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에 성공하기 위해선 선 교육-후 귀촌, 선 임대-후 매입, 선 귀촌-후 귀농이란 세 가지 축이 확실히 구축돼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사전교육에 편중돼 있습니다. 귀촌 희망자도 아무 준비 없이 ‘좌우지간’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부 당국자들과 예비 귀촌인들의 각성이 필요합니다. 특히 귀촌하는 사람들 중엔 농촌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겸손한 마음으로 배우겠다는 자정부가 발표한 2013년 귀농·귀촌인구는 총 3만2424가구로 2012년의 2만7008가구보다 20% 늘었다. 지난 2009년부터 증가세를 보여 온 귀농·귀촌인구가 2013년에 사상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농촌 사회에 도시인이 융화되기는 쉽지 않다. <비즈한국>은 지난 19일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사단법인 한국귀농귀촌진흥원 원장 유상오 박사(환경계획학)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사전 교육 철저히 받은 후 귀촌해야
유 원장은 먼저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선 교육-후 귀촌이란 말 그대로 교육을 받은 후 귀촌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 교육은 영농 기술을 가르치는 사전교육에 편중돼 있다. 그래선 안 된다. 농촌에 적응하기 위한 사후교육도 병행돼야 한다.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시위를 예로 들어 보자. 비싼 대학 등록금이 원인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대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좌우지간’ 가기 때문이다. 성적이 되는 학교에 무조건 간다. 내가 갈 학교가 취업은 잘 되는지, 교수는 누군지, 뭘 배우는지, 기숙사는 어떤지, 아르바이트는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대학 교육도 부실하다. 학비가 비싼 곳이나 싼 곳이나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에 대한 배려도 없다. 비싼 학비에 비해 대학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너무 떨어진다는 불만이 쌓이고 쌓여 ‘반값 등록금’이란 형태로 터진 거다. 마찬 가지 현상이 귀농·귀촌인들에게도 벌어지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내가 가려는 농촌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정부는 사전 교육을 통해 지역별 특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농민과 어울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상세히 가르쳐 줘야 한다. 도시생활의 연장으로 생각하고 귀촌해선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귀촌인과 농민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 부족으로 낭패보는 사례 많아
유 원장은 선 임대-후 매입 역시 정보부족으로 땅을 비싸게 사는 걸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귀촌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농촌에 내려가서 땅부터 사고 멋진 집을 짓는다. 그렇게 산 땅의 대부분은 시가의 몇 배를 더 주고 산 땅이다. 예를 들어 3000만 원짜리 땅을 1억에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농촌사회가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좋은 땅이란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땅이다. 이런 땅은 내부에서 거래된다. 절대 외부인들에게 내 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먼저 땅을 임대한 후 농사를 지어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귀농·귀촌을 연습해 본 다음 농촌으로 이주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선 귀촌-후 귀농에 대해 “도시인들이 농사로 성공한다는 건 정말 힘들다. 농사로 성공하기 위해선 하늘을 알아야 하고 땅도 알아야 한다. 영농 교육 몇 달 받았다고 성공이 보장되지 않으며 오랜 경험이 축적되지 않으면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따라서 귀촌인들은 농촌에서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IT종사자가 귀촌을 한다면 온라인을 통한 농산물 거래대기업에서 일했다면 농민들을 위한 경영 컨설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도시에서 맺은 인맥을 이용해 농산물 유통망을 확보하는 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농촌에서 자리를 잡은 후 농사를 지어야 한다. 결국 치열하게 연구하고 노력해야 귀농귀촌에 성공할 수 있다. 여유 있는 ‘전원생활’을 꿈꾸며 귀촌했다가 실패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거시적 귀촌 정책 마련해야
한편 유 원장은 귀촌의 근본적인 의미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나는 일본 지바(千葉) 대학에서 환경계획학을 공부했다. 그 후 대한주택공사에서 연구부장으로 일하며 직접 도시계획을 세웠다. 나중엔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가진 전문성을 가지고 사회를 위해 공헌할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귀농·귀촌이다.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과 한계에 부딪힌 대기업 위주의 경제 성장 구조를 바꿔야겠다는 진지한 고민이 귀농·귀촌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금 우리 공무원들에겐 이런 근본적인 고민이 부족하다. 순환보직이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다. 1년 정도 일하면 부서를 옮기는 현실에선 전문성을 쌓을 수 없고 업무에 대한 애정도 가질 수 없다.
전문성과 애정이 없으면 근본적인 성찰이 이루어질 수 없다. 현재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은 대기업 임원이었거나 중앙 부처 국장을 지내는 등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농민들과 융합하며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역 문화의 가치를 내재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유 원장은 “공동체의 일원이 된 귀촌인들이 농촌 발전을 주도한다면 전통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새로운 의미의 산업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농촌에 귀촌인들이 모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돈이 모일 것이다.
돈이 모이면 산업이 일어날 것이다. 궁극적으론 농촌이 국가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귀농·귀촌 정책을 사회학·심리학·건축학·미학·경제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내가 정부에 주문하고 싶은 점은 천편일률적인 단기 교육이 아닌 시민사회적 관점에 입각해 교육 프로그램을 일신하고 미래를 내다본 정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실패를 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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