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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리방쯔’ 궈타이밍 반한·반삼성 전략의 비밀

샤프에 이어 재팬디스플레이 인수도 염두…‘패스트팔로어’ 삼성을 ‘패스트팔로잉’

2016.10.07(Fri) 09:10:45

대만을 대표하는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그룹 궈타이밍 회장은 대표적인 반한(反韓)·반삼성 기업인이다.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과 손잡으면 3~5년 내에 삼성전자를 꺾겠다”고 했고, 공석에서 한국을 ‘가오리방쯔(高麗棒子)’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가오리방쯔란 ‘고려인은 매질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중국인들이 한국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이다. 

 

궈타이밍 회장은 “일본인은​ 절대 등에 칼을 꽂지 않지만, 한국인은 다르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홍하이는 애플과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정보통신(IT) 회사. 대만에서 가장 많은 돈을 보유(52억 달러)한 대재벌이다.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전략적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및 글로벌 위상은 삼성을 지향하면서도, 안티 삼성을 주장한다. 전략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와 비슷하다.” 

 

궈 회장에 대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1974년 자본금 7500달러, 직원 10명으로 시작한 홍하이는 원천 기술과 자체 브랜드가 없는 회사다. 첫 사업 모델도 TV의 채널 손잡이에 들어가는 작은 플라스틱 부품을 납품하는 일이었다. 현재도 애플과 일본 전자회사에 부품 및 중간재를 제조해 판매하는 하청 회사에 가깝다.

 

현재 홍하이의 지상 목표는 하청업체에서 완성품 제조사로 도약하는 일이다. 분야는 삼성·LG전자가 휩쓸고 있는 TV·스마트폰 등 생활가전 분야. 홍하이는 세계 최대의 하청회사로서 조립·생산·유통 노하우는 적지 않게 쌓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기술력과 대중적 인지도다.

 

홍하이는 기술력 부족이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38억 달러의 거금을 들여 일본의 TV 명가 샤프를 인수했다. 샤프는 이그조(IGZO) 등 여러 고부가가치 LCD 기술은 보유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삼성·LG전자보다 샤프의 기술력이 앞선다. 

 

홍하이로선 샤프를 인수함으로써 극한(克韓) 도전의 디딤돌을 마련했다. 궈 회장은 5년 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샤프의 기술력이 앞서는데 삼성을 왜 못 이기냐는 질문에 “일본·대만 기업이 손을 잡으면 기술·스피드·유연성·품질을 모두 높일 수 있고, 삼성에게 승리할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앞으로 관심은 홍하이가 시장에 어떻게 접근하느냐다. 홍하이는 현재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신흥국을 노리고 있다. 브라운관에서 LCD TV로, 소형에서 대형 TV로 바뀌는 수요를 겨냥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비해 인도네시아·필리핀의 브라운관 생산설비를 액정으로 교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시장에 판매할 제품 일부도 중국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궈 회장은 샤프의 2018년 액정 TV를 생산량을 올해의 2배인 1000만 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궈 회장의 공개적 선전포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지도가 낮은 홍하이로선 삼성전자에 대립각을 세워 소비자들의 입에 많이 거론될 필요가 있었다. 협력사·소비자들의 반 삼성 정서를 끌어 모을 수 있다. 밑져야 본전이다. 

 

삼성전자도 2010년 애플의 특허 소송 덕에 세계 1위(판매량 기준) 스마트폰 제조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궈 회장의 반삼성 전략도 삼성-애플 소송의 이듬해인 2011년부터 시작했다. 궈 회장의 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이유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패스트팔로어’ 전략을 ‘패스트팔로잉’한 셈이다.

 

실제 홍하이는 승부를 걸었다. 저가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삼성·LG전자와 출혈경쟁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샤프는 지난 9월 말 신제품 출시 설명회에서 45인치 4K TV 홍보에 주력했다. 이 제품은 고화질 TV 시장에서 가장 시장성이 높다. 

 

홍하이는 디스플레이 평판 확보와 기술력 제고를 위해 재팬디스플레이 인수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재팬디스플레이의 지분을 매각하고 패널사업을 육성 산업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다. 재팬디스플레이는 현재 독자생존이 어려운 실정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홍하이가 샤프에 재팬디스플레이까지 인수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 차세대 먹거리로 평가받는 전장 디스플레이 시장의 경우 현재 홍하이가 16%, 재팬디스플레이 14%, 샤프가 13%를 각각 차지해 1~3위를 점하고 있다. 세 회사의 점유율을 합하면 43%나 된다. 

 

다만 과잉투자는 복병이다. 홍하이가 올 들어 투자에 사용한 돈은 최소 45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 줄어든 177억 타이완달러(약 5억6600만 달러)에 그쳤다. 전체 매출은 5.2% 떨어진 9220억 타이완 달러에 불과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 홍하이는 세계 3대 전자회사로서 규모는 크지만 대부분 하청 매출이라 영업이익률은 3% 수준에 불과하다. 버는 돈에 비해 과도한 투자를 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외신에선 “샤프 인수가 절벽에 섰다는 뜻”이란 해석도 내놓는다. 홍하이가 찾은 ‘제2의 길’의 끝엔 벼랑밖에 없단 얘기다. 삼성전자가 경쟁 반도체 회사를 자금력으로 고사시킨 전례를 봤을 때 홍하이의 도전은 평탄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샤프의 인력 유출이 심한 점도 고민거리다. 홍하이는 인력 유출을 우려해 지난 9월 인사에서 사장과 인사·총무 등 관리직을 제외한 대부분 사업부 핵심 인력은 그대로 지켜줬다. 인사로 조직을 흔들지 않겠다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전·현직 임원과 연구진 등 핵심 인력이 한국과 중국계 경쟁사로 속속 자리를 옮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시장이 과거에 비해 크기가 줄었지만 설계 기술과 설비 인력은 고연봉에 인력 수요도 높다”며 “핵심 인력 유출에 되레 삼성 등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홍하이의 극한 도전이 쉽지 않은 이유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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