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5일, 소니코리아가 새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ZX’를 발표했다. 그런데 으레 나오는 성능이 어떻고, 화면이 얼마나 또렷한지 같은 이야기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대신 음악 듣기에 좋고 카메라 화질이 좋다는 이야기만으로 한 시간이 채워진다.
낯선 그림이 아니다. 최근의 신제품 발표들만 봐도 비슷한 그림이 이어진다. 삼성의 ‘갤럭시 노트7’이 그랬고, LG ‘V20’이 그랬고, 애플 ‘아이폰7’이 그랬다. 새 스마트폰을 발표하는 건지, 카메라를 발표하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한동안 스마트폰 카메라는 아이폰이 싹 휩쓸었다. 지금도 아이폰은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메라’다. “아이폰은 대충 찍어도 잘 나온다”는 말이 입에 오르내리면서 소비자들에게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좋은 카메라 자리를 빼앗기 위해 여러 제조사들이 꽤 오랫동안 덤볐다.
실제로 소니는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기도 했고, 자체적으로 광학 기술과 이미지프로세스 기술이 있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사진은 소니”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고, 삼성전자는 센서에 화소를 많이 밀어 넣어 선명한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스마트폰 카메라 시장에서 자리를 다져 나가고 있다. 저마다 사진을 찍고 즐기는 기준은 다르지만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은 대체로 화질 면에서 흠잡을 만한 게 별로 없다.
여전히 카메라는 가장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스마트폰의 요소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제 단순한 센서의 화소수나 렌즈의 밝기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게 됐다. 이제 화질이 좋지 않은 카메라는 없다. 대신 남다른 표현을 하는 카메라들이 주목을 받는다. 어차피 스마트폰 카메라의 기본기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고, 그이상은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에게 넘겨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즈한국’이 근래 발표된 카메라들의 주요 차별점들만 짚어본다.
# ‘진짜 같은 사진’ 소니 엑스페리아 ZX
# ‘사진도서비스’ 구글 픽셀
# ‘앞을 내다본 카메라 기술’ LG전자 V20
LG전자는 일찍이 카메라와 오디오에서 스마트폰의 차별점을 찾아왔다. 다만 그 스마트폰 자체가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카메라 센서를 직접 개발하기도 하고, 손을 오므리는 동작을 읽어 셀카를 찍어준다거나, 듀얼 카메라 같은 요소는 누구보다 발 빠르게 준비했다.
V20 역시 성능보다도 오디오와 카메라에 초점을 맞췄다. V20 카메라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듀얼 카메라다. 두 개의 카메라는 서로 다른 화각으로 사진을 담는다. 정확한 초점거리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광각렌즈는 135도, 망원렌즈는 75도의 범위를 담을 수 있다. 위상차와 레이저 센서를 이용해 초점을 잡고 광학식 손떨림 방지도 들어가 있다.
사실 LG전자는 다른 기업들이 내놓는 카메라 기술의 원조라고 할 만큼 여러 기술들을 스마트폰에 녹여 왔다. 그러나 이제껏 그 기술이 직접적인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V20의 카메라가 어떤 평가를 이끌어낼지도 지켜볼 만하다.
# ‘사진의 완성은 소프트웨어’ 아이폰7 플러스
아이폰의 사진은 그자체로 묘한 매력이 있다. 해상도나 직접적인 선명도 등은 다른 제품이 더 좋지만 아이폰 사진이 주는 색 표현과 느낌 때문에 팬들이 계속 아이폰을 고집하는 부분이 있다.
애플도 아이폰7에 접어들면서 카메라를 또 손봤다. 화소수는 여전히 1200만이지만 렌즈 조리개값을 F/1.8로 낮췄다. 새 카메라는 60% 더 빨라졌다. 애플은 이미지처리만 전담하는 프로세서를 따로 넣어서 이미지를 손보도록 했다. 이 프로세서는 1000억 개 작업을 0.025초 만에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센서에 들어오는 원본 정보를 직접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더 전문적인 사진 편집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아이폰7 플러스에는 듀얼 카메라가 들어간다. 광각 렌즈는 풀프레임 디지털 카메라로봤을 때 28㎜, 망원렌즈는 56㎜ 렌즈가 보여주는 화각과 거의 비슷한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요즘 듀얼 렌즈는 사실 흔한데, 애플은 이 두 렌즈를 합쳐서 마치 DSLR 카메라처럼 배경을 흐릿하게 만드는 ‘인물사진’ 기술을 품었다. 아직은 기능을 시험하는 중인데 그 결과물이 제법 근사하다. 결국 디지털 사진의 방향이 카메라의 하드웨어 그 자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완성된다는 부분을 잘 보여주는 예다.
최호섭 IT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