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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종결자’ 법원 판례 벌써 보인다?

대법원 “신고 부실하면 처벌 안 할 것” 미리 밝혀 향후 판결 주목

2016.10.09(Sun) 21:03:32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공기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공무원은 물론이고 ‘공무원등’에 해당하는 언론인 교원 등 김영란법 대상자들의 저녁 약속이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법조계 역시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시범 케이스에 걸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한 건데, 일부 법조인들을 중심으로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입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입법 과정에서 빈틈이 너무 많다는 게 그들의 지적. 일부 의견이지만 대법원에서 김영란법에 제동을 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법조인들을 중심으로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기업의 김영란법 교육 장면. 사진=최준필 기자


사실 법조계는 김영란법에 가장 취약할 수 있는 집단이기도 하다. 대학교와 사법연수원, 동기와 출신 지역 등 각종 모임이 워낙 많은 곳이기 때문. ‘인간관계단절법’이라는 비아냥 섞인 반응도 있지만, 김영란법을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것을 보면서 “그만큼 우리 법조인들의 윤리 의식이 국민들을 설득시키지 못했다는 반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검사, 판사, 변호사들은 입을 모아 “김영란법은 빈틈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는 “원래 언론인, 사립학교 교사는 포함 대상이 아니었는데 들어가다 보니, 원래 법안에 명시된 문장이 포괄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며 “적용 대상이 급증하고 조직도 다양화되다 보니 구체적인 케이스에 일일이 유무죄를 판단해줘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시행령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을 주관하는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경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권익위원회가 유권 해석의 총대를 메고 있지만, 법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안 되다보니 제대로 된 유권해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입법 취지가 좋은 데 반해 구체적인 행동 기준을 잡아주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검사뿐 아니라 법원 내에도 이처럼 생각하는 법조인들이 적지 않다.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권익위가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업무 과부하를 근거로 내년에 엄청 늘어난 예산을 신청할 것”이라며 “애초 권익위가 아니라 대법원이나 법무부 등 법 전문가들이 입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만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 역시 “권익위가 스스로 ‘법원 판례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일부 사례에 대해 위법성 판단을 보류하고 판단을 법원에 떠넘기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김영란법은 국가 기관이 아니라 처벌 대상자의 소속 기관 징계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 처벌을 안 하면 그만인 사안이 많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김영란법을 재정립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박정환 기자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김영란법을 재정립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경남 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법원이 ‘김영란법 위반은 맞지만 도입 취지와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무죄’라고 판단해도 이상하지 않은 케이스가 한둘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는 스승의날 생화로 된 카네이션을 주는 것이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권익위의 유권 해석을 언급하며 “사건이 재판까지 갔을 때 법원에서 판결문에 ‘김영란법 위반 사항은 맞지만, 법의 도입 취지가 부정한 청탁을 막기 위한 것인 데 반해 스승의날 선물로 카네이션을 주고받는 것은 우리 사회 정서에 관례화된 인사인 만큼 위법성이 없다. 따라서 무죄를 선고한다’고 해버리면 끝날 문제”라며 “그렇게 하나씩 판례로 깨지면 김영란법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법원 역시 8일 부정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과태료 절차 안내자료를 내면서 “청탁금지법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재판을 할 때 신고 내용이 부실할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보완을 요구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재판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는 것을 열어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을 ‘합헌’으로 결정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사이가 좋지 않은 점을 이유 등으로, 대법원이 김영란법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도 나온다. 사회 이슈의 국민적 지지를 우선 판단 요소로 삼는 헌재에 대해, 대법원이 ‘법리’를 이유로 김영란법 일부 조항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판례를 통해 흠집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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