어는 ‘종이잡지는 망할 때까지 계속 만든다. 그런데 지금 신입사원을 뽑았는데 이들이 계속 종이잡지 편집장 밑에 가 있는 게 화가 났다. 기존 사람들은 종이잡지를 만들지만 앞으로의 시장은 당신들이 좋아하는 모바일에 있다’고 했다. 신입사원이 되었으면 모바일을 연구해야 하는데 종이잡지를 연구하고 있으니 미래가 없어 보였다는 것이다.”
“한국은 기자들을 뽑아놓으면 페이스북, 모바일 열심히 했던 사람들은 시간도 없고 사츠마와리(경찰 기자)도 해야 해서 그만둔다. (젊은) 그들을 아날로그로 변화시킨다. 이것은 전통 미디어들이 가장 실수하는 부분이다. 미래의 인재들에게 ‘여러분들이 우리 회사의 미래인데 선배들을 하나도 닮지 말아라. 선배들과 똑같아지면 너희들은 해고다. 여러분들의 미래는 여러분들이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문화다’라는 것을 경영진이 잡아줘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는 대안미디어가 아닌 새로운 독자와 ‘주류’를 형성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하고 싶다. 로봇 저널리즘과 같은 미디어 기술 기업에도 25% 정도 투자하고 싶다. 사회성 강한 팀에게는 25% 정도 투자할 계획이다. 나머지는 패션, 뷰티, 스포츠 등 특정 주제에 집중하는 미디어들에 투자하고 싶다. 이렇게 골고루 투자해서 미디어 생태계에 골고루 있어야지만 성장할 수 있는 요소들에는 나름대로 다 투자하고 싶다.”
“메디아티는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한테 소문이 많이 났다. 그런데 미디어 종사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이 중요하다. 좀 더 그들을 찾아 가려고 한다. 미디어를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메디아티가 도움이 되고 싶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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