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그룹 계열 만(MAN)트럭버스코리아(만트럭)가 덤프트럭을 수입한 후 국산 카고용 타이어로 교체해 판매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연맹)과 일부 만트럭 덤프 운전자들은 지난 6일 용도에 부적합한 타이어 장착으로 타이어의 조기 손상과 안전성 문제를 제기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덤프트럭은 공사장 등 비포장도로에서 주로 활용하는 용도로, 카고트럭은 일반 화물을 싣고 포장도로 운행을 위해 제작된 차량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용도로 그 용도에 맞는 타이어를 장착해야 한다. 한국타이어나 금호타이어 홈페이지에서도 타이어를 선택하려면 우선 카고용인지 덤프용인지 차종부터 선택하도록 돼 있다.
타이어 제조사 관계자는 “카고용과 덤프용 타이어는 통상적으로 고무 재질, 트레드 패턴과 플라이 층수 등이 다르다”며 “덤프트럭에 카고용 타이어를 장착할 경우 당장 작동이 안 되는 것은 아니나 상황이 지속될 경우 타이어의 제 기능 발휘가 곤란해지고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만트럭 관계자는 “차량 생산지인 독일의 경우 덤프트럭을 비포장 상태에 쓰는 경우가 많지만 이와 달리 국내는 덤프트럭도 포장도로를 주행할 때가 많다”며 “포장, 비포장, 연비, 내구성을 종합적으로 따지고 국내 특성과 법규에 맞춰 타이어를 교체해서 판매하고 있다. 덤프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타이어로 교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연맹 등엔 만트럭 덤프를 사용하다 타이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소비자들의 사례가 접수돼 있다. 김 아무개 씨는 올해 2월과 8월 25.5톤 만트럭 덤프(모델명 TGS480, 5110)을 구매했는데 2대 모두 7000~1만㎞ 주행 시점에 차량 후미 부분인 3~4축 타이어에서 동일하게 트레드 과다 손상 증상이 발생했다. 만트럭은 문제를 제기하는 김 씨에게 “정확한 원인 규명이 되기까지 타이어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하지만 김 씨로부터 신고를 받은 연맹이 “위험한 타이어를 교환부터 해 주고 조사하라”고 권고하자 만트럭은 하루 만에 김 씨의 덤프트럭 차량 2대 타이어 16개를 모두 교환해 주기로 합의했다. 대신 만트럭은 김 씨에게 합의 사실을 함구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맹에 따르면 덤프트럭 운전 경력 10년 이상인 김 씨는 스카니아 덤프트럭을 운행할 때는 2년 동안 타이어를 교체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한다.
만트럭 관계자는 “김 씨의 경우 운전자의 과실로 타이어가 일찍 손상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고객 관계 개선 차원에서 타이어를 교체해 줬다. 현재 덤프트럭 타이어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덤프트럭 구매자들에 대한 조치는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정주 연맹 회장은 “만트럭 문제에 대해 소비자 주의보를 발령했다. 만트럭이 덤프용과 카고용을 구분해서 규정한 법조문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문제가 없다고 우기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며 “만트럭이 동일한 사안임에도 소비자단체에서 개입한 사건만 보상해 주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타이어 손상 원인 조사 결과를 공표하고 다른 소비자들에게도 안전 우선을 위해 동일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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