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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한국군은 미 국방부를 배워야 한다

합동작전을 향한 도전, 공해전투에서 크로스 도메인 시너지까지

2016.10.18(Tue) 15:56:33

미국 육군은 최근 고민이 많았다. 아프간과 이라크전이 끝난 지금, 미래의 적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국과 미국의 전투는 지상전이 아닌 해전이 될 가능성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큰 공헌을 하지 못했던 미 해군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미 해군은 1980년대 미 육군이 소련과의 지상전에서 승리를 얻기 위해 만든 공지전투(Air-Land Battle)을 본 딴 공해전투(Air-sea Battle)라는 개념을 내놓았다. 공해전투는 중국의 접근 거부 전략(Anti-access/Area Denial: A2/AD)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중국의 접근 거부 전략의 핵심은 바다에 수중과 공중 방어선으로 미국의 항공모함이 서태평양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중국은 중국 본토에서 수천km 밖의 항공모함을 잡는 DF-21 ASBM 대함 탄도탄, 장거리 스텔스 제공전투기 J-20, 그리고 핵잠수함과 대규모 기뢰, 장거리 대공 미사일을 중국 본토에서 장착해서, 미 해군이 건드리기 힘든 중국 본토 깊숙이 전개된 신무기로 미 해군을 공략하는 것을 작전의 요체로 삼았다.

 

미 해군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스텔스 기술과 네트워크 기술을 적극 활용, 수천km 밖의 중국 내륙까지 은밀히 침투 가능한 무인전투기(UCAV) 부대를 항공모함에 탑재하고, 미사일 방어용으로 만든 SM-3 미사일을 지대지 공격용으로 개조, 수분 내에 수천km를 넘어 적을 공격하는 무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공군도 이에 질세라, 이 기회에 6세대 전투기를 예전 경폭격기 수준으로 만들 것을 제안하고, 폭격기와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 리스트에 올린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지난해 7월, 미 국방부는 공해전투라는 용어를 폐기하고, 새로운 용어를 사용했다. 그것이 ‘국제공역에서의 접근과 기동을 위한 합동 개념’(Joint Concept for Access and Maneuver in the Global Commons, JAM-GC)이다. 미 국방부는 길고 지루하며,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으로 용어가 바뀐 이유로 단순히 연구를 계속하다보니, 새로운 이름과 조직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공해전투의 의미 속에 있던 여러 문제들이 결국 터져 나왔음을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돈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 개념이었다. 적을 파괴하기 위해서 더 뛰어난 스텔스, 더 뛰어난 전자전 능력을 갖추고 수천km 침투가 가능해야 하니 예상되는 개발비용이 감당이 되기 힘들었다. 무인 전투기와 무인 공중급유기를 중심으로 한 전략에 기존의 유인전투기 찬성파가 불만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공해전투에서 소외된 육군과 해병대였다. 공해전투에는 그들이 설 자리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육군의 반발이 내부적으로 어땠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크로스 도메인 시너지를 명시한 미 국방부 문서. 사진=미 국방부

 

그리하여, 최근 미국 국방부와 미 육군이 강조하고 있는 개념이 바로 Cross-domain Synergy 라는 용어이다. 크로스 도메인 시너지는, 기존에 전투공간별로 따로 전투하던 군사력을 서로 교차해서 사용하면 생존성과 치명성, 비용 대비 효과가 증가한다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서 지상군이 해상 표적이나 대공 표적을 타격하거나 저지할 수 있다면, 기존에 해상 무기가 해상 표적을 잡는 노력, 공중 무기가 공중 표적을 잡는 노력에 비해서 경제적이고, 상대방이 우리 무기체계를 쉽사리 건드리지 못한다는 논리이다. 

 

이 때문에 미국 육군은 전투 개념과 무기체계를 혁신하려고 잔뜩 벼르는 와중이다. 지난봄에 열린 미 육군 박람회 2016 AUSA에서는 미국 육군이 크로스 도메인 시너지를 내기 위한 여러 방안이 펼쳐졌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은 포병과 사이버전, 특수전이었다.

 

야포에 발사할 수 있는 초고속 탄 HVP. 사진=미 해군


먼저 포병은 기존 해군 함포의 레일건용으로 만든 초고속 포탄(HVP)을 견인 야포와 M109a6 팔라딘 자주포에 탑재해서, 80km 사거리를 가지는 대함 무기와 대공무기로 대포를 변신시키겠다고 하였다. 

 

기존에 중국 해군은 수백, 수천 발의 크루즈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해서, 미국 육군이 자랑하는 패트리어트 대공 미사일과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을 무력화 시킬 것으로 생각했는데, 수백 문의 야포들이 스마트 대공포로 변신하게 되면 이런 전략은 어려워질 것이다.

 

지대함 공격이 가능한 신형 미사일 LRPF. 사진=미 육군


다연장 로켓 MLRS와 HIMARS도 변신을 준비 중이다. LRPF라는 차세대 전술 미사일은 기존 ATACMS 미사일보다 작은 크기로 2발 내지 4발이 탑재 가능한데, 사거리는 500km로 더 길어지고 지상 표적뿐만 아니라 해상 표적 타격능력까지 갖춰 21세기 해안포로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하지만 미 육군과 국방부는 단순히 신무기로 이런 전략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무기보다 더 중요시하는 것은, 서로 다른 임무를 맡은 서로 다른 군대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조합하여 최적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인가 궁리하는 조직 구성과 인적 배분에 골몰하고 있다. 육-해-공군이 서로 다른 전략무기를 가지고 아옹다옹하는 한국에게도 시사점이 큰 것은 물론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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