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과 편의점에서 동시에 판매 중인 해열·진통제 타이레놀 500㎎의 편의점 판매가를 두고 불공정하다는 약사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포장단위가 일반의약품(약국)은 10정, 안전상비의약품(편의점)은 8정으로, 편의점이 2정이나 적음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이 550~600원이나 더 비싸게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즈한국’이 임의로 선정한 서울시내 약국 10개소와 3대 편의점 브랜드(세븐일레븐, CU, GS25)의 타이레놀 500㎎ 판매가를 조사한 결과 약국은 2000원(1정당 200원), 편의점은 2600~2650원(1정당 325~331원)이었다. 편의점처럼 약국에서도 한 박스에 8정 단위로 판매한다고 가정해봤을 때, 약국의 판매가는 1600원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판매가가 1000~1050원이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서울에서 개인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똑같은 약품인데 2정이나 적은 안전상비의약품이 더 비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약국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거나 편의점에서 마진을 너무 많이 남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약사의 말대로 편의점과 약국의 공급가를 조사해 실제 마진을 계산해봤다. 그랬더니 약국이 300원, 편의점이 1057~1107원으로 편의점이 약국보다 마진이 3.5배나 높았다. 이에 대해 판매원인 한국존슨앤드존슨은 판매가는 판매처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한 편의점 브랜드 본부 담당자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계약 조건에 따라 마진을 일정 비율로 나눠 갖기 때문에 판매가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며 “약국도 판매가를 높이면 되는데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약사들은 타이레놀 유통업체로부터 권장소비자가를 제안받고, 일부 강요를 받아왔으며, 약국간 과다한 경쟁에 눈치보느라 판매가를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약사는 “편의점과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겠다고 얘기했다가 유통업체로부터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고, 또 다른 약사는 “올해 초 공급가가 5% 인상돼 판매가를 인상하고 싶었지만, 인근 약국이 전부 2000원에 판매하다보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편의점 타이레놀 500㎎의 판매가를 두고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약사는 “포장단위와 판매가가 다르다는 걸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모른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600원이 적다고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연간 판매량을 환산하면 그 액수가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약국과 편의점의 포장단위 및 판매가가 다르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속았다고 얘기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부산시민 이승민 씨(27)는 “집 근처에 약국이 없다보니 급한 마음에 편의점에서 타이레놀을 산 적이 있다”면서 “최근 약국에서 2000원에 판매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약국 타이레놀이 2정이나 더 많았다. 편의점에서 덤터기를 썼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판매가 논란에 대해 한국존슨앤드존슨 관계자는 “안전상비의약품 타이레놀의 포장단위가 8정인 이유는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의 성인 기준 일일 최대 용량이 4000㎎이기 때문”이라면서 “공정거래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약국과 편의점에 판매가를 권장할 수 없다. 전국 약국의 판매가가 1600~3000원으로 고르게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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