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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공시] ‘우량’ 포스코플랜텍과 ‘부실’ 성진지오텍 통합의 비극

2012-10-05 포스코플랜텍-성진지오텍 합병 검토 중…결국 통합돼 ‘상장폐지’, 포스코 비리의 핵심 밝혀져

2016.10.05(Wed) 13:34:00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오늘, 2012년 10월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성진지오텍은 포스코플랜텍과의 통합설에 대해 “당사는 포스코플랜텍과 합병을 계속 검토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 1987년 제철정비사로 출발한 회사로, 포스코 비상장 우량 계열사였다. 광양제철소 기계정비작업을 전담했고 기계가공, 설비물류 제작 등을 하며 성장했다. 이에 당시 2011년 기준 5975억 원 매출에, 94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성진지오텍은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이 창업한 조선·해양 플랜트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였다. 지난 2010년 성진지오텍은 일사천리로 포스코 인수가 결정됐다. 인수가는 1600억 원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플랜트 부품 제조사가 철강그룹인 포스코와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다.

 

이후 포스코는 관련 계열사들의 핵심사업 역량 강화와 중복사업 조정, 시너지 제고, 비핵심 사업 정리 등 구조조정 작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플랜텍과 성진지오텍의 합병안이 유력하게 검토됐다. 해당 공시 역시 이러한 과정에서 발표된 것이었다. 다만 두 기업이 합병할 경우 본사 이전 문제를 두고 포항과 울산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하지만 공시가 나가고 9개월 후인 지난 2013년 7월, 결국 포스코플랜텍은 성진지오텍에 흡수합병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 결정은 포스코플랜텍 비극의 시작이었다. 포스코플랜텍은 성진이오텍과 한가족이 된 이후 세계적인 경기둔화까지 맞물려 경영난에 시달렸다. 합병 첫해 당기순손실이 988억 원에 달하는 등 대규모 적자를 내기 시작한 것.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포스코플랜텍은 두 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포스코도 여기에 3600억 원을 투입했다. 인수 당시 매각가 1600억 원을 생각하면 불과 몇 년 사이 5000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은 것이다. 그럼에도 포스코플랜텍은 결국 회생하지 못했다. 지난해 5월 포스코 계열사로는 처음으로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을 신청했고, 지난 3월 31일 상장폐지가 확정되고 말았다.

 

우량기업이었던 포스코플랜텍이 한 순간 무너지자 성진지오텍은 당시 진행된 ‘포스코 내부비리’ 수사의 핵심 타깃 중 하나로 지목됐다. 성진이오텍을 둘러싼 온갖 의혹과 부실이 결국 포스코플랜텍의 발목을 잡고, 끝내 무너지게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발표한 포스코 비리 수사 결과를 보면 성진지오텍 인수 과정이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졌는지 잘 알 수 있다. 성진지오텍은 포스코 인수 전인 2009년 말 부채 5500억 원을 떠안을 정도로 재무상황이 좋지 않았다. 회사의 존폐가 불확실하다는 감사 결과까지 나올 정도.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비즈한국DB


이런 상황의 성진지오텍을 포스코가 인수하는 과정에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사실상 홀로 추진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2010년 2월 포스코 전략사업실에서 전정도 회장의 매각 의사를 확인하고, 불과 한 달 만인 3월 주식 매매 등 사실상의 인수계약을 맺었다. 정준양 전 회장은 철강사업부 등의 의견은 수렴하지도 않은 채 전 아무개 전략사업실장과 함께 인수를 밀어붙였으며, 예비실사 외 적절한 타당성 검사 등의 절차도 생략했다. 제대로 된 경영상 판단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며 전 회장에게 주당 1900원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5년간 경영권을 보장하는 등 조건을 모두 수락했다. 그러자 전 회장은 인수일정이 확정된 이후 산업은행의 신주인수권 446만 주를 싼 가격에 인수해, 포스코에 더 높은 가격에 되파는 방식으로 289억 원에 달하는 차익을 챙겼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실세들과 친분이 있다는 말이 많았다.

 

한편 정준양 전 회장은 인수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성진지오텍 지분을 인수해 포스코에 1592억여 원의 손해를 끼치고, ‘MB(이명박)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에게 공장 건설 중단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이 전 의원 측근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전정도 회장도 포스코플랜텍이 세화엠피 등에 맡긴 공사대금 662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도 징역 6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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