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 식당 여주인을 집단으로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중국인들이 자신들이 마실 술을 가져온 것에 한국 식당 주인이 항의하면서 사건이 터졌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행동은 분명 잘못됐다. 다만 중국에서는 자신이 마실 술을 식당에 가져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듯 이들의 폭행을 정당화할 순 없지만, 중국의 술 문화는 한번쯤 알아둘 필요가 있을 듯싶다.
#짝퉁술 넘치는 중국
중국인은 자신이 마실 술을 직접 들고 식당에 가는 경향이 있다. 중국에는 가짜 술이 워낙 많아 식당에서 파는 술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명주 시장의 66%가 가짜라는 통계도 있고, 지난 1998년 산서성의 한 도시에서 가짜 술을 먹고 한꺼번에 27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도 있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손님이 자신이 마실 술을 가지고 오는 것을 식당 주인도 당연시 여긴다. 그렇다고 매상이 줄어들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중국인들은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 많이 시키고 많이 남겨야 잘 먹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과 비교해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2배까지 음식 주문량이 많다. 술을 못 팔아 생기는 손실을 많이 주문한 음식으로 메울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한국인들이 주로 직장동료나 친구와 같이 술을 마신다면, 중국인들은 가족이나 친지와 외식을 하면서 술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국인들은 직장 동료와 사적인 술자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무심코 내뱉은 상사에 대한 험담이나 취중 실수를 동료가 누설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술자리에서 어떤 술을 마실까.
# 중국의 혼, 마오타이
중국의 전통술은 바이주(白酒/증류주), 황주(黃酒/양조주), 야오웨이주(藥味酒/혼성주) 등으로 구분되며 종류는 4500여 종이나 된다. 통상적으로 8대 명주, 10대 명주를 손꼽는다. 명주는 전국 평주회(評酒會)에서 금메달을 받은 술이다. 8대 명주는 바이주 5가지, 황주 2가지, 야오웨이주 1가지이며, 여기에 주구이(酒鬼)와 수이징팡(水井坊)을 더해 10대 명주라 부른다. 이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술은 흔히 고량주나 배갈이라 불리는 바이주일 것이다.
바이주는 소주처럼 가열해 증류시킨 증류주다. 밀이나 보리로 만든 누룩에 수수나 쌀을 원료로 해 만든다. 알콜도수가 40~80도에 이를 정도의 독주가 대부분으로 마오타이주, 우랑예 등이 유명하다. 마오타이주가 세계적 명성을 얻은 것은 1915년 파나마 만국 박람회에서다.
당시 관람객이 없었던 중국 전시관에서 술병이 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 장내에 마오타이주 향기가 퍼졌다. 이 향기를 맡은 관람객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고, 마오타이주는 수많은 출품작을 제치고 금상을 차지하며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특히 마오타이주는 마오쩌둥과 장제스의 국공합작, 마오쩌둥·스탈린 회동,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방중 등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중요 회담에 반드시 등장했다. 이 때문에 마오타이주는 ‘중국인의 혼을 승화시켜 빚어낸 나라의 술’이라는 의미에서 ‘국주(國酒)’라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들어 중국인들의 마오타이주에 대한 애정이 조금씩 사그라지고 있는 듯하다.
# 이제는 와인 굴기
중화권 최고의 인기스타 청룽이 자기 이름을 내건 300만 원짜리 고급 마오타이주를 판매했을 만큼 인기를 누렸던 마오타이주.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부패 척결과 호화 사치 풍조 배격을 내세우면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됐다. 대신 와인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제포도주기구(OIV)와 KOTRA 샤먼무역관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의 와인 소비량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1600만 hl(1hl=100l)로 세계 5위를 차지했다. 와인 수입량은 전년 대비 44% 급증한 550만 hl에 이른다.
중산층이 건강을 고려해 중국 전통 바이주보다는 도수가 낮고 100% 포도즙으로 제조된 와인을 찾으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구매력이 높은 동부 연안 도시를 중심으로 와인 소비가 빠르게 늘면서, 중국 와인 시장이 몇 년 안에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거래 규모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계열 T몰에서 판매된 포도주만 무려 2300만 병에 달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은 생산업체(수입회사), 중국 내 총 대리상(백화점 전문매장 및 와인숍) 등의 일반 유통구조와 온라인 쇼핑몰·직거래 플랫폼 등이 이미 구축돼 있어 소비자가 편리하게 와인을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여기에다 값비싼 양주나 바이주보다는 적당한 가격의 와인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사회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중국 와인 시장은 앞으로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구경모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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