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은 대우조선해양과 최신예 호위함(울산급 Batch-II) 2번함 등의 건조계약을 3400억여 원에 체결했다고 밝혔다. 방사청이 내놓은 보도자료에는 계약을 앞당겨서 체결했다는 내용이 간략하게 담겨져 있었는데, 그 배경에는 ‘대우조선해양을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조선해양이 힘들다고 막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니까, 군에서라도 미리 수주를 좀 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잖습니까?”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계약을 먼저 언급하며 내놓은 설명이다. 조선업계 경기 침체와 분식회계에 따른 검찰 수사 등 악재가 겹친 대우조선해양은 건조 물량이 거의 없었던 상황.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군이라도 이럴 때 계약 물량을 몰아주자”는 의견이 제기됐는데 국방부도 이를 예의주시 하고 있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원래 내년에 계약을 하고 건조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도와주자는 의견이 힘을 받아 계약을 앞당겨 하게 됐다”며 “네티즌 등이 내놓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우조선해양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국회에서도1년 먼저 금액을 집행하는 것이 대우조선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 비준 동의를 해줬다. 국방부 내에서도 주요 함정 건조를 도맡는 방산업체가 힘들 때 도와줘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직접적인 도발이 없었던 상황에서, 예산 집행을 놓고 국회의 눈치를 보는 국방부가 계약을 앞당기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그러나 군과 국회가 이례적으로 나섰지만 아쉽게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계약 금액 전체는 3000억 원이 넘지만, 올해 당장 대우조선해양에 건네지는 돈은 수십억 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원래 대우조선이랑 계약할 만한 것이 있으면 모두 앞당겨서 건조에 착수하고 계약금 등을 주려고 했는데,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해군 함정이 3대밖에 없어서 더 이상 도와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군이 나섰지만 대우조선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조선업 구조조정 관련 외국계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조선 ‘빅3’ 중 대우조선해양이 가장 살아남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대우조선은 “보고서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맥킨지는 “대우조선이 2020년까지 3조 3000억 원의 자금 부족이 발생해 자력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해체 및 빅2(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로의 재편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맥킨지는 보고서 초안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거나 분할해 파는 등 2사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후에 보고서에서 이 내용이 제외된 것. 당초 2사로의 체제 재편을 검토했던 정부 역시 이달 말 발표할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에서 빅3를 유지하되 대우조선해양의 매출과 인력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남윤하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