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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개기일식과 타임슬립

2016.10.10(Mon) 08:41:52

가수이자 연기자인 아이유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요즘 TV에서 방영 중이다. 중국의 소설과 드라마가 원작인 이 드라마는 현대의 인물인 주인공이 개기일식을 통해 과거로 이동(타임슬립)해버리고 나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타임슬립은 과학으로 상상하는 수준을 넘어서기에 SF보다는 판타지물에서 자주 사용되는 설정이다. 그래도 너무 뜬금없이 이런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면 재미가 없어서인지 주로 사용되는 방법이 우연히 시공간의 틈에 빠져버리거나 개기일식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SBS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의 한 장면. 개기일식으로 주인공이 타임슬립하고 있다.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개기일식을 타임슬립의 계기로 쓰는 것은 아마도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동네 뒷산의 봉우리가 지나가던 구름에 가리는 것도 아니고 자그마치 해가 가려지는 일이니 신비로운 일이 일어날 법하기도 하다. 예전 사람들은 일식을 보고 재난이나 변고가 일어날 징조로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달이 해를 가려 일식이 일어나는 것임을 아는 지금에도 자주 일어나지 않는 이벤트로서의 일식의 신비로움은 이런 식으로 여러 창작물에 이용되는 것 같다. 

 

코페르니쿠스가 죽은 지 50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믿지 않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태양을 중심으로 1년에 한 바퀴씩 지구가 돌고 있고 그 지구를 중심으로 대략 한 달에 한 번씩 달이 돌고 있다(엄밀히 말하려면 질량중심이 어떻고 이런 얘기를 해야겠지만 그냥 넘어가자). 

이 정도에서 언뜻 생각하기로는 한 달에 한 번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자리할 테니 매달 일식이 일어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일식은 1년에 2~5번 정도 일어나고 그중에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은 2번을 넘지 않는다. 

일식이 매달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달이 지구를 도는 궤도면과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면이 같은 평면에 놓여있지 않고 5도 정도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양, 지구, 달이 거의 일직선상에 놓이는 시기는 1년에 두 번이 되고 이 시기에 지구가 태양을 가리면 월식, 달이 태양을 가리면 일식이 일어난다. 

 

일식의 원리. 사진=천문우주지식정보


그림에서 보듯이 달이 만들어내는 짙은 본그림자(본영)는 지구상에 매우 좁은 지역에서만 만들어진다. 이 지역에서는 해가 완전히 가려져 개기일식이 관측되고 그 주변은 부분일식이 관측된다. 그런데 달이 지구를 도는 궤도는 타원이어서, 달이 지구에서 좀 더 멀리 있을 때는 해를 완전히 가리지 못하고 달 뒤편으로 반지 모양으로 해가 보이는 일식(금환일식)이 관측된다.

 

또한 좁은 달의 본그림자가 지구 표면을 지나가게 되므로 개기일식은 한 지역에서 7~8분 정도만 관측할 수 있고, 같은 장소에서 다시 개기일식이 일어나려면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한다. 이를테면 올해 3월에는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개기일식이 있었고 내년에는 여름에 미국 지역에서 개기일식이 있다. 태양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라면 해마다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관측을 하겠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자기 동네에서 개기일식을 보는 경우는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최근의 개기일식은 1887년에 있었다. 우리 땅에서 개기일식을 관측한 한국인은 현재는 한 명도 없는 셈이다. 그러면 한반도에서 다시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때는 언제일까? 2035년 9월에 개기일식이 있긴 한데, 평양~원산 지역에서 관측된다고 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다만 통일전망대가 있는 강원도 고성의 근처가 개기일식 관측 가능한 가장자리 지점이라 운이 좋으면 수십 초에서 1분 정도 관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다음 개기일식은 2063년이고 함경북도 끝자락에서야 관측된다니 통일이 어서 되어야 할 이유 중의 하나이다. 달도 아니면서 자꾸 해를 가리듯 거짓말을 하고, 개기일식도 없이 과거에서 타임슬립한 듯 보이는 높으신 분들을 보면 나라의 앞날이 불안해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아이유의 드라마가 시청률이 기대보다 낮은 것도 어쩌면 우리에게 타임슬립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정인철 사이언스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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