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장이자 세계 경제의 중심인 뉴욕. 뉴욕에서는 다양한 사람이 각자의 일을 하고 있다. 많은 이들에겐 꿈의 도시지만 현실은 어떨까. 뉴욕에서 약 9개월째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백 아무개 씨(25)를 지난 9월 22일 맨해튼의 한 일식집에서 만났다. 백 씨의 생생한 ‘뉴욕 인턴십’ 스토리를 들어보자.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한국나이로 올해 스물여섯 살(만으로는 25세)이고 영문·경영 복수전공을 했습니다. 현재 뉴욕 로펌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온 지는 얼마나 됐나요.
“올 해 1월 말에 왔고, 내년 1월 말에 비자가 만료됩니다.”
―물가가 가장 비싸다는 뉴욕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고, 가장 빠른 마케팅 트렌드를 가장 많이 접하기에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뉴욕으로 왔습니다. 뉴욕의 이미지가 선택하는 데 영향을 끼친 점도 분명히 있어요.”
―미국에 온 계기는 무엇이고 어떤 방법으로 왔나요.
“학교에 붙어있던 ‘K-move’ 포스터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인턴에 지원한 이유는, 많이 하는 교환학생이나 아르바이트 위주로 흘러가는 워킹홀리데이보다 현지에서 일을 하며 부딪혀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무급인턴프로그램’인 정부 WEST프로그램도 합격했었는데, 정부 지원이 거의 안 돼 이 길을 택했습니다.”
―지금 하는 일은 무엇이고 돈은 어느정도 벌고 있나요.
“로펌에서 법류서류 작성 및 소송 관련 스케줄 업무를 주로 맡고 있고, 부가적으로 고객 서비스 등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급 10달러(약 1만 1000원)를 받고 있습니다. 세후로 한달에 1450~1500달러(165만 원)를 벌어서 살짝 빠듯하게 생활합니다. 야근이 많아 개인 시간은 아무래도 풍족하지 않아요.”
―살 집은 어떻게 구했고, 살림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뉴욕은 Heykorean.com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어 집은 어렵지 않게 구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버는 만큼 쓰고 있습니다. 끼니는 첫 두세 달은 요리하는 재미에 빠져 이것저것 해먹기도 했는데 9개월째인 지금은 사 먹거나 간단히 해 먹는 정도예요. 혼자 지내다 보니 빨래 및 청소, 요리 등 모든 살림살이까지 혼자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네요.”
―미국에 살면 영어 실력이 급격하게 향상될 것 같은데 맞나요.
“글쎄요. 향상은 되었지만 드라마틱한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듣기가 150% 정도 향상되었다면, 말하기는 115% 정도 는 것 같습니다.”
―힘들지는 않나요? 인턴으로 뉴욕에 오는 것을 추천하는지 궁금합니다.
“빠듯하긴 해도 만족합니다. 본인의 뜻이 중요하지만, 추천합니다.”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단점부터 얘기할게요. 한인 기업들이 많아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은 기대 이하일 확률이 높고요. 기업문화도 1980년대 문화에 멈춰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여성차별이 더 심할 수 있거나 단순한 일의 반복일 수 있다는 얘기죠. 또한 말이 인턴비자이지, 정직원으로 고용되거나 영주권을 받기는 훨씬 어렵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인턴비자(J비자)는 싼 값으로 한국 대학생 고급 인력을 단기적으로 돌려 쓰기 위한 용도 같습니다.”
“그럼에도 본인이 해보고 싶다는 전제하에 추천하는 이유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야지요. 본인이 영어 능력이 괜찮다면 회사를 지원할 때 영어 업무 환경에 지원 시 더 유리합니다. 비용 측면에서도, 우선 수속비 (400~700달러)와 비자 받을 때만 돈이 들고, 그 후 여기 와서 생활비는 따로 들지 않습니다. 본인이 잘 조절해 생활한다면요.”
“돈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스펙이든 경험이든 1년만 원하든, 장기적으로 머물고 싶든 간에 우선 와서 기회를 보는 것도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국이라고 해서 너무 낙관적으로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미국, 외국인에게 무지 까다로운 나라입니다. 사전에 정보들 많으니 충분히 검색하시고 알아보시고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미국에서 살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요새는 제 부족한 영어실력이 가장 힘들어요. 로펌이다 보니 상대 로펌이나 보험사와 얘기할 경우가 잦은데, 영어가 부족하다고 무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죠. 또한 미국에 홀로 떨어져 있다 보니, 가족 행사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점이 힘들었어요. 인생 자체가 선택의 연속이니 제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겠지만, 그런 부분들을 적응해 나가기 어려웠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문화차를 느낀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제가 멕시코 출신 미국인 남사친(남자사람친구)이 있는데, 그 친구의 여자친구가 한국인이에요. 저를 만나기 위해 여자친구에게 ‘허락’을 받고 나왔다고 하더군요. 본인은 그저 친구를 만나는 것뿐인데 허락을 받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던 일이 기억에 남네요.”
―같이 인턴을 온 친구들은 만족하나요.
“함께 인턴 준비한 친구들이 꽤 있어요. 만족/불만족이 반반 정도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 갓 직장 들어간 친구들은 일에 얼마나 만족하나요? 아마 비슷할 겁니다.”
―이곳에서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미국에 올 때 첫 목표였던 미국 현지 마케팅을 경험하고, 이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싶어요. 우선 취업비자를 받아서 안정적인 체류 신분을 갖고, 제가 원하는 분야로 나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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