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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통에 용변…‘택시기사의 슬픈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 여름 논란 이후에도 화장실 이용 거부 주유소 많아…공중화장실법 개정 요원

2016.10.07(Fri) 17:46:23

서울시내의 한 주유소.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17일, 김광수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당·​환경수자원위원회 위원)은 제268회 정례회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택시기사의 슬픈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시정질문을 했다. 서울시내 LPG충전소(75개소)와 주유소(569개소)에 설치된 공중화장실을 관리하는 조례가 제정돼 있지 않아 주유소 화장실 이용을 거부당하거나 주유소 직원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휴대용 소변통을 갖고 다니는 택시기사가 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하루 속히 준비를 해서 정상적으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주유소 공중화장실 관리에 대한 조례 제정을 김 의원에게 약속했다. 이후 각종 언론에서는 택시기사를 거부하는 주유소의 횡포에 대해 보도했다. MBN은 지난 6월 29일 강남구와 광진구 소재의 두 주유소에서 택시기사가 공중화장실을 쓰려고 하자 직원에게 거부당하는 사례를 직접 카메라에 담아 공중화장실 이용에 대한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8월 초, 서울시 생활보건과는 공중화장실 이용을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행정처분을 받도록 규정을 신설해달라고 요구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공중화장실을 공개하지 않는 주유소에 대한 행정처분 조항을 추가해달라는 것. 

 

서울시 생활보건과 관계자는 “택시기사가 공중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민원이 제기돼 시행령을 개정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각 자치구에서 공중화장실을 운영하는 업체에 관리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기물 파손 및 분실, 과다한 수도요금, 청소비 등의 비용을 모두 충당하기에는 부족한 현실이라 업체 측이 횡포 아닌 횡포를 부린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관리운영비가 지원되지 않는 업체가 200여 곳에 달해 예산 확보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표에 대해 행정차지부 주민생활환경과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법이 개정되려면 여러 가지 복합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3~4개월 정도 소요된다”면서 “서울시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정확히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주유소 눈치를 보는 택시기사들은 소변용 생수통을 들고 다니곤 한다.  사진=비즈한국DB

 

김광수 의원과 각종 언론에서 주유소 횡포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지만 ‘비즈한국’이 취재한 결과, 여전히 택시기사의 공중화장실 이용을 꺼려하는 주유소가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유소는 ‘석유 및 석유 대체 연료 사업법 시행령’에 의거해 공중화장실을 반드시 설치해야만 한다. 즉 택시기사가 용변을 해결하기 위해 아무 주유소나 찾아가 화장실을 이용해도 된다는 말이다. 

 

한 택시기사는 “아직도 팻말까지 붙여놓고 택시기사를 거부하는 주유소가 있다”면서 “기름을 넣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하루 종일 도로 위에서 용변을 참아가며 일하는 택시기사들의 입장도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주유소 횡포 논란 이후 이 택시기사가 진입 거부를 당한 주유소는 서울시내 3군데에 달한다고 한다.

 

또 다른 택시기사는 소변을 해결하기 위해 500㎖ 생수통을 싣고 다니고 있었다. 그는 “주유소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눈치가 보이고 대놓고 욕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한적한 길거리에 주차해놓고 소변을 보다가 변태로 오해받은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휴대용 소변통을 들고 다니는 택시기사에 대한 이용객들의 불만도 있다. 지난달 4일 방배동에서 서초동으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에 탑승한 김시연 씨(여·​​27)는 “운전석 옆에 노란색 액체가 담긴 두 통의 생수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택시기사들의 고충도 이해가 가지만 되도록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택시기사를 위해 주차공간이 확보된 공중화장실이 확보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제안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리운영비 예산조차 부족한 이유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기사가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은 주유소밖에 없다고 봐도 무관하다. 다른 공중화장실은 주차공간이 부족하거나 주차비가 유료이기 때문”이라면서 “개정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주유소에서 택시기사를 위해 조금만 더 배려해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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